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 유치원, 집회
이민선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모자라 많은 부모들이 부득불 사립유치원을 이용하고 있는 현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아래 한유총)가 오는 18일과 25일~29일까지 총 6일 집단 휴업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공립유치원의 원아 비율을 지금의 24%에서 2022년까지 40%로 끌어올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2차 유아교육발전 5개년 기본계획'을 준비하자, 사립유치원들의 위기감이 극에 달한 것이다.
그들이 내건 조건은 간단하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정부지원금 확대와 국공립유치원 증설 반대. 한유총은 국공립 원아들에게는 98만 원이 지원되지만 사립 원아들에게는 22만 원만 지원되고 있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사립유치원들의 휴업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일견 이해할 수 있는 면이 있다. 유아들이 계속해서 줄고 있는 가운데 국공립유치원들이 늘어난다면 그들의 존립 자체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몇몇 유치원들은 아무리 비싸더라도 자체적인 경쟁력으로 원생들을 모집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립유치원들은 국공립유치원을 가지 못한 부모들이 차선으로 선택하는 곳 아니던가.
사립유치원들의 착각그러나 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보육과 육아가 사립유치원들이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자신의 이야기만 주장할 만큼 녹록한 주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이 모든 문제는 사회 구성원들이 아이를 낳지 않아 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것인데, 보육과 육아의 문제는 부모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중에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국가는 아이를 낳으면 여러 혜택을 준다고 홍보하지만 오히려 출산율은 떨어지고 있다. 보육과 육아 등에 필요한 비용이 사회가 지원하는 비용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개인주의적이기 때문에 아이를 안 낳는다고도 하지만 그것은 일부의 이야기일 뿐,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결국 돈 때문이다.
따라서 보육과 육아와 관련하여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가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인구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보육과 육아에 대한 지원이 필수적이라면 그것은 곧 국가의 책임이며, 시대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국공립유치원의 확충은 바로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결과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사립보다 비용이 적은 국공립유치원을 원한다면 국가는 이에 대해 답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사립유치원들은 국공립유치원 확충 대신 자신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듯 주장하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사립이 국공립만큼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그만큼 운영 목표를 영리추구가 아니라 공공성에 맞추어야 하며, 그동안 자신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자율성과 독립성을 포기해야 한다. 정부로부터 지원은 지원대로 받되, 유치원 운영은 자신의 입맛에 맞게 한다면 과연 어떤 부모들이 사립유치원을 믿을 수 있단 말인가. 당장 유치원 교사만 해도 월급의 경우 대부분의 사립이 국공립보다 낮은 편인데, 사립은 결국 그 인건비 차로 수익을 늘리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