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반값등록금' 약속지키세요"2013년 12월 산타복장을 한 대학생들이 국회 앞에서 국가장학금 예산을 증액하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이희훈
시민촛불혁명은 청소년의 정치참여권리에 당위성을 증명한 중요한 사례입니다. 하지만 이미 탄핵정국 이전부터 이러한 주장과 활동은 있었습니다. 지난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선거권 연령기준 하향권고를 했습니다. 2016년 8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서에도 선거권자 연령을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안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국민주권의식을 몸소 행동으로 보여준 청소년들에 정치참여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정치이슈에 대해 관심을 거두길 바라는 당리당략이 여전합니다. 민주주의의 발전과 참정권확대라는 대의 원칙 위에 군림하고 있습니다.
18세 참정권을 주장하는 이유는 국방, 납세, 혼인, 공무담임권 등 국민의무와 권리의 상징을 넘어 살펴봐야합니다. 교육정책이 그렇습니다. 청소년과 바로 직결되는 교육은 정책이 마련되면, 시행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청소년들이 교육정책을 판단하고 평가하게 될 것입니다.
17대 대선 때 나온 대학반값등록금 정책이 그랬습니다. 선심성 정치공약에 당시 청소년들은 공약에 대한 지지 또는 타당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정치적 판단행위를 했습니다.
지난정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과정에서 일부 학교가 이를 채택하자 국정교과서를 거부하는 청소년들의 집단행동이 있었습니다.
학교 밖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판단과 비전으로 공교육을 선택하지 않는 청소년의 행위도 정치에 대한 비판의식이 기본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교육감 직선제 이후 파격적으로 나온 다양한 혁신 정책들은 당사자인 청소년들의 이해와 맞닿아 있고 이에 따른 자기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한 행위 또한 정치적 의사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청소년 아르바이트를 통해 최저시급과 노동인권과도 직결되는 등 청소년 생활환경의 중요한 부분들이 정치로 연계되며 이를 판단하고 이야기하는 문화가 존재합니다. 특히 교육감선거에서조차 청소년 참정권이 주어지지 않는 것은 청소년층이 기본권 있어 차별받고 있는 상황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청소년 정책은 청소년의 손으로청소년의 정치참여에 대해 미성숙하다고 저평가하는 논리의 본질은 특권의식입니다. 학생이라는 이유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8세 선거권을 반대해선 안됩니다. 인생의 어느 단계에 이르렀을 때 가능한 여역으로 구분 지어서는 안됩니다.
지금 시대의 유권자는 선거권을 행사하기 위해 선거제도에 대한 기본적 구조를 이해하는 바탕에서 정보와 소신을 가지고 투표에 임합니다. 청소년들도 충분히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정보를 향유하는 능력과 멀티태스킹에 최적화된 청소년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정치기사를 접합니다. SNS를 통해 집단지성의 장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사회이슈에 대한 자기주체성을 스스로 학습하며 정립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청소년 참정권 반대논리에서 제기하는 '맹목적인 정치집단성'을 보이는 것이 아닌 정치적 의사결정에 있어 소신을 드러내는 성향으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중앙선관위도 선거권연령 하향제안의 이유로 정치.사회의 민주화, 교육수준의 향상,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정보교류로 인하여 18세에 도달한 청소년도 독자적인 신념과 정치적 판단에 기초하여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과 소양을 갖추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국회는 18세 참정권에 대해 '3년을 유예하자'는 언급을 하는 등 눈에 보이는 정치적 유·불리만을 계산하며 촛불로 나타낸 정치개혁의 메시지를 간과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18세 참정권을 맞는 적정 시기는 지나도 한참 지나 있습니다. 국회의 발언은 정당차원의 대비와 체질개선을 위한 시간을 벌겠다는 것으로 그동안 청년청소년정책과 참정권 보장에 얼마만큼 소홀했는지를 반증할 뿐입니다. 국회는 입법부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확대의 원칙에 따라 18세 참정권을 조속히 개정해야합니다.
피선거권 연령 제한, 70여년 동안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