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1일 교육부가 수능개편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하자 입시학원가에서는 '고등학교 1학년 반색, 중학교 3학년 안도, 중학교 2학년 경악'이라고 표현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중학교 모습.
연합뉴스
지난 8월 말 교육부가 수능개편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해부터 예고되었던 문·이과 통합 수능이 1년 뒤로 미루어졌다. 여론은 결함이 많았던 수능 개편안을 더욱 보완하여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 기회라며 교육부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2021학년도 수능을 치를 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는 반발이 일고 있다. 이들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고등학교 교육을 받은 이후에, 개편될 것으로 예정되었던 2021학년도 수능을 보게 된다. 여기서 문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예정되어 있던 수능 개편안에 맞춘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이라는 것이다. 결국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것과 거리가 있는 수능을 치르게 된다. 이는 학생들의 혼란을 야기하고, 학부모들의 불안을 심화하여 사교육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 수 있다.
물론, 숙고 없이 개편된 수능은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했을 것이며, 3년 예고제로 문제해결에 시차가 발생해 피해자는 증가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유예한 것이 다행이다. 그러나 분명히 지금의 결정에도 피해자는 존재한다. 게다가 지난 2001학년도 수능을 치렀던 일명 '이해찬 세대'를 보면 한 세대의 혼란은 그 세대에서 그치지 않는다. 급격한 교육 정책의 변화로 인한 학력 저하는 그 다음 수능의 재수생 대거 유입으로 이어졌고, 이는 또다시 수험생들의 혼란과 불안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2022학년도 수험생들은 수능 개편안이 처음으로 적용된 수능을 치르게 된다.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부담은 상상할 수도 없다.
전국의 많은 고등학생들은 수능만을 바라보며 3년을 보낸다. 뿐만 아니라 중학생, 초등학생들도 대입을 목전에 둔 사람처럼 공부한다. 요즘은 유치원도 가지 않은 어린 아이의 부모들도 입시 설명회를 듣는다 한다. 이런 현실에서 수능과 고등학교 교육의 변화는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며, 굉장한 여파를 동반한다. 상황은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이제 와서 유예를 무를 수도, 교육과정을 또다시 개정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그냥 두고만 볼 것인가? 교육부에게는 1년의 시간이 주어졌다. 그동안 생각해야 할 것은 수능개편안만이 아니다. 이미 뿌려진 씨앗을 어떻게 거둘 것인가, 교육부가 이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논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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