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대회서 무릎꿇은 바른정당올해 1월 24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인사말에 나선 김무성 의원이 "박근혜 정부의 일원으로서 대통령의 헌법위반과 국정농단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통절한 마음으로 국민여러분께 사죄드리며 용서를 구한다"며 동료 의원들과 함께 무릎을 꿇고 있다.
남소연
박근혜 탄핵을 계기로 한국 정치 질서가 흔들리며 새로운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다. 그래서 이 사건은 대한민국 역사의 분기점이 될 만하다. 김무성은 그런 분기점을 만드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보수 지도자였지만, 결정적 순간에 보수를 흔드는 진보적 역할을 한 셈이다.
그랬던 김무성이 지난 6일, 8명의 바른정당 의원들과 함께 자유한국당 복당을 선언했다. '후한무치한 새누리당'을 운운했던 그가 불과 10개월 만에 새누리당 계승자인 자유한국당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유승민 체제 하의 바른정당에서는 정치적 미래를 기약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김무성의 당적 변동은 여느 당적 변경과 질적으로 판이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켰다 해도, 자유한국당이 새누리당 후계자라는 엄연한 사실은 부정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은 '신(新)새누리당'이지 않나.
새누리당 정권은 단순한 '이전 정권' 혹은 '과거 정권'이 아니다. 국민들의 총의에 의해 부정되고 거부된 '이전 시대' '과거 시대'의 유물이다. 그래서 '신새누리당'으로 돌아가는 것은, 1960년 4·19 이후의 정치인이 4·19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 1987년 6월 항쟁 이후의 정치인이 6월 항쟁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다. 단순히 이쪽저쪽 왔다 갔다 하는 문제가 아니라,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일이다.
그런데도 돌아가는 것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드는 지금 상황의 역사적 의미에 둔감하거나, 둔감하지 않다면 당면한 '정치적 생계'에 매몰돼 있다는 뜻일 것이다. 정치적 생계가 다급해서 그런다 해도 그런 변명은 성립되지 않는다. 자기 앞가림도 못할 정도인 사람이 국민을 위해 정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제까지 역사의 물결을 거슬러 올라간 정치인치고 잘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가수 강산에의 노래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에 나오는 연어가 아닌 이상, 인간 세상에서 결정적 순간에 역사의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 사람치고 잘된 경우는 찾기 힘들다. 역사에 대한 성찰이 무(無)한 사람들이나 벌이는 일이다.
평소에 보수정당을 떠났다가 도로 돌아가면 '철새'가 될 수 있지만, 역사적 전환점에서 그런 일을 하면 철새 정도가 아니라 '역사의 죄인'까지 될 수 있다. 21세기 초반을 기록할 후대 역사서에서 두고두고 손가락질할 만한 일이다. 김무성의 행보는 그 정도로 어리석은 일이다.
조민수와 이성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