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의 화재.4백년 넘는 세월 동안 건설된 대성당이 한 순간의 화재로 파괴되었다.
노시경
당시의 대화재로 대성당의 탑과 스테인드 글라스도 큰 피해를 입었다. 지금 밝게 빛나고 있는 이 대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모두 2차 복원작업으로 다시 만들어진 것들이다. 복원 당시 성당 상부의 창문들과 스테인드 글라스까지 모두 섬세하게 과거 모습 그대로 세밀하게 복원되었다. 여러 차례 다시 태어난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서 지금도 강한 햇빛이 성당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다른 성당의 종교화들과 달리 추상적인 문양이 그려진 이 스테인드 글라스는 마치 붉은 화염이 하늘로 승천하는 듯 했다.
성당의 내부는 고딕 건축물답게 천장도 높고 공간이 넓게 트여 있다. 멈춰 서서 성당 내부를 보면 성당은 안으로 깊고 시원스럽게 펼쳐져 보인다. 성당을 위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날개 부분의 좌우 외벽에서 밖으로 돌출되는 별도 공간이 없이 길쭉한 구조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시원스런 공간 구조 덕에 사람들이 내는 조그마한 소리는 성당 내부에서 길게 울렸다. 성당 안에서 보니 왜 낭트 시민들이 성당 입구에서부터 입을 가리고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지 이해가 됐다.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이 대성당에는 암굴의 성모상과 함께 낭트의 역사적인 대항해 시대를 기록한 많은 미술품들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현재 이 낭트의 대성당에서 발견할 수 있는 미술품들은 많지 않다. 대성당이 파괴된 후 국보급 유물들을 모두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옮겼기 때문이다.
과거 유물은 원래의 장소에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다운 법인데 아쉽게도 낭트 대성당의 유물들은 루브르 박물관에 이사 가 있는 것이다. 나는 세계적인 유물이 모인 루브르 박물관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낭트의 보물들을 눈 여겨 볼지 의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나도 루브르에서 낭트 대성당의 보물들을 모르고 그냥 지나쳤을 것 같다.
하지만 아직 낭트의 대성당에는 낭트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유물들은 남아 있다. 대성당 북쪽에 남아 있는 낭트 출신의 라모르시에르 장군 석관(Cénotaphe du général de Lamoricière)은 19세기 낭트의 역사적 줄기를 보여준다. 라모르시에르 장군은 프랑스의 알제리 정복에 공헌한 장군이자 아랍계 식민지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정치인이었다. 그는 나폴레옹 3세(Napoléon Ⅲ)의 떠오르는 권력에 대항하다가 체포되고 추방되기도 하였지만 그 후 프랑스로 돌아와 고향인 낭트의 이 대성당에 묻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