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못 가겠어요" 제천 참사에 '목욕탕 포비아' 확산

"사람 많은 곳 가면 비상구·소화기부터 확인하게 돼"

등록 2017.12.29 11:09수정 2017.12.2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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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시설 미비 신고 잇따라…소방당국` 일제 시설점검

 지난 21일 오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2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행한 가운데, 22일 오후 사고현장은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
지난 21일 오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2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행한 가운데, 22일 오후 사고현장은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이희훈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몸이 찌뿌드 하거나 숙취가 심할 때 땀을 쭉 빼면 개운해서 사우나를 즐겼는데 요즘은 가기가 꺼려져요"

29명이 목숨을 잃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이후 막연한 불안감에 대중목욕탕을 비롯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다중 이용시설을 꺼리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자주 가는 단골 목욕탕의 부실한 소방시설 상태를 고발하는 신고도 늘고 있다.

주부들이 활동하는 한 '인터넷 카페'에는 최근 대중목욕탕 관련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주부는 "불이 난 목욕탕은 고향인 제천에 있을 때 자주 가던 곳"이라며 "아이와 함께 있을 때 이런 일이 생기면 어쩌나 생각하니 목욕탕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불안해했다.

또 다른 주부는 "제천 화재 사고 소식을 접한 이후 사람이 많은 건물에 들어가면 비상구와 소화기 위치부터 확인한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모든 것을 불안한 시선으로 보게 된다"고 토로했다.


관련 업계는 초조한 마음으로 조속히 사태가 진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청주에서 대중목욕탕을 운영하는 A씨는 "제천 화재 탓인지 예년 같으면 이맘때면 손님이 늘어야 정상인데 오히려 줄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비상구는 어딨느냐', '소화기는 되는 거냐' 등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는 손님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일선 소방서에는 목욕탕의 소방시설 미비를 신고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제천소방서의 경우 지난 21일 화재 발생 이후 '목욕탕 비상구 앞에 물건이 쌓여 있다'는 신고가 6건이나 접수됐다.

그동안 이런 신고가 거의 없다시피 했던 것을 고려하면 안전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이라는 게 소방 관계자 얘기다.

주민 불안감 해소를 위해 충북도 소방본부는 다음 달 4일까지 제천 화재 건물과 유사한 형태의 영업시설 116곳을 대상으로 소방 일제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중점 점검 내용은 ▲ 비상구·피난통로 상 장애물 설치 및 폐쇄 행위 ▲ 소방시설 정상 작동 여부 ▲ 수신반 전원 차단 및 소화설비 밸브 폐쇄 행위 ▲ 소방안전관리자 업무 수행 등이다.

필로티 주차장과 찜질방, 목욕장 등이 있는 복합건축물은 소방특별조사를 시행하고, 그 외 대상은 비상구 시설에 한해 점검이 이뤄진다.

여성 소방공무원 점검반을 구성해 여성 전용 공간도 예외 없이 점검을 벌인다고 소방본부는 전했다.

제천소방서는 추가로 제천시청과 함께 지역에 있는 중규모 이상 목욕시설 3곳에 대해 특별점검을 벌이기로 했다.

충북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이번 안전점검을 통해 목욕장 등에 대한 화재위험 요인을 사전 제거하는 등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1일에는 오후 3시 53분께 제천시 하소동의 스포츠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29명이 숨지고, 39명이 다쳤다.

jeonc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제천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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