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김천 황악산 직지사입니다. 새벽, 대웅전이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외형은 사라지고 진실만이 남은 듯합니다.
임현철
인연이란 게 있긴 있나 봅니다. 왜냐고요? 세 가지 이유에섭니다.
첫째, "이번엔 어느 절에 가는가?"절집에 수시로 다니다 보니 궁금하나 봅니다. "왜?" 라고 물으면, "가고 싶은 좋은 절에 따라 붙고 싶다"고 합니다. 그들에겐 "스님과 이야기 나누며, 차 한 잔 마시는 게 동경"의 대상입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가득한 얼굴의 그들을 보면, 함께 다니고픈 마음 굴뚝입니다. 될 수 있는 한 같이 가려고 노력합니다. 근데, 막상 가려면 시간과 공간 맞추기가 참 힘들대요. 인연이지요.
둘째, "스님과 만나 곡차 한 잔 하면 좋겠다."그 다음으로 많이 묻는 질문입니다. 왜 그럴까? 제 경우를 되짚어 보면, 상대하기 힘든 사람을 접해보고 싶은 욕망이지 싶습니다. 저는 곡차 한 잔씩 드시는 스님을 선호합니다. 중생인지라 곡차에 진심을 의지할 때가 있거든요. 처음엔 영광이었습니다. 차츰 곡차보다 녹차 마시며 마음 나누는 게 더 좋다는 걸 알겠더군요. 곡차나 녹차나 서로 마음 나누는 건 매 한가지니까. 인연이지요.
셋째, "자네 이러다 머리 깎는 거 아냐?"조심스레 묻습니다. 절집에 거의 매달 한 두 번은 가니까 하는 말입니다. 깊어졌다나. 그럼 이렇게 답하지요. "속세에서 도를 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그래도 못 미더운 눈치입니다. 미혼 때 잠시 갈까 생각했었습니다만 제 길이 아님을 알았지요. 아내는 "절에 갔다 올게" 하면 흔쾌히 "잘 다녀오세요" 합니다. 전혀 걱정 없다는 거죠. 머리, 아무나 깎는 게 아닙니다. 인연이지요.
몰랐던 직지사, 깊은 곳을 제대로 본 듯한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