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 잡으려 친 그물에 쓰레기가 '가득'

비닐과 플라스틱 덜 쓰기, 우리의 숙제 입니다

등록 2017.10.28 21:15수정 2017.10.2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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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추석 연휴 때 두 번씩이나 창후리 선착장에 갔다. 횟감 생선이나 꽃게가 들어왔나 싶어 갔는데, 갈 때마다 말린 새우와 젓갈용 생새우만 보일 뿐 생선은 별로 없었다. 심지어 수족관이 텅텅 비어 있는 집들도 있었다.


"잡어는 없어요? 전부 새우뿐이네요."
"아침에 오시겨. 배 들어올 때나 있지, 금방 다 나가버려요."

새우 잡느라 바쁜 강화도 앞바다

회를 뜰 수 있는 숭어 대신 찌개용 잡어라도 사갈까 해서 물어보니 그마저도 다 팔리고 없다 한다. 새우 그물에 잡어도 섞여 올라오는데 양도 얼마 안 되는데다 돈도 헐해서 그런지 가게 주인들은 별로 신경도 안 쓰는 눈치다.

 지금 강화도 창후리 어판장에는 새우젓용 생새우가 한창입니다.
지금 강화도 창후리 어판장에는 새우젓용 생새우가 한창입니다.이승숙

지금 강화 앞바다에는 새우 잡는 배들이 한창 성업중이다. 붙박이인 양 한 자리에 가만히 떠있는 그 배들은 물때에 맞춰 그물을 걷어올린다. 이즈음에 잡은 새우로 담근 새우젓을 '추젓'이라고 하는데 가을에 잡은 새우로 담근 새우젓이라 해서 그렇게 부른다.

보통의 경우 5월 중순부터 6월말까지 새우를 잡는다. 그때 잡는 새우로 담근 새우젓은 오젓과 육젓이라 부르며 육젓의 경우 새우 껍질이 얇고 살이 통통하게 올라서 새우젓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친다. 7월은 금어기라 새우를 잡지 않다가 9월 중순께부터 다시 잡는다. 전국 새우젓 생산량의 70% 가까이가 강화에서 만들어진다고 하니, 우리가 맛보는 새우젓 대부분은 강화도산인 셈이다.


강화도는 아래 지방에 비해 추위가 빨리 온다. 그래서 김장도 일찍 하는 편이다. 11월 초순이면 김장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하고 중순 무렵이면 대부분의 집들은 김장을 끝낸다. 김장김치를 담글 때 강화에서는 새우젓을 많이 쓴다. 김장 속을 버무릴 때 무우채며 쪽파, 갓 등속과 함께 생새우도 넣는다. 그래서 그런지 강화도 김치는 개운할 뿐만 아니라 깊은 맛이 난다.

오젓, 육젓, 그리고 추젓 


연휴가 끝난 어느 날 생새우를 사려고 또 창후리 선착장으로 갔다. 배가 막 들어왔는지 어판장은 흥청댔다. 새우젓을 담그려고 온 사람들이 여기저기 기웃대며 구경을 하고 있었고 가게 주인들은 손님 끌기에 열심이었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생어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신선도가 떨어진다. 자꾸 뒤적이며 손을 대면 물이 갈 수 있으니 되도록이면 덜 만져야 한다. 생새우도 마찬가지다. 자꾸 뒤적이면 새우가 상할 수 있다.

 막 잡아올린 새우들이 창후리 어판장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막 잡아올린 새우들이 창후리 어판장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이승숙

무더기로 쌓여있는 새우더미 한 쪽에 꽃게도 보였다. 새우그물에 딸려올라온 것일 테다. 다해봐야 얼마 되지 않을 양이었지만 이미 누가 흥정을 하고 있었다. 

"꽃게도 있네요. 언제 많이 들어와요?"

봄 꽃게가 맛있다지만 가을 꽃게도 그에 못지않으므로 물어보니 새우에 섞여 있는 잡티를 골라내던 여인이 쳐다도 보지 않고 말한다.

"내년 봄에 오시겨. 지금은 새우 잡느라 바빠 꽃게는 안 잡아요."
"대명항에는 꽃게가 많던데 왜 여기는 얼마 없는 거예요?"

말갛고 투명한 생새우로 새우젓을

강화 인근의 김포 대명항에는 꽃게가 많던데 왜 여기는 없는지 물어보니 아주머니의 대답이 시원시원하다.

"그기는 멀리 나가서 잡아오고 여기는 앞바다에서 잡는데, 지금은 새우철이라 꽃게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아주머니의 말마따나 창후리 선착장에서 나는 해물들은 다른 곳들보다 더 신선한 편이다. 바로 앞 바다에서 잡아오니 꽃게도 살아서 벌벌 기어 다니고 새우도 팔딱팔딱 뛸 듯이 신선하다. 이렇게 좋은 생새우를 여기 아니면 어디에서 또 볼 수 있을까. 말갛고 투명해서 새우 속이 다 보일 정도로 신선한 생새우로 담근 젓갈이니 강화도산 새우젓이 좋을 수밖에 없다.

 새우젓용 생새우. 간수를 뺀 소금과 잘 섞어두면 맛있는 새우젓이 됩니다.
새우젓용 생새우. 간수를 뺀 소금과 잘 섞어두면 맛있는 새우젓이 됩니다.이승숙

새우젓용 생새우를 한 말이나 샀다. 주인이 즉석에서 굵은 소금과 섞어 버무려 준다. 이 상태로 한 열흘 정도 지나면 새우가 붉게 익는다. 그렇게 겨울을 나면 곰삭아서 우리가 즐겨먹는 새우젓이 된다. 김장 속에 넣을 생새우도 양껏 많이 샀다.

바다 농사는 달의 움직임에 맞춰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새우잡이 역시 마찬가지다. 보름 무렵에는 달의 힘이 세져서 그런지 물발도 세진다. 힘차게 요동치는 물발에 바다는 뒤척인다.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던 쓰레기들도 거센 물발에 들쑤셔진다. 그럴 때 그물을 걷어올리면 새우보다 쓰레기가 더 많을 정도다. 물살이 세지 않을 때 잡은 새우는 잡티가 별로 없이 깨끗한데 물발이 셀 때 그물을 걷어올리면 온갖 쓰레기들로 뒤범벅이 되어 올라온다.

바다 속에는 쓰레기가 많다

바다가 잔잔할 때 잡은 새우는 얼마나 깨끗한지 초고추장을 뿌려 바로 비벼먹기도 한다. 그러나 물발이 셀 때 걷어올린 그물에는 쓰레기며 잡티 등이 많이 섞여 있어 배에서 일차로 바다물로 씻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잡티 등 속이 많이 섞여 있다. 안 그래도 일손이 달리는 어부들로서는 심히 난감할 수밖에 없다.

가게 바깥에서는 새우젓용 새우를 부지런히 파는데 안쪽에서도 두어 사람이 붙어 앉아 무엇인가를 고르고 있었다. 그이들 앞에는 쓰레기더미나 마찬가지인 무더기가 놓여 있었다. 그냥 보기에도 쓰레기 같은데, 그 안에 뭐가 있다고 저리도 고르는 것일까.

 "바다 속이 이래요." 아주머니의 말처럼 바다 속이 이렇다면 정말 큰일입니다.
"바다 속이 이래요." 아주머니의 말처럼 바다 속이 이렇다면 정말 큰일입니다.이승숙

"이것 좀 보시겨. 바다 속이 이래요."

잡아 올린 게 아까워서 고르고는 있지만 새우보다 쓰레기가 더 많아 손만 많이 갈 뿐이라면서도 아주머니는 연신 손을 놀린다. 아닌 게 아니라 새우가 하나라면 쓰레기는 아홉일 정도로 무더기는 쓸모없어 보였다.

"온갖 게 다 딸려 올라와요. '라면땅'에 '뽀빠이' 과자 봉지까지, 몇 십 년 전에 나왔던 과자 봉지들도 볼 수 있어요. 어떤 때는 이북에서 떠내려 온 쓰레기도 그물에 걸려 올라온다니까요."

비닐과 플라스틱 덜 쓰기, 우리의 숙제

새우를 골라내느라 바쁜 와중에도 아주머니는 작은 꽃게들을 따로 간수했다. 바다로 다시 돌려보내기 위해 따로 고른다면서 바다가 살아야 우리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겠냐고 했다. 건져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어린 꽃게들은 발발거리며 기어 다녔다. 엄지손톱 정도 크기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저 어린 게들이 자라 알이 찬 꽃게가 되는구나.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해 어린 꽃게를 거두는 손길을 보니 일말의 희망을 보는 듯했다. 바다 속이 저렇게 망가져가고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새 생명들은 자라고 있다는 안도감도 들었다.

한창 새우를 잡는 철이라 새벽 4시면 바다에 나간다는 어부 아주머니는 좀 있다 또 바다에 나가야 된다고 했다. 요즘은 하루에 네 번 정도 바다에 나가는데, 쓰레기가 올라오는 그물을 보면 속이 다 탄다고 그랬다.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쓰레기를 매번 치우지만 그 넓은 바다를 무슨 수로 다 치울 수 있을 것인가.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 누기요 중과부적이 아닐 수 없다.

침 뱉고 돌아선 우물을 언젠가 다시 찾아 길어 먹을 일이 생긴다더니 우리가 꼭 그 짝이다. 생각없이 쓰고 버린 쓰레기들이 다시 돌아왔다. 비닐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과제가 우리에게 떨어졌다. 우리는 그 답을  알고 있다. 그러나  실천하기에는 어려운 노릇이니, 이 일을 어찌할 것인가.
#새우젓 #플라스틱 쓰레기 #생새우 #강화도 창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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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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