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노동자에게 직접 물었다 "그 회사 누구 겁니까?"

[다스 노동자의 증언 ①]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불안하고 억울한 사람들

등록 2017.12.15 09:05수정 2017.12.1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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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는 누구겁니까?'란 질문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자동차 시트 부품 생산업체인 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수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입니다. 다스 실소유주 논란은 특검까지 진행됐던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 BBK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이 질문을 던져 왔던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다스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입니다. 열악한 노동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싸우고 또 싸우면서 자연스럽게 노동자들이 마주한 질문입니다. <오마이뉴스>가 다스 노동자의 이야기를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차 앞에 붙은 다스 출입증 보고 욕을, 욕을 막 하더라고요. 똑바로 하라고, 지랄병 해 쌓더라고. 아니, 왜 내 보고 그러냐고요."

욕을 먹는다고 했다. 스트레스도 받는다고 했다. "작업복 입고 나가면, 어? 다스다, 다스"라는 말에, "아빠, 다스 누구 거냐"고 묻는 아들의 질문에. 술 한 잔에 불콰해진 얼굴로, 다스 노동자들은 그렇게 말했다. 그들의 입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아들인 이시형 라인, 이 전 대통령 조카 이동형(이상은 회장 아들) 라인이란 표현도 자주 나왔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불안함을 전했고, 답답하고 억울한 심정도 토로했다.

그저 '윗분들'의 잘못으로 자신들까지 도매급으로 묶여 욕을 먹어서만이 아니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월차도 눈치 봐가며 써야 했고, 조퇴도 못하고, 쪼인트 까이고, 뺨까지 맞아야 했다고 했다. 그렇게 열악하기 그지없는 노동환경에서 그야말로 싸우고 또 싸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왜 우리까지'.

다스노동자 A씨는 이렇게 증언했다. (기자주- 인터뷰에 응한 다스 노동자들은 익명 보도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특정인을 추정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인터뷰 날짜, 장소, 나이, 경력 등은 모두 밝히지 않았다.)

쪼인트 까이고 뺨 맞았던 20여년

 다스 경주 본사 전경
다스 경주 본사 전경연합뉴스

"노동조합이 바뀌기 전까지는 작업 현장에서는 조장, 반장들이 대장이었어요. 어용 노조를 등에 업고, 사측 관리자를 등에 업고, 현장을 통제하고 관리하고 감독했습니다. 조장, 반장들이 구두 신고 다녔거든요? 말 안 들으면 그냥 정강이 까는 거죠.

아침 조회 때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쪼인트 까고 뺨 때리고, 욕하고.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어요. 또 아무 일 안 시키고 현장에 그냥 세워 놓거나, 노동 강도가 가장 힘든 쪽으로 보내버리거나, 특근도 안 시키고, 잔업도 안 시키고, 그런 식으로 현장을 통제하고 관리했습니다. 할당량도 맘대로 '쭉쭉쭉' 올려버려요."


- 엄청나게 두려운 존재였겠네요.
"그렇죠."

B씨는 "옛날 상황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고 했다. 다스 설립이 1987년이니 "근 20년을 그렇게 일해왔다"고 했다.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 2004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고 했다. "막 목에 차서 어용 노조를 물러나게 하고 민주적인 노조 집행부가 들어서야겠다"는 맘들이 모였던 그 때.


"많은 조합원들이 지지했던 위원장 후보가 있었어요. 상황으로만 놓고 봐서는 이 사람이 무조건 당선인데, 지난 대선으로 비유하자면 '홍준표'가 된 거예요(웃음). 식당에서 투표를 했는데, 투표함을 선관위가 들고 튀고, 문 잠가 버리고, 참관인 못 들어가게 하고. 그리고 개표를 했던 거죠. '홍준표'가 70% 가까이 나왔더라고요. 우리가 지지했던 후보는 20 몇 프로. 그런데 웃긴 건, 예를 들어 100명이 투표했으면 100장이 나와야 하는데, 101장이 나온 거야."

다스 같은 회사는 망해버려라? "우리 생존권이 달려 있습니다"

 '촛불 1주년'을 맞은 지난 10월 28일 오후 여의도에서 기념 집회(촛불파티)가 진행됐다. 한 참석자가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로 행진하며 '다스는 누구겁니까'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촛불 1주년'을 맞은 지난 10월 28일 오후 여의도에서 기념 집회(촛불파티)가 진행됐다. 한 참석자가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로 행진하며 '다스는 누구겁니까'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소중한

상황이 이러니 복지 수준도 "꽝"이었다고 한다. "화장실도 몇 개 없고, 소변기도 2∼3개밖에 없어 줄 서서 볼 일을 봐야 했다"는 1960∼70년대를 연상시키는 이야기도 나왔고, 작업 현장에 생수기조차 없어 노동자들이 주전자를 날랐던 것이 불과 10년 전 일이었다고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을 보면 다스의 2007년 매출액은 4235억원, 순이익 또한 162억원에 달했다.

- 이제는 많이 좋아졌죠?
"지금은, 뭐, 화장실에 에어컨 빵빵하게 돌아가죠."

2008년 7월 15일이 분기점이었다. 다스 경주 공장 노동자들이 공장 안 식당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었다. 첫 번째 안건은 노조위원장 불신임 투표, 420명이 투표에 참여해 414명이 찬성했다. 18년 동안 장기 집권했던 위원장이 물러났다. 두 번째 안건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 찬성 405명으로 통과됐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초기, 그렇게 노동자들은 스스로 다스의 주인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최근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한 다스 보도가 쏟아지면서 노동자들이 느끼는 불안함은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다. '다스 같은 회사는 망해버려야 한다'는 식의 댓글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망하면 안 된다, 우리 생존권이 달려있다"는 당위만으로는 달랠 수 없는 불안이다.

A씨는 "아무래도 불안함이 크다"고 했다. "노동자들 책임이 아니라 경영진 책임이지만,  만약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아들이 구속되고 이러면 수주 못 받는 거 아니냐는 얘기들을 한다"고 했다. B씨 역시 "앞으로 회사가 어찌 되는지, 고용은 어떻게 될지, 그런 불안함이 현장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아들이 했던 질문을 다시 던져봤다.

다스는 누구겁니까? "노동자들 거죠, 아이고"

 KBS 시사프로그램 '추적60분'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한 이명박 전 대통령 아들 시형씨가 지난 10월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서 고소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추적60분은 지난 7월 '검찰과 권력 2부작 - 2편 검사와 대통령의 아들' 방송분에서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사위의 마약 투약 사건을 다루며 이씨의 마약 투약 의혹을 제기했다. 이씨는 이날 자진출석해 모발검사와 DNA 채취, 소변 검사 등을 받았다.
KBS 시사프로그램 '추적60분'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한 이명박 전 대통령 아들 시형씨가 지난 10월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서 고소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추적60분은 지난 7월 '검찰과 권력 2부작 - 2편 검사와 대통령의 아들' 방송분에서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사위의 마약 투약 사건을 다루며 이씨의 마약 투약 의혹을 제기했다. 이씨는 이날 자진출석해 모발검사와 DNA 채취, 소변 검사 등을 받았다. 연합뉴스

- 다스는 누구겁니까?
"국민들 다 아는 사실 아닌가요?"

- 다스는 누구겁니까?
"노동자들 거죠. 아이고."

동시에 '다스가 이시형씨 거 되는 거 아니냐'는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분이 하나도 없는 이씨가 회사 최고 재무책임자(CFO)로 선임됐고, 이씨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에스엠이란 회사를 설립했으며, 그 회사가 다스의 핵심 납품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하고 있다는 등의 소식들이 알려지고 있다.

현재 다스 노동조합 조합원만 천 명에 육박한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노동자들의 주장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다스 측에 반론을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다스 #다스는 누구겁니까 #이시형 #이동형 #이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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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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