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카툰] '원혼 해결사' 여동식, 암행어사 출두요!

등록 2017.09.18 10:29

수정 2017.09.25 10:27

▲[역사툰] 史(사)람 이야기 8화: '원혼' 해결사 여동식, 암행어사 출두요!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역사카툰)

귀신의 원한을 풀어준 암행어사 여동식은 누구?

암행어사는 40살 전후의 능숙한 실무능력을 지닌 시종신(侍從臣) 출신 엘리트들을 주로 선발하였는데 그 이유는 한 두번 정도 외직 수령을 역임한 이력이 있어 지방행정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향후에 출세가 보장된 사람이므로 좌고우면하지 않고 비리를 밝혀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1808년(순조 8년) 순조 임금은 8도 지역에 대대적으로 암행어사들을 파견해 외방 수령들을 감찰한다. 이때 사헌부 집의 여동식 역시, 임금의 밀명을 받고 경상우도 암행어사로서 영남지방을 시찰하게 된다.

▲암행어사의 대명사인 영성군 박문수 초상(보물 제1189-1호), 실제로 그가 암행한 경력은 전혀 없다. 그는 명행(明行: 신분을 밝힘)어사로 몇몇 지역을 시찰한 이력만 있을뿐이다. 소장처: 천안박물관 천안박물관

평소 강직한 검찰관으로 명망이 높았던 여동식은 가는 곳마다 탐학한 수령을 징벌하였는 데, 종이품 무관 대장인 전 삼도수군통제사 이당을 벌주기도 했다.

직급 낮은 당하관의 수의어사였지만 관찰사와 같은 권한을 지닌 암행어사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여동식이 암행중에 밝혀낸 진해현의 '오득손 사건'은 전설의 고향에서나 나올 법한 일화로 주목할 만하다.

치사(致死)된 오득손(吳得孫)은 김종윤의 4촌 김흥보(金興甫)의 고노(雇奴: 개인에게 고용한 노비)로, 김흥보의 딸과 사랑에 빠져 몰래 도망갔다가 김흥보가 남녀를 쫓아가서 잡아왔다. 김종윤이 여러 김씨들을 이끌고서 오득손의 동생과 3촌 숙부를 위협해 (오득손을) 결박하고 구타하게 했다.

오가(吳哥)들이 힘써 때리지 않자 김종윤이 손수 묶어놓고 먼저 구타했다. 이어 오가(吳哥)들이 뭇매를 때려서 거의 사경(死境)에 이르렀는데, 김흥보의 딸 설예가 이를 알고 간수를 마시고 죽었다.

다음날 아침 여러 김씨들이 다시 모여서 오득손을 길거리로 끌어내 김종윤이 또 먼저 구타하고 뭇매를 때려서 죽게 했다. 그 후 옥사(살인 따위의 중대한 범죄를 다스림)가 이뤄졌는데, 수년 동안 사건이 미루어지다가 김종윤이 겨우 정배(定配)를 가는 수준으로 일단락 되고야 말았다.

그런데 오득손이 범한 것이 당초에 죽을 죄는 전혀 아니었고, 득손은 종윤의 4촌인 흥보의 고노(雇奴)이지, 종윤의 고노(雇奴)는 아니었으므로 주인이 아닌 종윤이 오득손을 벌을 줄 권한은 없었다.

이것은 명백히 치사(致死)죄에 해당했으므로 김종윤을 그저 경범으로 취급한 것은 법률에 맞지 않았다. 여동식은 진해현에 출두해 이 사건의 자초지종을 알아보고 임금에게 보고하니 진상을 재조사하라는 어명이 떨어졌다. 그 결과 주범인 김종윤은 큰 벌을 받았다.

검찰관이자 암행어사인 여동식이 영원히 묻힐뻔 하던 사건을 다시 조사하였던 것으로 구천을 떠돌던 설예와 득손의 원한을 풀어준 것임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편 보기: [역사카툰] 7화 '고양이 급제' 신숙, 냥이 찾아 삼만리)

[제공: 카툰공작소 케이비리포트]

덧붙이는 글 (케이비리포트 역사카툰. 글/그림: 장수찬 작가, 감수 및 편집: 김정학 PD) 본 카툰은 카툰공작소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합니다. 출판 문의 및 정치/대중문화 카툰작가 지원하기 [ kbr@kbreport.com ]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