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를 위한 자본주의, 그 불평등을 깨려면

[서평] 조지프 스티글리츠 <거대한 불평등>

등록 2017.11.24 11:51수정 2017.11.2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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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8월 28일,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세기의 연설을 했던 바로 그때 25만 군중 한가운데 스무 살 청년이 서 있었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였다. 킹 목사의 연설을 듣는 동안 스티글리츠는 여러 가지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

킹 목사의 연설에는 불평등과 가난이 미국 사회의 암적 요소이며 민주주의와 경제를 약화시킨다는 혜안이 담겨 있었다.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소명으로 삼는다. 킹 목사의 통찰을 스티글리츠는 자신의 도구인 경제학을 통해 끊임없이 해결하고자 노력해온 대표적인 경제학자이다.


경제학자 스티글리츠는 '정보경제학' 분야를 개척해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한다. 그는 완전경쟁을 불가능하게 하는 '정보의 비대칭'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는데 이를 통해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다. 스티글리츠는 시장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주류 경제학에 반기를 들고 끊임없이 '공정한 경제'를 외쳐왔다.
거대한 불평등 지은이: 조지프 스티글리츠
거대한 불평등지은이: 조지프 스티글리츠열린책들
세계은행 부총재로 재직 시에는 아시아 금융 위기에 대응하는 국제통화기금의 재정 긴축과 고금리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였고 자신이 속한 세계은행이 후진국의 빈곤과 빈부 격차를 심화시킨다고 비판하다가 미국 정부와의 갈등을 빚기도 했다.

대부분의 주류 경제학자들이 불평등과 가난의 문제는 경제학의 관심이 아니며 오직 성장과 효율성만을 강조할 때도 그는 끊임없이 불평등과 가난을 자신의 핵심 연구주제로 삼았다. 경제학자지만 때로는 그에게서 선지자적인 풍모가 느껴질 정도다.

스티글리츠는 이단아로만 남지 않았다. 그는 미국 금융위기 전부터 위기를 끊임없이 경고했던 대표적 경제학자였다. 그의 경고대로 2008년 미국은 극심한 금융위기를 겪었고 미국의 불평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낙수효과'는 이미 실패로 판명 났다는 그의 일갈에 이제 모두가 귀를 기울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불평등은 선택의 결과다

성장은 모두의 풍요를 보장하지 않는다. 오직 상위 1%의 부가 증대되었을 뿐이다. 불평등의 심화는 지금 현재 미국 경제위기의 핵심 문제라고 스티글리츠는 분석한다. 그런 점에서 피케티의 문제의식과도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안과 뉘앙스에서는 차이가 있다.


피케티는 풍부한 역사적 통계자료를 통해 자본 수익이 노동 수익보다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여 자본주의하의 불평등이 불가피한 결과라는 결론을 내놓으며 다소 비관적 뉘앙스를 보인다. 반면 스티글리츠는 분명히 언급한다. 지금의 불평등은 우리가 선택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선택도 가능한 것이며 이점에서 스티글리츠는 다시 정치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지금의 1%를 위한 '짝퉁 자본주의'는 그럼 누가 만들었는가. 스티글리츠는 87년 레이건 정부가 연준 의장직으로 임명한 그린스펀을 가장 먼저 지목한다. 전 의장이었던 폴 볼커는 금융을 분명히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던 인물이다. 반면 그린스펀은 극단적인 시장주의자로서 모든 규제를 원천적으로 반대했다.


그린스펀의 낙관적 기대 아래 낮은 금리로 시장에 공급된 풍부한 유동성의 수혜자는 누구였는가. 바로 1%의 '지대 추구자'들이었다. 과도한 수익률의 욕망에 사로잡힌 월스트리트의 로비로 가능했던 99년 11월 '글래스-스티걸 법'의 폐지는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분리를 더 이상 불가능하게 했다. 금융의 고삐가 풀려버린 것이다.

이에 더해 조지 W. 부시는 대규모 감세정책을 펼친다. 레이건이 증명하지 못한 낙수효과를 다시 기대한 것은 과연 정치인만의 책임인가. 스티글리츠는 이 문제를 방조한 주류 경제학자들의 책임 또한 언급한다.

2017년 현재,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은 새로운 소생의 길을 찾았는가. 스티글리츠가 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공적자금으로 살려낸 금융기관들은 무리한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 국민 세금으로 살려냈더니 여전히 자본력을 바탕으로 수익률을 쫓고 있다. 과연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이명박 정부는 감세정책으로 철 지난 낙수효과를 부르짖었고 박근혜 정부 역시 '빚내서 집 사세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 결과 현재 한국은 가계부채 1400조의 폭탄을 어떻게 처리할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토지+자유연구소'의 분석에 의하면 2015년은 대한민국 부동산 소득이 482.1조 원으로 GDP의 30.8%에 달했다. 이쯤 되면 한국은 그야말로 지대 추구자들의 천국이다. 더군다나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는 미국에 비해서도 1/4에 불과하다.

중산층의 꿈을 접고 있는 다수의 미국인들은 무력한 현실에 대한 분노로 트럼프를 뽑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대표적인 부동산 투기업자로 지대추구의 성공신화를 일궈온 인물이다. 정치가 중요하지만 대중의 분노가 얼마나 허망한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지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

미국과 한국 시민사회의 차이, 촛불 시민혁명

촛불시민혁명으로 당선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여러모로 스티글리츠의 대안과 접목되는 지점이 많다. 일자리 창출로 가계소득을 늘리고 소비를 확대하는 내수 중심의 성장전략이 그러하다.

그러나 분명히 기억할 것은 스티글리츠는 과도한 지대추구를 가능하게 한 감세정책과 금융정책을 철저하게 개선하는 과감한 경제개혁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도 지대추구에 대한 발본색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정치가 중요해진다. 지대추구를 조세개혁을 통해 막아낸다면 효율성과 형평성이 증가되는 것이 자명함에도 1%의 강력한 저항이 전개되어 실행을 막고 있다. 99%의 깨어있는 시민들의 자각과 정치력 행사가 결정적으로 중요해지는 지점이다.

스티글리츠는 혁명을 말하지 않는다. 지금의 개혁이 1%에게도 유리하다고 강조한다. 자본주의라는 한 배를 타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익이라는 것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1%의 지대추구도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시민사회는 1%의 지대추구를 막아내고 새로운 자본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가. 촛불시민혁명을 이룩한 대한민국을 세계 시민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승리의 경험은 그 어떤 경험보다 중요한 자산이다. 불평등은 정치적 선택이다. 다시 말해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길도 정치적 선택으로 찾을 수 있다. 더 큰 승리를 위해 시민사회는 계속 전진해야 한다.

거대한 불평등 -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이순희 옮김,
열린책들, 2017


#촛불시민혁명 #거대한불평등 #지대추구 #자본주의 #스티글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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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은 이 땅의 모든 생명이 존엄하다는 믿음으로 태어나면서 모두에게 주어진 토지권과 주거권을 보장하는 정신입니다. 희년정신을 한국 사회에 전파하기 위해 토지배당, 기본소득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희년함께 희년실천센터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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