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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생태
고흥이라는 시골에서 살며 아이들하고 자전거를 몰아 숲길을 달리다가 버섯을 처음 만나던 때를 두고두고 떠올립니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그때 숲버섯을 딴 일을 또렷이 떠올려요. 겨울이 지나고 봄을 맞이하면, 여름으로 접어들면, 가을이 깊으면, 때랑 철이랑 날에 따라 다른 버섯이 돋는 숲은 그야말로 나물밭이라 할 만합니다. 아니 버섯밭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쩌면 버섯숲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이 그렇듯 버섯도 다른 생물과 유기적으로 공존하며 생태계의 한편을 담당합니다. 그중에서도 나무의 구성물질인 리그닌과 셀룰로오스를 분해해 생태계 순환의 큰 고리 역할을 합니다. 살아 있는 나무와 영양을 주고받으면서 나무의 생장을 돕기도 하고 때로는 살아 있는 나무에 침투해 큰 피해를 입히기도 하지요. 그런가 하면 수많은 곤충의 먹이가 되고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어 곤충이 번식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4쪽)버섯숲이란, 버섯골이란, 버섯밭이란 얼마나 넉넉하고 아름다운 자리인가 하고 생각합니다. 버섯은 풀이 아닌 곰팡이 가운데 하나라고 할 만하다는데, 막상 이 곰팡이라는 버섯으로 밥을 짓거나 국을 끓여 보면 얼마나 맛나면서 냄새가 그윽한지 몰라요. 더구나 버섯은 구워서 먹어도 맛나지요. 버섯만 따로 굽든, 고기하고 함께 굽든, 더덕이나 당근이나 감자랑 함께 굽든, 이래저래 맛을 한껏 끌어올립니다.
제가 집에서 버섯구이를 하면 아이들 수저질이 매우 잽쌉니다. 밥그릇을 뚝딱 비우지요. 이 놀라우며 반갑고 고마운 버섯을 다룬 <화살표 버섯 도감>(자연과생태 펴냄)을 찬찬히 넘기면서 이 땅 곳곳에서 숲을 가꾸는 몫을 살그마니 맡는 버섯을 새삼스레 헤아려 봅니다. 640쪽에 818가지 버섯을 놓고서 3500장에 이르는 사진을 보여주는 엄청난 도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