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정치, 중도주의 노선의 전형적인 실패 사례"

고원 전 교수, <촛불 이후> 저서에서 ‘안철수 정치’ 비판

등록 2017.12.13 14:43수정 2017.12.1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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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비자금 의혹 제보자는 박주원' 보도 나온 날 안철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DJ) 비자금 의혹'의 제보자가 박주원 국민의당 최고위원이라는 경향신문 보도가 나온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 안철수 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박주원 최고위원 보도와 관련 "사안의 성격이 공소시효 지난 이야기지만 덮어둘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사실관계 분명히 따져 정치적 의도 가진 음해인지 여부 밝혀야 하고, 반대로 사실임이 확인된다면 그에 상응한 조치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 외에는 언급을 아꼈다. 한편 박 최고위원은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이날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DJ 비자금 의혹 제보자는 박주원' 보도 나온 날 안철수는...'김대중 전 대통령(DJ) 비자금 의혹'의 제보자가 박주원 국민의당 최고위원이라는 경향신문 보도가 나온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 안철수 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박주원 최고위원 보도와 관련 "사안의 성격이 공소시효 지난 이야기지만 덮어둘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사실관계 분명히 따져 정치적 의도 가진 음해인지 여부 밝혀야 하고, 반대로 사실임이 확인된다면 그에 상응한 조치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 외에는 언급을 아꼈다. 한편 박 최고위원은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이날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남소연

지난 8월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 이 자리에서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당 대표 경선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기자들과의 일문일답 과정에서 자신의 노선인 '극중주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 보통 극좌나 극우에 대해서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 그렇지만 또 반면에 극중이 있다. 즉 정말로 치열하게 좌우 이념에 경도되지 않고 실제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에 매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중도를 극도로 신념을 갖고 행동으로 옮기는 극중주의다."

'극도'(極度)는 '더할 수 없는 정도'를 뜻한다. 그러니까 '중도'라는 노선을 더할 수 없는 신념으로 갖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 극중주의라는 주장이다. 그는 극중주의로 정권을 잡은 국가로 프랑스를 꼽았다. 에마누엘 마크롱 현 프랑스 대통령이 극중주의로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안철수 정치는 바로 중도주의 노선의 전형적인 실패 사례였다"라는 비판적 평가가 나왔다. 고원 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최근 펴낸 저서 <촛불 이후>(한울)를 통해서다. 그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의 정치분야 자문을 맡았던 '소통과 참여를 위한 정치혁신포럼' 간사를 지내기도 했다.

정체성이 결핍된 한국의 중도주의자들

 고원 전 교수가 최근 펴낸 <촛불 이후>
고원 전 교수가 최근 펴낸 <촛불 이후>한울
고원 전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진보는 1987년 민주화 이후 1990년대를 거쳐 2000년대에 들어서 의미있는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정립됐다. 크게 '자생적 사회주의, 민중주의적 지향의 그룹'을 진보정당으로 발전시킨 세력과 보수야당에 뿌리를 두고 점차 '리버럴 진보'(liberal progressive)'로 정체성을 변화시킨 세력이 한국의 진보를 구성하는 큰 축이다.

후자는 해방공간에서 '한민당'(한국민주당)으로 불린 세력으로 대지주출신이 많았고, 극우적이고 반공주의적이었다. 이들은 흔히 '보수 야당'으로 불렸다. 고원 전 교수는 "이들이 야당이 된 이유는 순전히 이승만과 친일관료 집단과의 권력투쟁에서 패하고 배제되어서다"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보수 야당' 세력은 1960년대부터 '리버럴 정당'으로 발전해 나가기 시작했다.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변화시킨 것이다. 그러한 '정체성 변화'를 이끈 지도자가 '양김'(김대중, 김영삼)이었다. 고원 전 교수는 "리버럴 정당으로의 발전은 민주화를 거쳐 김대중이 정립한 '중도 개혁 노선'에서 정점을 찍게 된다"라고 썼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좀더 보수성이 강한 그룹과 진보성이 강한 그룹 간의 연합정당이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정당 안에 진보적 그룹의 입김이 강화되면 다시 한번 리버럴 진보를 지향하는 정체성 변화의 움직임이 서서히 일어났다."(234-235쪽)


'보수 야당'이 그러한 정체성 변화를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중도주의'가 나타났다는 것이 고원 전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이들은 여전히 보수 야당으로서의 역사적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그런 한계를 중도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자, 타칭 중도주의자들은 자기 정체성이 매우 결핍되어 있다. 자기 노선에 대한 포지티브한 규정이 없고, '나는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다'는 식의 네거티브한 규정에만 매달려 있다. 그들은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중간에 있는 유권자를 견인해야 하고, 그러려면 자신의 이념을 감추고 정체성을 모호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략) 그런 태도는 결과적으로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구도 정립에 실패해 중심 지지층을 흩어지게 만든다." (235~236쪽)

조지 레이코프는 자신의 저서 <프레임전쟁>에서 "중도주의자들은 실상 어떤 이슈에서는 진보적 태도를 취하고, 다른 이슈에서는 보수적 태도를 취하는 이중주의자들일 뿐이다"라는 꼬집었다.  

안철수가 삼아야 했던 정치적 근거지

고원 전 교수는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설명하면서 '안철수 정치'를 비판적으로 분석해 나갔다. 그는 '안철수 노선'을 2012년 대선에서부터 2016년 신당 창당 전까지와 신당 창당 이후부터 2017년 대선까지로 나누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전자는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고 그렇다고 또 다른 무엇도 아닌 모호한 중간자"였다. 그리고 후자의 시기에는 "중도 보수의 지향성"('보수화 전략')을 분명히 했다.

"이는 그가 신당을 창당하며 선언했던 '낡은 진보 청산'이라는 담론에 잘 나타나 있다. 그의 이런 노선은 자신의 정체성을 좀더 분명히 정립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본질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며 낡은 진보를 청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그 뒤에 나타난 행보는 반사이익을 누리는 데 머물렀다."(238-239쪽)

고원 전 교수는 "우선 안철수는 낡은 진보 청산을 외치면서 일정 정도 수구세력의 노선을 닮아갔다"라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서 지난 대선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 찬성, 국방비 증액 공약, 북한 주적 발언 등을 들었다. 수구세력의 노선에서 가장 중요한 '안보'에 초점을 맞추면서 보수 지향성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고원 전 교수
고원 전 교수남소연

고원 전 교수는 이렇게 '안보'에 초점을 둔 안철수 노선은 그의 주요 지지기반인 호남의 개혁적 중도 보수층과 어정쩡한 관계에 놓이게 되었다고 봤다. 그 이유는 호남의 중도 보수층은 여전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노선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어 고원 전 교수는 "오히려 유권자들의 내면에 흐르는 갈증은 경제적 위기의식이었다"라며 "양극화, 불평등, 저성장, 고용 불안 등 한국사회의 모순 속에서 자신의 삶이 급속히 나락으로 떨어지는 현실을 돌파할 리더십에 대한 갈망이었다"라고 말했다.

"부패, 특권, 무능으로 얼룩진 수구보수는 말할 것도 없고, 기득권, 패권, 허위의식으로 찌든 기득권진보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염증을 내고 있었다. 안철수는 이 지점을 자신의 정치적 근거로 삼아야 했다. 낡은 진보 청산이란 수구세력 쪽으로의 후퇴가 아니며 오히려 수구세력을 철저히 청산하면서 그동안 진보가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 영역까지 포용해내는 의미로 나아가야 했다."(239쪽)

안철수 노선 변화가 가져온 두 가지 부정적 결과

고원 전 교수는 "안철수의 노선 변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라고 진단했다. 진보 개혁적 유권자와 젊은층 지지의 이탈과 중도 보수층의 자유한국당 지지로의 회귀가 그것이다.

"하나는 낡은 진보 청산을 주장하고 문재인 후보와 각을 세우는 것이 수구세력에 동조하는 것처럼 보여 진보 개혁적 유권자와 젊은 층의 지지가 이탈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안철수가 문재인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하자 중도 보수층도 혹시나 하고 품었던 기대를 접고 자유한국당 지지로 회귀해버렸다는 점이다."(240쪽)

고원 전 교수는 이러한 두 가지 부정적 결과를 바탕으로 "안철수 정치는 바로 중도주의 노선의 전형적인 실패 사례였다"라고 결론내렸다. 

한편 고원 전 교수는 광주 송원고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국제경제학과 정치학을 공부했다. 대학 시절부터 10여 년 이상 민주화운동과 사회운동에 헌신했던 그는 서울과학기술대(교수), 노무현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기획위원), 참여연대(실행위원), 내가꿈꾸는나라(정책위원장) 등에서 활동했다. <대한민국 정의론>과 <한국의 경제개혁과 국가> 등의 저서가 있다.

<촛불 이후> 저자 소개에는 "맹자, 마키아벨리, 정약용, 그람시 등 세상을 바꾸려다 좌절했지만 가치있는 족적을 남긴 사람들처럼 '정치는 가치'라는 평소 자신의 신념이 사회에 실현되도록 노력하며 살아가려 한다"라고 쓰여 있다.  
#고원 #촛불 이후 #안철수 #중도주의 #극중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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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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