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1월 29일, '아덴만 여명'작전 당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을 태운 환자 이송 전용기가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석 선장이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되기 위해 구급차량으로 옮겨지고 있는 모습.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황당한 것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석 선장은 기적처럼 살아났다. 작전 성공 직후 오만에 급파된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의 헌신과 열성 어린 치료 덕분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석 선장의 상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고, 현지의 의료시설 역시 열악했다. 석 선장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한국으로 이송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의료뉴스를 전하는 언론매체인 <라포르시안>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석 선장 후송과 관련한 비용만 약 40만 달러(약 4억 4000만 원)에 달했다. 석 선장을 살리기 위해선 반드시 한국으로 이송해야 하는 상황. 문제는 비용이었다. 촌각을 다투는 찰나, 이 교수는 청와대와 정부 설득에 나섰고 결국 자신의 이름으로 에어 앰뷸런스를 빌리되 외교부가 지급보증을 하는 것으로 석 선장을 이송할 수 있었다. 정부보다 이 교수가 더 적극적으로 국면을 주도한 셈이다.
비용 처리 과정 역시 기가 막히다. 앰뷸런스 임대 비용 역시 정부가 아닌 한국선주협회에서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앰뷸런스를 임대해준 회사가 이 교수에게 비용 지불을 요구하는 최고장까지 발송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2억 5500만 원에 달하는 석 선장의 치료비 중 국민건강보험에서 지급한 8800만 원을 제외한 1억 6700만 원 역시 아주대병원 측에서 떠안았다. 석 선장이 소속된 삼호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치료비용을 받을 방법이 사라진 탓이다. 석 선장의 치료비용 지급 문제는 이후 논쟁의 대상이 된다.
일각에서는 법적 의무가 없다 해도 정부가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석 선장의 치료를 담당했던 아주대병원 측은 이와 관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에서 조치를 해줄 수 없다면 추후 다른 국가적인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진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시민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석 선장을 '아덴만의 영웅'이라 추앙하며 정권 홍보에 적극적이더니, 정작 치료비와 관련해서는 모른체 해온 보수정권의 이중적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14일 문재인 정부가 석 선장의 미납 치료비 1억 6700만 원을 대신 지불하기 위해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국가적 차원에서 벌어진 일을 민간병원에 맡긴 상황에서 치료비조차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도의상 맞지 않다. 비록 늦었지만 치료비는 정부 차원에서 지불하는 것이 맞다"며 응급의료기금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 선장의 치료비를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아주대병원 측은 즉각 환영의 뜻의 내비쳤다. 시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관련 기사에는 정부의 결정을 칭찬하고 공감을 표하는 댓글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성원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결정은 단지 비용처리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 집권세력의 철학과 윤리, 의지에 따라 국가정책의 방향과 운영의 우선순위가 달라진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정권이 치켜 세운 '아덴만 영웅'의 치료비를 문재인 정부가 책임지기로 했다는 소식이 아주 특별해 보이는 이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8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는 1인 미디어입니다. 전업 블로거를 꿈꾸며 직장 생활 틈틈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공유하기
MB가 자랑한 '아덴만 영웅' 치료비, 문재인 정부가 지불하는 이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