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아시아 미래포럼 현장일의 미래에 '당신'은 어느자리에 서있는가. 리처드 프리먼 교수
한인정
[기조연설 1] 로봇을 소유할 이들은 누구인가 노동경제학의 대가 리처드 프리먼 교수(하버드 경제학과)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일의 미래'라는 주제로 첫 기조연설을 맡았다. 그의 첫 질문은 과연 어떤 직업이 AI보다 비교우위를 갖을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35년 이내에 로봇이 모든 것을 다 수행할 수 있으며, 지금도 1,000개가 넘는 기사가 AI에 의해 작성된다는 설명이다.
"얼마 전 학생과 대화하면서, 내가 했던 말을 잊어버린 적이 있는데, 구글과 뇌가 연결되어 있는 로봇이라면 그렇지 않았겠죠? 그렇다면 제 자리도 로봇이 대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농담처럼 던진 말이지만 앞으로 우리의 미래는 로봇과 경쟁하게 될 수도 있다. 그는 전날 만난 삼성의 웨이퍼라는 로봇의 예를 들었다. 과거에 인간이 자재를 운반하던 역할을 대체한 웨이퍼는 인간보다 훨씬 우위를 가진다는 것이다. 작년에 있었던 한국의 이세돌 기사와 대국 역시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라고 전했다.
DEEP STEP이라는 토론토 대학에서 개발한 로봇은 상대방 선수의 표정 변화를 읽고 시각적인 인지능력을 갖고 감정을 파악한다. AI성장 부분을 확인하면, 월가의 거래수입, 의사들의 영상판독, 소셜미디어 분류 등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가히 비약적으로 AI가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인간보다 AI가 더 나은 대체제로 발전하고 있으며, 그 속도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군다나 로봇의 비약적 발전은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선점하게 될 것이고, 사장은 사람이 아닌 로봇을 고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은 증명된 사실이에요. 노동소득비율의 하락속도는 한국이 스페인, 이탈리아에 이어 3번째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제 세상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인간이 로봇에 비교우위로 경쟁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 같습니다. 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가학습하는 AI를 이길수 있을까요. 얼마 전 네이쳐(NATURE)에서 나온 연구결과에 의하면 바둑로봇은 단 2일만 소요하면, 가히 국가의 최고 바둑기사들을 100:0으로 이긴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로봇에 프로그램을 1000개 정도 넣게 되면, 만능이 되는 거죠.""당신이 사장이라면 누구를 고용하시겠습니까. 기업의 윤리적 책임으로 인간과 로봇의 경쟁에서 인간을 고용하는 것이 기업이라는 생태계에서 윤리적으로 어느 정도 지속가능한 일인가요?"
그는 확신했다. "우리는 이미 로봇을 이길 수 없습니다."그렇지만 그는 해답을 인간의 비극으로 결정짓지는 않았다.
그의 문제인식은 그 로봇을 '누가 소유할 것인가'와 관련한 문제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지금은 로봇으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을 일부 기업이 독점하고 있지만, 로봇을 개발하는 회사의 주식을 국가가 일정 부분 가지고, 국민들에게 지분을 분배한다면 어떨까. 스웨덴 같은 경우에는 로봇기술의 민간투자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상상력에 한 표를 던져본다. 만일 인간이 로봇을 공동으로 소유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가. 이미 기울어진 로봇과의 경쟁에서 일자리를 두고 싸워야 하는가? 아니면,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아테네의 학자들처럼 고상하게 사랑하며, 행복한 철학논쟁도 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로봇을 함께 소유할 수 있다면, 우리의 향후 고민은 훨씬 나은 삶에 대한 것입니다."그는 중요한 지적을 던지고 있었다. 자동화는 허상일 것이라고, 인간은 로봇을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하기보다 어떻게 로봇을 통해서 우리의 나은 삶을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열 것인지를 실질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내놓고 있었다. 그는 마음이 급하다고 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는 아닌가 걱정된다고도 했다.
"우리는 앞으로 로봇에 의해 지배되는 세상이 아니라, 로봇을 가진 이들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달려가는 급행열차에 타게 될 것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를 떠올리게 되는건 우연일까? 그의 지적이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