▲독일 베를린 파리저 광장(Pariser Platz)에 있는 브란덴부르크 문.
김병철
-독일 공교육에 대한 믿음이 있으세요?"100% 신뢰는 아니지만 독일 공교육이 (한국과는) 다를 거라는 기대는 있어요. 적어도 사교육을 따로 시키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이 아프면 수업 일주일씩 안 나오고 그러긴 하지만요. 어느 사회나 각자의 문제는 있잖아요."
-독일에도 학원이나 과외가 있나요?"있긴 한데 공부 못하는 학생을 위한 곳이에요. 적어도 고등학교 졸업장은 따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보내죠. '나흐힐페(Nachhilfe)'라고 학원 같은 건데 이민자, 저소득층을 위해 비영리로 운영해요.
한국은 보여주기 행정을 잘하죠. 실질적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건 잘 안 되어 있잖아요. 구조를 바꾸지는 않으면서 사람들을 편리하게 하는 건 잘 되어 있는 것 같아요. 독일은 (행정)서비스는 형편없지만 아픈 사람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걸 잘 되어 있어요."
-독일인 남편과 살면서 놀란 점이 있나요?"결혼한지 1년 정도 됐어요. 독일인 남편이라서 그런 건지 이 사람만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일 놀란 건 첫 데이트 때에요. 제가 좀 춥게 입고 나갔더니, "내가 오늘 한 번만 옷을 주지만 다음엔 추우면 너가 옷 입고 나와"라고 했어요. 그런데 어쩌다 다음에 춥게 입고 간 적이 있는데 절대 안 주는 거예요. 자기는 목도리, 장갑까지 다 했으면서. 한국 남자라면 줬을 텐데. 서운했는데 어쩔 수 없었죠.
집에서도 뭘 고치는 건 남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전구 좀 갈아' '이것 좀 해'했더니, 저에게 전동공구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 줬어요. "자전거 수리하거나 가구 조립하는 것도 알아야 한다. 여자가 못하는 건 없다." 이렇게 남녀 평등적인 게 있어요. 근데 가끔은 너무 무미건조하고 너무 칼 같으니까 "얘가 날 사랑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말싸움을 할 때도 감정적 싸움은 거의 없고 다 논리적으로 다 풀어야 해요. 그리고 결론이 나야해요. 해결책을 만들고 새로운 룰을 만드는 거죠. 집에 룰이 많아요."
-육아에 대한 룰이 있나요?"래아를 돌보는 건 50대 50인 것 같아요. 일주일에 각자 3일씩 래아를 봐요. 남은 하루는 패밀리 데이고요. 패밀리 데이는 세 가족이 하루 종일 같이 있는 거예요. 로버트가 효율성을 추구해요. 월수금 제가 래아를 보면, 화목토 로버트가 래아를 보잖아요. 그러면 셋이 같이 있는 시간이 없으니 하루를 정한 거예요.
이유식도 처음엔 점심은 로버트가 만들고, 저녁은 제가 만들었어요. 근데 점심은 오트밀과 과일이고, 저녁은 야채가 들어가서 오래 걸려요. 제가 이걸 얘기하자 "그러면 일주일마다 점심, 저녁 당번을 바꾸자"고 했어요."
-집안일에 대한 분담도 있나요?"제가 요리를 하면 남편이 설거지를 해요. 로버트는 저녁에도 빵과 치즈를 내놓는 경우가 있어요. 독일에선 저녁에도 빵처럼 찬 식사를 먹기도 하는데, 전 저녁은 꼭 따뜻한 식사가 필요해요. 그걸로 싸우다가 결국 요리는 제가 하는 거로 정했죠."
-독일의 출산, 육아는 어떤가요?"너무 좋아요. 일단 의사선생님이 너무 좋아요. 의료진의 차이보다 독일은 자연분만을 중요시해요. 가족 분만실에 아내와 남편이 함께 있고, 간호사가 계속 확인하러 들어와요. 저는 6일 동안 분만을 했거든요. 그게 한국은 되게 비싸대요. 독일은 모든 병원이 그렇고 출산 과정이 모두 무료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