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양이 베네치아 점령기에서 맡았던 캐릭터 ‘아델리노'. 이 계정은 삭제됐지만 네티즌이 삭제 전 주소를 공개해 놔 검색만 하면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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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 변호사는 "A양이 처해있던 복합적 상황에 의해 발생한 범죄"라고 진단했다. 적극적 치료가 없었던 정신질환과 또래 집단에서의 소외, 소속감 없이 방치된 채 가상 세계에만 몰두한 일상, 거기서 만난 친구마저 A양의 범죄를 부추긴 상황이었다. 만일 학교와 부모, 사회라는 울타리가 A양을 잘 감싸고 보호했더라면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는 일까지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게 김이 변호사의 생각이다.
그는 현재의 학교 환경에서 청소년 대부분은 행복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문계 학교에서 공부에 흥미가 없고, 특성화 학교에서 취업에 관심이 없으면 아이들은 겉돈다. 지난 4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에서 한국 청소년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36점이었다. 조사 대상 72개국 중에서 71위로 최하위권이다. 그는 "현재의 교육체계는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을 학교에 머무르게 할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상담 과정에서 '학교 밖 청소년'을 많이 만났다.
학교가 버린 아이들, 돈을 미끼로 착취하는 어른들"이 친구들이 학교를 나오게 되면 가족들하고도 관계가 좋지 않아 거리에서 살게 돼요. 집에서는 잠만 자고, 밖으로 나와서 놀게 되죠. 그러려면 돈이 필요한데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안정적으로 돈을 벌만 한 여건이 안 됩니다. 업주들은 (상대가) 미성년자고, 돈이 급한걸 아니까 착취하는 겁니다."청소년을 '알바'로 고용한 어른들은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폭언을 퍼붓고 폭력을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아이들은 그 일을 포기하고 다시 시간제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피씨(PC)방,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등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던 청소년들은 '쉽고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유혹에 노출된다.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이 있어요. 그걸 다운 받아서 나이를 십 대에서 이십 대로 설정하고, 한 마디 남기기에 '지금 만나요'라는 문구만 적어두면 깔자마자 한 시간 만에 쪽지를 30개씩 받는대요. '조건만남'을 한 번 하면 편의점 알바 며칠 동안 할 것 한 번에 벌게 되는 거죠. 이런 불건전한 유혹이 너무 많고 자제할 능력은 부족하니 범죄를 저지르게 됩니다."최근 청소년이 저지른 끔찍한 폭행 사건 등이 이어지면서 소년범(만 14세 미만)이나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청소년보호법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수십만 명이 참여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살인, 성폭력 등 강력 범죄에 있어서는 최대 형량을 제한한 소년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특정강력범죄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이에 대해 김이 변호사는 "청소년 처벌의 목적은 '보호와 교화'에 있지 '응징'에 있지 않다"며 "낮은 형벌을 받는 걸 알고 청소년들이 범죄를 더 잘 저지른다는 구체적인 통계나 근거가 없기 때문에 함부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