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그림. 어느덧 아이들은 서로 동무가 되고, 어머니는 덩그러니 외롭다. 이때에 아이는 어머니한테 어떤 말을 들려줄까?
최종규
다섯 살 아이 어머니는 세발자전거를 타다가 자빠집니다. 아이들은 처음에 깜짝 놀랐겠지만 이내 깔깔깔 웃음을 터뜨렸으리라 생각해요. 또는 "안 다쳤어?" 하며 달래거나 다독였을 수 있어요. 아이들은 차츰 마음이 가라앉고, 새로운 동무를 사귑니다. 서로 아끼면서 보듬는 마음이 되어요. 이제 아이들은 저희끼리 잘 놀고 잘 웃습니다.
다만 한 사람은 시무룩해요. 바로 '다섯 살이 되어 어린이집에 있는 어머니 한 사람'만 시무룩하고 외롭습니다. 이때에 어머니네 아이는 어머니한테 어떤 말을 들려줄까요? 아이는 어머니 마음을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요?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덩그러니 남을 적에는 외롭기 마련입니다. 아이도 어른도 덩그러니 떨어진다면 시무룩하기 마련이에요. 아이는 틀림없이 혼자서 모든 일을 잘 해낼 수 있고요, 아이는 참말로 새로운 동무를 씩씩하게 사귀며 잘 놀 수 있어요. 그러나 기다려 주어야지 싶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기운을 낼 때까지 어버이는 곁에서 가만히 지켜보며 기다려야지 싶어요.
한 시간 만에 씩씩할 수 있고, 하루나 이틀 만에 씩씩할 수 있어요. 때로는 한 달이 걸릴 수 있고, 한두 해나 서너 해가 걸릴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더 빨리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익숙해야 하지 않아요. 때로는 도무지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익숙하지 못할 수 있어요.
넉넉하게 너그럽게 넓게 느긋하게 기다리며 지켜볼 적에 아이들이 활짝 웃으면서 무럭무럭 자란다고 느껴요. 그림책 <우리 엄마는 다섯 살?>은 다섯 살 아이를 둔 어버이뿐 아니라, 열 살이나 열다섯 살 아이를 둔 어버이한테도 좋은 길동무가 되리라 생각해요. 나이가 더 있어도 아이는 언제나 아이라는 대목을 헤아리면서 따스하게 품고 아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엄마는 다섯 살?
에릭 베이에 지음, 폴린느 마르탱 그림, 이정주 옮김,
어썸키즈,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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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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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탈출' 실패한 엄마, 다섯 살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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