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토마토 축제', 사실 돈벌이는 안 된다고?

<시민을 위한 도시 스토리텔링>... 정치에 뜻을 둔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

등록 2017.12.09 18:10수정 2017.12.0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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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을 위한 도시 스토리텔링>을 읽었습니다. 김태훈씨가 쓴 책입니다. 저자는 지역문화정책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2011년 경남도민일보와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를 세워 마산 원도심 스토리텔링 프로젝트를 기획 추진했고, 지역과 도시 스토리텔링 관련해 대학 강의와 글쓰기, 라디오 방송 등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소리바다는 왜>(2010), <스토리텔링 레시피>(공저, 2014),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담>(2016), <지역공동체와 미디어>(2017)등이 있습니다.
 책표지/김태훈지음/도서출판피플파워/2017.6.12/15,000원
책표지/김태훈지음/도서출판피플파워/2017.6.12/15,000원김용만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당시 이 책은 저에게 상당히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해서 저의 버킷리스트에 대전 성심당 본점에 가서 갓 구워낸 튀김소보로 먹기가 생겼습니다. 물론 빵맛이 궁금한 것이 아니라 성심당의 경영 철학이 감동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은 당시 서평을 썼고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었습니다.

1년이 지난 후 그의 새로운 책을 다시 접했습니다. <성심당>과는 책의 색깔이 달랐습니다. 뭐랄까? <성심당>은 에세이 같다면 <시민을 위한 도시 스토리텔링>은 논문 같았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분석하고 외국 사례를 인용하며 지금의 대한민국 도시 스토리렐링의 현주소를 꼬집는 내용이 깊었습니다. 하지만 어렵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2018년 지방선거에 뜻을 두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권하고 싶다"라고 저의 SNS에 올렸습니다.


저자는 도시 스토리텔링을 단순 돈벌이로만 생각하는 지자체의 행태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합니다.

도시 관계자들에게 스토리텔링은 거의 '맹신'에 가깝다. 스토리텔링만 잘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물론 우수 사례라고 불리는 곳들도 제법 있다. 서울의 북촌이라든지, 대구의 김광석 거리라든지, 통영의 동피랑이든지, 전주의 한옥마을이라든지 사람들 입과 소셜미디어 타임라인을 오르내리며 유명세를 치르는 장소들이 그것들이다. 하지만 이들 사례를 과연 스토리텔링의 성공적인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관광객이 많이 찾아와 상권이 살아나는 것이 과연 스토리텔링의 목적이 되어야 할까? 이런 사례들과 마주할 때 나는 항상 질문한다. "스토리텔링이 과연 무엇일까?" "스토리텔링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도시를 스토리텔링 해야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본문 중)

스토리텔링은 무엇인가?

도시 스토리텔링이란, 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필요한 성스로운 이야기를 발견 또는 창조하고, 이를 도시 구성원을 결속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보급, 확산, 내면화하는 일체의 활동을 가리킨다.(본문 중)

그렇습니다. 도시 스토리텔링이란, 지자체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즉 외부 관광객들을 더 많이 유치하여 우리 동네에 놀러와서 돈을 많이 쓰고 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스토리텔링이란 관광객들이 아닌 도시의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도시민들이 결속하게 하는 일체의 활동이 되어야 합니다. 지자체가 이끄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즐기며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 도시들이 펼친 축제는 시민이 축제의 중심에서 사라지고 시민 또한 돈벌이의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시민 대다수들은 그 돈벌이를 위해 일정 기간 불편을 감내해야 할 사람 취급을 당하기도 합니다.


돈벌이 수단으로 기획한 각종 스토리텔링 사업들이 과연 목적을 이루고 있을까? 이른바 성공사례라고 불리는 유명 축제들은 성과를 숫자로 발표하기도 한다. 방문객 숫자가 몇 명이고, 그들이 지역사회에 미친 경제적 효과는 몇 백억 원 혹은 몇 천억 원에 이른다고, 그러니 그 열매가 과연 시민들에게 골고루 분배되고 있을까?(본문 중)

저자는 외부인에게 들려주기 위해 이야기를 가공하고 오히려 지역 공동체의 내부 갈등을 조장하는 빌미가 되고 있는 축제에 대해 우려를 표합니다. 관광객을 위한 축제가 아니라 내부인인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대략 2000개가 넘은 지역 축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축제가 도시를 부흥시킨다는 목적 하에 지역의 스토리텔링을 가공하여 행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스토리텔링을 잘못 활용하게 되면 지역이 어떻게 망가지는지에 대해 이 책은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그리고 도시가 발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들을 이해하기 쉽게 제시합니다.

건축가 승효상은 도시가 발전하기 위해서 세 가지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번잡한 공간이고, 두 번째는 휴식의 공간이며, 마지막 세 번째는 경건한 공간이다.(본문 중)

첫 번째 공간은 웬만한 도시에는 자연스레 형성됩니다. 두 번째 공간 또한 시민들의 삶에 관심을 가진 리더가 있었던 도시라면 어렵지 않게 구현되고 있습니다. 공원이나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그럴 것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인 경건한 공간을 가진 도시는 보기 어렵습니다. 아니 오히려 경건한 공간을 조성하려 해도 반대하는 시민들이 더 많은 것이 문제입니다. 돈이 안 된다고 하는 것이 그 이유라는 것이 더 슬프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 번째 공간이야 말로 도시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도시의 이야기, 즉 스토리텔링과 직결되는 공간입니다. 광주의 망월동 5.18 국립묘지, 마산의 3.15국립묘지, 제주 4.3평화공원 등이 그곳들입니다.

이곳들은 도시민들에게 자신들의 정체성을 기억하게 합니다. 그 곳을 통해 지역민들이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도시에 대한 자부심, 너무 먼 과거가 아닌 현재,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의 이야기들로 인해 자신의 삶의 방향을 볼 수 있습니다. 도시의 역사가 자신의 역사가 되는 것입니다.

도시 스토리텔링은 축제 즉 수익사업의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도시민들의 자긍심으로 연결되어 시민들의 삶을 하나로 묶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계승 발전되어 나가야 합니다.

책에서는 세계 3대 축제 중 하나인 '라 토마티나 축제'에 사례를 언급하며 바른 도시 스토리텔링의 예를 소개합니다. '라 토마티나 축제'는 소위 말하는 토마토 축제입니다. 토마토를 서로 던지는 축제지요. 저도 알 정도니 상당히 유명한 축제입니다. 그런데 이 축제를 보유한 도시가 흔히 아는 관광도시가 아니라는 것에 저자는 주목합니다.

부뇰(토마토 축제를 개최하는 도시)에는 변변한 관광 인프라가 없다. 호텔이라고 이름 붙은 곳이 한 군데 있지만 우리나라의 웬만한 모텔 크기밖에 안된다. 축제 공간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숙소가 세 군데 더 있지만 모두 여인숙이나 민박 수준이다. 머물 공간이 없으니 돈 쓸 공간도 많지 않다. 부뇰의 서비스 공간은 1만 명 시민의 수요에 맞춰져 있다...그러니 1년 중 하루 5만 명이 다녀가는 축제가 열려도 동네 경제에 특별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그들은 돈벌이가 아니라 마을의 기본과 공동체를 지키는 데 집중했다...'라 토마티나 축제'는 부뇰 시민들을 연대하게 하고, 결속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인 장치이기 때문 아닐까? 관광 수익을 위해 공동체적 연대를 훼손시킬 수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 아닐까?(본문 중)

축제가 마을 사람들을 연대하게 하고 함께 즐기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부뇰 시민들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즐겁게 축제를 준비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위에서부터의 준비가 아닌 이제는 전통이 되어 버린 동네사람들, 모두가 준비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나라 도시 축제들 상당수는 공동체 구성원이자 축제의 주인인 시민에 대해 거의 고민하지 않고 있습니다.

공동체의 유기적인 연대와 조화, 그리고 결속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을 축제에서 찾아야 합니다. 축제의 기획은 더 많은 수익창출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방법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책에는 도시의 탄생, 도시 마케팅, 한국의 스토리텔링 담론, 지방자치와 도시 스토리텔링, 권력자의 도시 서울, 도시의 인물, 랜드마크, 공동체의 정체성, 축제의 본질, 문화예술과 스포츠, 사회체육과 공동체 네트워크, 향토기업과 향토음식, 공동체 미디어와 스토리텔링 네트워크 등 아주 많은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혀 어렵거나 어색하지 않습니다. 책을 덮은 후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모든 도시민들이 더 많은 돈을 벌며 잘살기 위한 방법을 제안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닙니다. 저자는 돈 보다 앞서는, 우리가 잊고 사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돈 없으면 어떻게 살아? 손해 보려면 뭐하려고 축제를 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도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차라리 예전에는 우리 모두가 배고팠다고 하지만 옆집 가족이 굶어죽게 놔두지는 않았었습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공동체적 사회였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도시를 기반으로 정치를 하려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정치를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조용히 말하고 싶습니다.

"도시는 당신의 임기 동안 치적을 쌓기 위한 곳이 아닙니다. 다음 선거 때 활용될 업적을 쌓기 위한 공간도 아닙니다. 당신들이 도시의 수장이 되기 훨씬 전부터 도시에는 이야기가 있어 왔습니다. 그 이야기를 포장하고 많이 팔았다고 해서 당신이 위대해 지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을 위해 수많은 도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요. 도시는 한 개인, 수장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축제라는 잘못 활용되고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인해 지역사회가 분열되고 있는 사례가 많습니다. 스토리텔링은 오직 축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지역 공동체가 살아날 수 있고, 지역민들이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저자가 제시한 내용들을 보면 그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결국 사람이 먼저라는 것을 알고 실천하면 될 일들입니다.

책의 프롤로그로 글을 맺습니다.

도시의 스토리텔링은 단순히 관광객을 유치하거나 건물 임대료를 높이기 위한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이어야 한다. 스토리텔링의 본질이 그러하다.(프롤로그 중)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에도 올립니다.

시민을 위한 도시 스토리텔링 - 행복한 공동체를 만드는 담론

김태훈 지음,
피플파워, 2017


#도시 스토리텔링 #지역축제 #김태훈 #피플파워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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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보다는 협력, 나보다는 우리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책과 사람을 좋아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일의 걱정이 아닌 행복한 지금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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