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황홀할 수 없다사하라의 석양
김경수
수천만 년 동안 문명의 손길을 거부한 곳 사하라. 섭씨 50도가 넘는 태양열에 땀에 젖은 살갗이 붉게 익어갔다. 거대한 모래폭풍 할라스가 뿜어대는 모래 먼지가 온몸을 파고들었다. 레이스가 계속될수록 모래와의 사투는 더욱 극에 달했다. 두 다리는 관성의 법칙에 따라 앞으로 향했지만 사하라는 거대한 블랙홀처럼 내 발목을 끊임없이 모래 속으로 끌어당겼다. 어디에도 안전지대는 없었다. 사막으로 이끌었던 호기심과 열정은 이제 사치에 불과했다.
레이스 4일과 5일째, 무박 2일 동안 사하라의 밤낮을 이어 82km를 달렸다. 혹독한 대자연의 반격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수백 미터 높이의 엄청난 빅 듄(Big Dune)을 기어오르다 힘에 부친 두 다리가 모래 속에 처박혀 꿈쩍하지 않았다. 인생은 살면서 가끔 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사막 한가운데 있는 나는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고 받아서도 안 된다. 오로지 '달릴 것인가' 아니면 '포기하고 주저앉을 것인가' 하는 단순한 선택만이 혼란스러운 이 상황을 면하게 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