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인사청문회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여야 의원들의 법원 독립성과 개혁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유성호
양승태 대법원장이 오는 24일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임으로 춘천지방법원 김명수 원장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하였고, 이틀간의 인사청문회까지 마친 상태다. 청문보고서의 채택과 국회동의 절차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여야 간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김 후보자의 이념적 편향을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이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별다른 하자가 없으므로 당연히 국회에서 동의를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민의당은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당론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헌정사상 사법부의 수장이 공백 상태로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어 여권은 바짝 긴장한 상태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공직 후보자로 지명되고도 낙마한 사람이 늘어나면서 인사 실패의 수렁에 빠져들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모양새다.
여기서 김명수 후보자가 대법원장으로 적합한 사람인지를 한 번쯤 따져보자.
재판 업무만 담당, 오히려 장점먼저 대법원장의 형식적 요건이다.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며, 임기는 6년이고, 중임할 수 없다(헌법 제104조, 제105조). 대법원장의 임용자격은 20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가진 45세 이상인 사람으로 하고 있다(법원조직법 제42조 제1항).
이전에는 '15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가진 40세 이상인 사람'으로 하던 것을 2011. 7. 18.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하여 법조경력과 나이를 상향 조정한 것이다. 김명수 후보자의 경우 1959년생이고 1986년 이후 줄곧 판사 생활을 해왔으므로 50대 후반의 나이나 30년 이상의 판사 경력으로 이러한 조건에 부합한 것은 물론이다.
특히 김 후보자는 일선 법원에서 재판업무만을 담당해 왔고 달리 법원행정처의 경험이 전혀 없다. 일반적으로 법원에서 고위직에 오르기 위해서는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한 경험이 유리하게 작용한다. 법원행정처를 경험한 판사들이 법원의 요직, 특히 대법관이나 대법원장에 오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어떻든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 후보로서 헌법이나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형식적 요건을 충족하였음은 분명하다.
일부 청문위원들은 김 후보자가 대법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법원장이 되는 것을 문제 삼는다. 그러한 지적은 우선 법률적으로 무지한 것이며 법에서 요구하지 않는 자격요건까지 무리하게 구하는 초법적 발상에 불과하다.
헌법이나 법원조직법 어디에도 대법관을 거친 경우에 한해서 대법원장이 되는 것으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대법원장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대법관의 경험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법에서 그러한 조건을 요구하지 않은 것이다. 과거 관행이 대법관을 거친 사람이 주로 대법원장이 되었다고 해서 꼭 그러한 관행을 따라야 할 이유는 없다.
대법원장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대법관의 경험이 꼭 필요했다면 법률의 개정을 통해서 그러한 조건을 넣으면 된다. 오히려 대법관의 경험을 가진 사람 중에서 대법원장을 임명하면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대법원장으로 지명받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대법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정권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하게 될 위험성도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장에게 대법관의 경험을 요구하면 대법관 재직 중의 판결이 왜곡될 우려가 커지는 역효과가 있는 셈이다.
김 후보자가 오로지 재판업무만을 담당해 왔고 법원행정처 등의 경험이 없다는 것은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행정경험이 전혀 없다는 우려가 있지만 대법원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조직들이 있고, 이미 시스템이 완비된 조직이므로 법원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있을 수 없다. 법원행정처의 경험이 많을수록 그동안의 타성에 젖어서 과거의 잘못된 관행도 그대로 따를 위험성이 있다.
법원은 그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고 대법원이나 법원행정처는 판사들이 독립적으로 일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이 그 본질이다. 김 후보자처럼 오로지 법원에서 재판업무만 담당했을 경우 일선에서 재판업무를 담당하는 판사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판사들이 올바른 판결을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방안이 어떠한 것들인지 고민하게 되고 그러한 고민들이 법원행정에 반영되는 기회가 주어진다. 판사들과 법원 수뇌부의 괴리를 그만큼 줄일 수 있는 장점이다.
어떤 청문위원은 춘천경찰서장이 경찰청장이 되는 꼴이라고 비하한다. 무지의 전형이다. 법률적으로 경찰서장은 경찰청장이 되지 못 하지만 일선 법원장, 심지어는 평판사라 하더라도 대법원장으로 임명되는 데는 아무런 방해요소가 없다.
김 후보자의 경우 법관의 경력만 30년이 넘는다. 어느 조직에서나 30년 정도의 경력이면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다. 김 후보자의 법관 경력이면 사법부의 어떤 위치에 있더라도 업무를 수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다.
과거 대법원장에 비해서 이러이러한 경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쓸데없는 흠을 잡는 것이고, 반대를 위한 반대의 논리에 불과하다. 판사가 한 눈 팔지 않고 재판업무만 충실히 해도 대법원장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재판의 중요성이 그만큼 강조하게 되는 순기능이 있다. 대법원장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코스가 일반적으로 정해져 있다면 서로 그 길을 가기 위해서 무익한 경쟁을 하게 되고, 법원의 독립성이나 재판의 중요성은 그만큼 간과하게 되는 위험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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