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북핵 인정과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는 불가능

등록 2017.10.24 15:43수정 2017.10.2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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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지지자 "대한민국 지키는 길 전술핵 배치하라” 지난 9월 15일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대구 중구 반월당 동아쇼핑 앞에서 열린 전술핵 재배치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해 북한의 핵실험 강행을 규탄하며 핵위협에 맞서 전술핵 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지지자 "대한민국 지키는 길 전술핵 배치하라”지난 9월 15일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대구 중구 반월당 동아쇼핑 앞에서 열린 전술핵 재배치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해 북한의 핵실험 강행을 규탄하며 핵위협에 맞서 전술핵 배치를 요구하고 있다.유성호

핵 폐기와 핵 보유를 두고, 미국과 북한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킨게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뿐만 아니라 미·중·러 등 강대국 일각에서 '북핵 인정'과 '북핵 동결'을 교환하자는 주장이 있다. 국내에서는 북한의 핵무기에 맞서기 위해서는 전술핵의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물론 현실성이 없다. 북핵 인정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 매몰되어, 국제조약과 국제적 역학관계를 감안하지 않은 주장이다. 전술핵 재배치는 핵 방어체계뿐만 아니라, 국가 간 및 국제조약의 무지에서 비롯된 요구다.

먼저 미국이 북핵을 인정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없다. 비확산조약(NPT) 제9조 3항, "본 조약상 핵무기 보유국이라 함은 1967년 1월 1일 이전에 핵무기 또는 기타의 핵폭발 장치를 제조하고 폭발한 국가를 말한다"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NPT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핵 실험과 핵 보유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다. 이처럼 제도권 밖에 있는 국가를 사실상 핵보유국 내지 정치적 핵보유국이라고 명명한다. 이들 이외 190개국이 NPT 회원국이기 때문에, 조약 내외를 막론하고 더 이상 핵보유국이 생겨날 수 없다.

189개 NPT 회원국이 북한을 조약 외 국가로 인정하면 핵무기 보유가 가능하다. 북한은 1985년 12월 12일 NPT에 가입했다가, 1993년 3월 12일 탈퇴 선언과 유보 후 2003년 1월 10일 재탈퇴를 선언했다. NPT가 지금이라도 탈퇴를 수락하면, 북한은 조약 외 국가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여의치 않다. 북한의 사례를 시작으로 NPT 밖에서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국가가 존재하는 등 비확산 전략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하여 북핵폐기라는 미국의 목적이 수포로 돌아감과 동시에, 자국의 위신에 치명상을 입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한국 내 '전술해 재배치'가 가능한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전술핵 재배치'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당론은 반대이지만 민주당의 김진표 의원과 국민의당 김중로 의원은 '전술핵 재배치'를 강조한다. 이들의 주장은 '공포의 균형'을 통한 전쟁방지이다. 그러나 '전술핵 재배치'가 북한의 핵무기를 인정하는 꼴, 즉 "북한에게 비핵화를 요구할 수 없게 만드는 상황"을 간과한 주장이다. 핵무기를 사전에 봉쇄하는 '킬 체인'(Kill-chain)과 살아남은 핵탄두 미사일을 요격하는 MD체계가 더 유용한 방어수단이란 점도 비껴가고 있다.

국제법적으로도 전술핵 배치는 불가능하다.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91년 9월 27일 미소 대통령 간 체결된 '대통령 핵 구상'(PNIs, Presidential Nuclear Initiatives)에 따라 부시 대통령이 선언한 "해외에 배치된 전술핵 파기 및 감축"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NPT 조약 전문에 명시된 핵무기 비확산 정신에 어긋난다. 동 조약 제1조 "핵무기, 기타 핵폭발 장치, 또는 그러한 무기 또는 폭발장치에 대한 핵보유국의 직간접적 양도금지" 제2조 "비핵보유국의 직간접적 양수금지"에도 위배된다.

이들 중 더 큰 문제는 전술핵 재배치이다. '북핵 인정'과 '북핵 동결'은 수그러드는 반면,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이기도 하다. 이들이 주장하는 방식은 나토식 핵 공유이다. 그러나 이 역시 불가능하다. 나토는 운명공동체적 조약이지만, 한미방위조약은 단순한 군사동맹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소와 척을 지면서 미국이 한국과 운명공동체적 관계를 맺기는 어렵다. 무지이든 전략적이든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북한의 저항에 힘을 보태고, 안보에 목말라 하는 국민을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덧붙이는 글 경남도민일보에 송고하였습니다.
#북핵인정 #북핵동결 #전술핵재배치 #비확산조약 #북핵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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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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