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방송된 JTBC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JTBC
정리하자. 국정원이 일베였고, 일베가 국정원의 '댓글공작'과 '종북좌파' 몰이의 전초기지였다. 이를 테면 이런 식. 국정원 심리전단이 합성사진을 만든다. 다른 게시물도 유통 경로는 대동소이하다. 일반인이, 일베 사용자가 만든 것처럼 '날티'나고 '싼티'나게. 이를 일베 게시판에 게시한다. 심리전단이, 일베 사용자들이 이를 블로그로, 소셜미디어로, 온라인 게시판으로 퍼 나른다.
MB 정부의 국정원과 군이 벌인 짓이다. 북한과 적과 싸워야 할 국정원과 군이 연예인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그들을 공격하는 '공작'에 직접 가담했다. 이를 배포하는 진원지가 바로 일베였다. 심지어, 이러한 '공작'을 위해 심리학자를 동원했다.
<스포트라이트>는 과거 국정원 심리전단의 증언을 통해 문성근씨의 합성사진과 같은 이미지 실추 작업이 '권위를 훼손하기', '주위에 있는 사람이 떠나가게 만들기', '고립시키기'와 같은 3단계 심리학 이론을 활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몇몇 심리학 전문가가 국정원 직원들의 교육을 위해 직접 강의까지 나섰다는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논두렁 시계'요, '노무현 코알라' 합성 사진 따위의 치졸하고 조악하며 조잡한 사진과 게시글 들이었던 셈이다.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은 이렇게 고 노무현 대통령의 이미지와 권위를 훼손시킬 시나리오를 수십 개씩 구상했다고 한다.
그들이 직접 게시물과 합성사진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열심히 '일베' 활동을 하는 광경, 생각만 해도 쓴웃음과 함께 분노가 일지 않는가.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관련 기사 댓글에 악플을 달았던 것도 국정원이었다고 하니,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을 어느 지경까지 몰아갔는지, 그 활약상(?)이 어디까지일지 참담하기 그지없다.
똑같은 방식으로 자식들을 잃고 슬픔에 허덕이던 세월호 유족들을 괴롭혔을 국정원 심리전단의 활동을 상상하면 더더욱. 더군다나 일베의 '폭식투쟁'이 불과 3년 전인 2014년이었다. 국정원-일베의 커넥션이 활발했다는 정황들은 2013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 이후 하나 둘 드러난 바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역시 일베와 함께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를 여론조작에 동원했고, 결과적으로 세월호 '폭식 투쟁'을 잉태하게 만든 것 역시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국정원이라 할 수 있다. 금번 국정원 개혁위원회와 적폐 청산 TF의 철저한 조사와 함께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가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간, 인권감수성은 현저히 낮아졌고, 경쟁주의는 만연해졌으며, 혐오와 차별의 목소리가 확산됐다. 이러한 혐오와 차별의 스피커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일베였다. 정권 차원의 국가 폭력이라 할 수 있는 국정원(과 군)의 '공작'들이 바로 이러한 '혐오 대한민국', '차별 공화국'의 기조를 이끌었고, 이에 적극적으로 부응했던 것이 바로 일베였던 것이다.
더군다나 일베의 사용자들 중 10대나 20대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정권 유지 차원에서 국정원 등이 조작하고 퍼트린 '종북', '좌파' 몰이를 그대로 수용한 채, 혐오와 차별을 내면화하고 이를 '놀이화'하는데 즐거움을 느낀 '젊은' 일베 사용자들을 키운 것은 누구인가. 이 역시 자신들의 안위만을 위해 정보기관과 군을 맘대로 휘두른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무겁게 책임을 지고 죄값을 치러야 할 부분 아니겠는가.
검찰 조사를 받은 배우 문성근에 따르면, MB 정부 당시 어버이연합 추선회 사무총장은 국정원으로부터 1인 시위를 20번 한 대가로 800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3년 전 추석 연휴, 국민들을 경악케 했던 '폭식 투쟁'을 기획한 주체는 어디였고, 또 그 비용은 누가 댔으며, 얼마가 들었는지까지 철저히 밝혀야 마땅하다. 정권의 수장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관여 여부를 포함해서 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맞는 첫 추석 연휴, '일베의 아버지'가 국정원이란 의견들이 지배적인 지금, 3년 전 끔찍했던 기억을 길어 올린 이유도 다 MB 덕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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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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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추석 끔찍했던 기억 일베 '폭식 투쟁' 기획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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