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받으세요'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경기도 평택 험프리스 미군 기지에서 열린 오찬에서 연설을 마친 뒤 문재인 대통령에게 연설을 제의하며 마이크를 넘기고 있다.
연합뉴스
탄도 중량 해제, 전략무기 획득 등 주변국과 갈등 우려실리를 챙긴 부분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평택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에서 맞이했다. 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청와대 경내가 아닌 외부에서 맞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파격적인 의전을 보인 것이다. 여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방위비분담금 문제를 제기한 것에 일정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평택미군기지는 한국이 부지를 제공하고 100억 달러에 달하는 조성비용의 92%를 부담한 곳이다.
문 대통령은 "한미 동맹의 미래와 대한민국의 기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평택기지를 함께 방문했다"라며 "앞으로도 합리적 수준의 방위비를 분담함으로써 연합 방위 태세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도 비용을 부담했다.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지출한 것이지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전히 불만을 가진 발언이었지만 그동안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를 비판했던 것과 비교해서는 많이 누그러진 모습이다.
한국의 미사일 탄도 중량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기로 한 것과 첨단 정찰자산 등 미국의 전략자산을 획득하기로 한 것에는 명과 암이 동시에 존재한다. 두 가지 조치 모두 한국의 국방력을 높이고 북한에 대한 억제력을 끌어올릴 기회는 맞지만 주변국과의 갈등 우려가 제기된다. 사드 배치와 마찬가지로 중국과 갈등 요인이 될 수 있고, 일본의 군사력 강화에 명분이 될 수도 있다. 또 무기 구매에 막대한 액수를 써야 한다면 재정적 부담과 함께 국내 반대 여론도 감당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회견에서 "첨단 정찰자산을 비롯해 미국이 보유한 군사적 전략자산의 획득에 대해 한미 간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며 "이는 한국의 자체 방위능력과 한미연합방위능력을 향상시키는데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수십 억 달러에 달하는 무기를 주문하는 것으로 말했다. 미국에서도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전략자산에는 그동안 얘기해 온 핵추진 잠수함과 최첨단 정찰자산이 포함돼 있다"라며 "핵추진 잠수함, 최첨단 정찰자산 등 2가지는 우리 정부가 향후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무기획득의 프로세스가 시작됐지만 즉시 결론이 나지 않은 부분"이라며 "구입을 할 수도 있고, 한미가 같이 개발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기술적인 측면에서 함께 검토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무기 판매 실적 올리고 한미FTA 개정에 고강도 압박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한국의 미 전략자산 구매 결정을 이번 회담의 최대 성과로 꼽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확대정상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한국이 미국의 군사 시설물과 무기를 구입하기로 한 데 대해 감사한다"라며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평택미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한국이 앞으로 주문할 미국산 군사 장비의 양이 늘어날 것"이라며 "한미 간 무역적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의 불공정성을 강조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양국이 FTA 개정 협상을 이제 막 시작한 상황에서 미국 측에 유리한 개정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그는 "(한미FTA는) 성공적이지 못했고 미국에 그렇게 좋은 협상이 아니다"라며 "우리 측과 더 나은 협상을 하길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자유롭고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의 혜택을 함께하기 위해 한미 FTA 관련 협의를 신속히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라고 응수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양 정상의 합의를 통해 한미FTA 개정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협상이 빨라지면 국내 산업별 이해관계가 첨예한 한국 측에는 불리한 측면이 있다. 미국은 자동차, 철강 품목 분야의 무역적자 해소와 한국의 미국산 농산물 관세 철폐 일정 단축, 서비스 시장 개방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의 요구가 반영될 경우 농업 분야를 비롯해 국내 산업 분야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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