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만든 고추볶음, 어머니의 맛이었습니다

등록 2017.10.26 14:20수정 2017.10.2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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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갑남

전갑남

가을의 입맛을 돋우는 음식 중 매콤한 애고추조림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광주 막둥이 여동생 집에 왔습니다.

동생은 오빠를 대접한답시고 부산하게 음식을 준비합니다. 꽃게탕을 끓이고 전어회를 떠오고, 맛난 김치 등을 꺼냅니다.

그리고 비장의 무기라도 꺼내듯...

"오빠, 예전 엄마가 요맘때 해주시던 고추볶음 한번 해볼까? 오빠 엄청 좋아했잖아."
"그렇지. 근데 힘들게 뭘..."
"아냐 별로 힘 안 들어. 엄마가 해주시던 솜씨를 내가 발휘해볼게."


동생은 남광주역 새벽시장에서 구한 청양고추를 꺼냅니다. 나더러 꼭지를 따라 하고, 자기는 멸치를 손질합니다. 요즘 나온 풋고추는 자잘하면서 매워 멸치에 볶아먹으면 맛있습니다.


예전 부모님께서 서리 맞기 전, 풋고추를 따다 간장이나 된장에 삭히기도 하고, 연한 것으로는 멸치에 볶아주셨습니다. 가을 풋고추요리는 겨우내 먹을 소중한 밑반찬이 되었습니다.

동생은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예전에 해주셔 맛나게 먹었던 생각이 난 모양입니다.


자, 동생이 멸치볶음을 이제부터 시작합니다.

프라이팬을 달군 후 기름을 두르고 멸치를 달달 볶습니다. 도마에 송송 찧은 마늘을 넣습니다. 뒤 이어 배를 가른 풋고추를 넣고 뒤적뒤적 입니다. 간은 국간장. 마지막으로 깨소금을 술술 뿌립니다.

후딱 만든 고추볶음을 내게 건넵니다.

"오빠, 맛 어때?"
"와, 매콤하고 짭조름 맛나다. 너 어머니 손맛을 이어 받았구나."
"그럼, 엄마 딸이었는데..."

잊혀진 어머니 손맛을 동생을 통해 다시 맛봅니다. 밥 한 공기가 눈 깜짝할 사이 비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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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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