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봉제회사 근로자들과 점심식사를 하며 대화에 나선 훈센총리의 모습
박정연
32년째 장기 집권중인 훈센 총리는 내년 7월 총선을 의식, 지난 8월부터 매주 전국 섬유봉제공장 근로자들과의 만남을 이어왔다. 지난 4일에는 한국기업이 운영하는 프놈펜소재 섬유봉제회사를 방문, 근로자들을 격려하고 이들과 점심식사도 함께했다.
총리는 또한 그동안 근로자들이 절반을 부담해온 의료보험비용을 내년부터 사측이 100% 부담토록 지시한 바 있다. 모든 근로자들이 프놈펜 시내버스를 앞으로 2년간 무료로 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고, 교통 및 주거보조비로 월 7불, 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인센티브로 10불을 추가 지급하도록 명령했다. 임신한 근로여성들에게는 출산장려차원의 보너스 지급약속과 더불어, 건물 임대주들에게는 임금 인상 때마다 이어져 온 집세 인상을 못하도록 권고했다. 뿐만 아니다. 수도세를 줄여주는 방식으로 단칸방 도시근로자들의 표심까지 잡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이 같은 선심성 공약과 행보는 내년 7월 29일 치러지는 총선을 대비하는 동시에 지난 2013년 총선이 끝난 후 야당과 함께 섬유봉제노조가 합세해 임금인상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최소 5명의 시위 근로자들이 목숨을 잃었던 당시 전철을 되밟지 않으려는 사전차단 효과까지 함께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최저임금 인상, 내년 총선 앞두고 유권자 마음 잡으려는 포석?이번 최저임금협상 결과에 대해 노조 측은 대체로 만족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봉제회사 근로자 소치엇(25)씨는 "기대했던 만큼 인상이 돼서 기쁘다. 훈센 총리에게도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대외경쟁력이 크게 도전을 받게 됐다"며 우려감을 표시했다. 한 기업관계자는 "생산성이 베트남 등 주변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에서 가파른 임금인상이 원가상승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이로 인해 해외 바이어들이 다른 나라로 거래처를 옮길 수도 있다"며 조바심을 냈다.
카엥 모니카 캄보디아섬유봉제협회(GMAC) 부사무총장은 <로이터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새로 인상된 최저임금은 국가 경쟁력 수준에도 맞지 않고, 일부 우리 회원사들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훈센 정부는 기업들의 불만을 의식한 듯 곧바로 당근책을 내놓았다. 수출기업들의 수출관리수수료(EMF)를 없애는 한편, 앞으로 5년간 선납 법인세를 유예해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훈센 총리는 한 지방 연설에선 "만약 너무 임금이 올라 외국기업들이 모두 떠나면, 국가경제는 물론이고, 우리 근로자들도 살기 힘들어진다"며 기업들의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모습도 보인 바 있다. 총선이 앞으로 10개월이나 남아 있지만, 미리부터 봉제근로자들뿐만 아니라 전체 유권자들의 표심까지 두 마리 토끼모두를 잡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