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괴롭힌 아이가 주는 약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김미라, 키 큰 나무 <엄마 약>

등록 2017.11.20 18:44수정 2017.11.20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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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아이는 사탕 한 알로 울음을 달래기도 합니다. 아픈 아이는 따스히 어루만지는 손길로 아픔을 씻기도 합니다. 외로운 아이는 포근히 안는 품으로 외로움을 털기도 합니다.

어쩌면 어른도 이와 같을 수 있습니다. 사탕 한 알이 달갑지 않다면 떡 한 점으로 울음을 달랠 수 있습니다. 따뜻하게 속삭이는 말 한 마디로 아픔을 씻을 수 있습니다. 가만히 내미는 손이나 살며이 어깨동무하는 마음을 받으면서 외로움을 털 수 있습니다.


 겉그림
겉그림키즈엠
제가 엄마 허리에 올라가서 콩콩 뛰었어요.
밥 먹기 싫다고 소리도 질렀어요.
또 엄마 눈을 자세히 보려다가 엄마 눈을
손가락으로 찔렀어요. 장난감을 어지르고
유치원에서 돌아와서 손도 씻지 않았어요.
그리고 또 또……. (13쪽)

그림책 <엄마 약>(키즈엠 펴냄)은 어머니한테 무엇이 약이 되는가를 넌지시 들려줍니다. 이와 맞물려서 어머니한테뿐 아니라 아버지한테도, 아이한테도, 또 할머니나 할아버지한테도 무엇이 약이 될 만한가를 들려주지요.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하루 내내, 어쩌면 이 하루뿐 아니라 여태 내내 어머니를 괴롭혔는지 모릅니다. 어머니는 아이를 돌보다가 그만 끙 하고 드러눕습니다. 아이가 하려는 대로 모두 내버려 두기로 합니다. 어질러진 방을 안 치우기로 하고, 손이며 낯을 안 씻는 아이한테 그래 씻지 말라고 하지요. 밥을 안 먹겠다니 밥을 안 짓고 안 차리면 돼요.

어머니가 끙끙 앓는 모습을 본 아이는 깜짝 놀라요. 아니! 어머니도 앓아눕는다니! 아이는 어떡해야 할까요? 아이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아이는 그동안 어머니 곁에서 무엇을 보면서 자랐을까요?

엄마, 나 왔어.
내가 엄마 아픈 거 다 낫게 해 줄게. 이리 와 봐. (19쪽)


약국에서 대단한 약을 한 자루 사올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훌륭한 의사를 모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집이나 대단한 약이나 훌륭한 의사가 있어요. 바로 따뜻한 사랑이 대단한 약이요, 따뜻한 사랑으로 어루만지거나 쓰다듬을 줄 아는 사람이 훌륭한 의사입니다.

어머니나 아버지나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아이한테 의사 노릇을 합니다. 때로는 아이가 어머니나 아버지나 할머니나 할아버지한테 의사 노릇을 해요.


 속그림
속그림키즈엠

사탕 한 알이나 떡 한 점이 약이 되곤 하며, 부드러운 말마디나 고운 노랫가락이 약이 되곤 해요. 무엇보다도 서로 아낄 줄 아는 마음에서 피어나는 사랑이 가장 훌륭한 약 구실을 합니다.

아플 적에는 바로 사랑이라는 약을 먹습니다. 아프지 않은 여느 때에는 사랑이라는 밥을 먹지요. 아침저녁으로 즐겁게 놀거나 일하는 힘은 우리가 저마다 돌보는 보금자리에서 손수 짓는 사랑에서 비롯하지 싶습니다.

그림책 <엄마 약>에 나오는 아이는, 그동안 제가 아플 적에 어머니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를 돌아보면서 그대로 합니다. 아이는 어머니를 괴롭힐 뜻이 없거든요. 어머니하고 신나게 놀고 싶었을 뿐이에요. 어머니가 다시 씩씩하게 기운을 낼 수 있기를 바라지요. 여태 '엄마 밥'하고 '엄마 약'을 받으며 자란 아이는, 이제 어머니한테 '아이 약'을 내밉니다.
덧붙이는 글 <엄마 약>(김미라 글 / 키 큰 나무 그림 / 키즈엠 / 2017.4.14. / 1만 원)

엄마 약

김미라 지음, 키큰나무 그림,
키즈엠, 2017


#엄마 약 #김미라 #키큰나무 #그림책 #어린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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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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