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팰리스양재천에서 바라본 타워팰리스 1차 A, B, C동(오른쪽부터) 모습.
전상봉
타워팰리스는 이건희의 복합화 경영철학에 입각하여 최고 93층 높이로 계획됐다. 문제는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가 93층 아파트를 짓는데 부정적이었다. 서울시와 갈등을 벌이던 삼성은 1999년 5월 타워팰리스 1차분 건설공사를 시작하여 2002년 10월 완공했다.
타워팰리스 1차는 4개동(A동 59층, B동 66층, C동 59층, D동 42층)으로 지어졌다. 1차분 1499세대는 50평(116세대), 57평(320세대), 68평(429세대), 72평(218세대), 101평(102세대), 124평짜리 펜트하우스(30세대)로 구성됐다. A, B, C동 꼭대기 5개층에 배치된 펜트하우스는 92평과 32평을 터서 만들었다. 비교적 작은 평형에 해당하는 20평, 30평, 40평형대는 D동에 배치된 200여 세대에 불과했다.
타워팰리스 2차는 2000년 착공되어 2003년 2월 완공됐다. 961가구가 입주한 2차 2개동(E, F동)은 55층 높이로 용적률은 923%, 건폐율은 39%이다. 단위세대의 면적은 92㎡(방 2개, 욕실 1개)와 326㎡(방 4개, 욕실 3개)로 구성됐다.
서울시와의 갈등 속에 69층 높이로 지어진 타워팰리스 3차(G동)는 2001년 착공하여 2004년 4월 완공됐다. 완공 당시 G동은 전국에서 제일 높은 건물(69층 264m)인 동시에 가장 비싼 아파트였다. 3차 G동의 용적률은 791%, 건폐율은 39%이고, 480가구가 입주한 단위세대의 면적은 155㎡(방 2개, 욕실 1개)에서 340㎡(방 2개, 욕실 1개)이다.
타워팰리스의 구별짓기"평범한 사람들과 자신들을 구별 짓고자 하는 태도는 삼성 고위 임원들의 공통된 특징이었다. 물론, 이런 태도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은 이건희다. 삼성은 서울 도곡동에 타워팰리스를 지으면서 대단한 공을 들였다. 이건희의 지시 때문이다. 2002년 10월 타워팰리스가 첫 입주자를 받을 무렵, 이건희는 입주자 자격 심사를 하라고 했다. …… 당시 이건희는 삼성 고위 임원,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으로 성공한 사람, 문화 학술계 유명인사 등을 입주 자격으로 내세웠다. 이건희는 일종의 우생학적인 생각을 품고 있었던 듯하다. 뛰어난 사람들을 따로 골라내서, 그들이 대중과 섞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 말이다. 순수혈통을 고집하는 배타적인 인종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태도인데, 아마 이건희가 생각하기에 가장 우월한 인종은 삼성 고위 임원이었을 게다" - 김용철, <삼성을 생각한다>, 247~248쪽타워팰리스는 강남의 부와 권력을 상징한다. 초고층 높이에 넓은 주차장, 첨단 경비 시스템에 수영장, 골프연습장까지 갖춘 타워팰리스의 등장은 주거문화의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한마디로 타워팰리스는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인 동시에 극히 소수의 특권층만이 분양받을 수 있는 아파트였다.
삼성은 타워팰리스 1·2·3차를 모두 특정 계층만을 대상으로 비공개 분양했다. 고급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는 이유로 대기업 임원, 고위 공무원, 교수 등에 한해 분양됐다. 집값과 관리비 또한 평범한 샐러리맨이 분양받아 살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타워팰리스의 정확한 분양가는 공개된 바 없다. 당시 강남구의 아파트 가격과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을 비교해 보는 것으로 타워팰리스 분양가를 추정해 볼 뿐이다. 타워팰리스가 분양될 당시 강남구 아파트 평당 가격은 평균 1458만원으로 서울 평균 722만원보다 2배 이상 비쌌고, 최저인 도봉구와 금천구(474만원)보다는 3배 이상이었다.
고급 주거공간을 만들기 위해 타워팰리스는 다양한 시설들이 구비됐다. 1499가구가 입주한 1차분의 경우 3695대의 주차 공간과 40대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입주민을 위한 수영장과 연회장, 골프연습장, 스트리트몰 등은 기존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시설이었다. 최고급 마감재 뿐 아니라 주민의 안전과 보안을 위해 다양한 장치를 적용했다. 출입할 때 필요한 카드(RF와 ID카드) 키와 2000여 대의 폐쇄회로 TV와 지문 감식 시스템이 더해졌다.
각 동 중간층에는 연회장, 헬스클럽, 독서실 등 호텔급 편의시설이 들어섰고, 외부 손님을 위한 게스트룸(양실, 한실 각 1개)이 따로 마련됐다. 또한 당구장, 노래방, 비디오방, 공동세탁실은 물론 입주민들의 사교공간인 클럽하우스도 갖췄다. 아파트 입구에 들어선 상가동에는 사우나, 수영장, 골프연습장이 설치되어 입주자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타워팰리스가 건설된 이후 50층 이상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성냥갑(판상형) 아파트를 제치고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여의도의 대우트럼프월드(2002), 삼성동의 아이파크(2004), 논현동의 동양파라곤(2004), 목동의 하이페리온(2003) 등 타워형 주상복합아파트가 이 무렵 지어졌다. 2000년대 중반 우후죽순처럼 건설된 주상복합아파트는 아파트의 대형 평형을 주도하고, 부동산 버블을 일으킨 주범이기도 했다.
타워팰리스 주민의 값 싼 우월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