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미터가 지난 달 24일부터 이틀 동안 제2공항 추진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조사에서 응답자의 63.7%는 제2공항 추진을 찬성한다고 답했다.
고재일
뒤집힌 제주 여론... 원인은 조사 문항?
의아한 점은 제주도가 의뢰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가 불과 며칠 전 도내 16개 시민사회단체가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해 전혀 상이한 결과라는 것이다.
제2공항 전면 재검토와 새로운 제주를 위한 도민행동(이하 도민행동)은 지난달 27일 신공항 추진보다는 현재의 제주공항 확장을 도민들이 바라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데일리리서치가 9월 21일~22일 도민 1천명을 대상으로 한 RDD 전화면접 방식에서 응답자의 49%는 '공항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41%는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공항인프라 확충 방안에 대해서도 '현재의 제주공항을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33%로 가장 높았던데 반해, '제2공항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은 24%, '정석비행장을 활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20%로 나타났다.
두 설문조사의 시차가 며칠에 불과한데다가 조사대상과 설문방식까지 유사한데도 판이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조사 결과를 뒤집은 유력한 요인으로 설문 문항을 꼽았다.
리얼미터의 설문문항은 제2공항 사업을 알고 있느냐는 단도직입적 첫 질문에서 시작해 제2공항을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를 묻는 두 번째 질문, 각각 찬성과 반대의 이유를 묻는 세 번째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2공항을 제외하고는 다른 대안을 고려하지 못하게 만드는 폐쇄적 항목 구성이다.
이와 달리 데일리리서치는 설문 항목에 맥락을 조금 더 부여했다. "더 많은 관광객 유치와 이용객 편의를 위해 새로운 공항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과도한 인구유입이나 관광객 증가에 따른 사회문제로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새로운 공항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같은 식이다.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의 후속 질문에도 다양한 선택지를 내놨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플러스의 김대호 소장은 "찬반을 묻는 형식의 여론조사라면 진행하고자 하는 것이 어떤 조사이고 쟁점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내용을 떠나 형식적으로는 지난달에 발표한 여론조사가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2공항 사업을 '이미 저질러진 일'이라고 전제해 놓고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를 묻는 것은 자칫 후광효과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며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구구절절하게 설명한 뒤에 생가보존을 위해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묻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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