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들의 김장김치 담그기 '일석삼조'

전통 김장 익히고 이웃 나눔 실천한 목포여고 1학년 기술·가정 수업시간

등록 2018.01.04 09:02수정 2018.01.0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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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고생들의 김장 김치 담그기. 목포여고 1학년 학생들이 김장용 배추를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여고생들의 김장 김치 담그기. 목포여고 1학년 학생들이 김장용 배추를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이돈삼

겨울방학을 앞둔 (지난해 12월 22일) 목포여고의 기술·가정 실습실. 창문 밖으로 새어나는 소리에서 부산함이 느껴진다. 출입문을 살포시 열고 들어가니, 1학년 여학생들이 눈알을 되록되록 굴린다. 머리를 납신납신 숙이며 곱실곱실 인사를 하는 모습이 예쁘다.

실습실 안이 분주하다. 큰 무를 붙잡고 큰칼로 채를 썰고 있는 고사리 손이 버거워 보인다. 절임배추의 밑동을 칼로 베고 양쪽으로 벌려 쪼개는 학생들도 보인다. 청각과 쪽파, 갓, 고구마를 썰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과일칼보다도 훨씬 큰 칼을 든 손이 진중하다.

굼적굼적 무채를 썰던 (박)시현이와 (임)영성이가 "처음 해보는데, 엄청 재밌다"며 샐쭉 웃는다. 귀엽다.

 목포여고 1학년 학생들이 김장을 위해 큰칼을 들고 무를 채로 썰고 있다. 지난 12월 22일이다.
목포여고 1학년 학생들이 김장을 위해 큰칼을 들고 무를 채로 썰고 있다. 지난 12월 22일이다.이돈삼

 목포여고 1학년 학생들이 김장김치를 담그기 위해 절임배추를 네 조각으로 쪼개 벌리고 있다. 지난 12월 22일 기술가정 수업 시간이다.
목포여고 1학년 학생들이 김장김치를 담그기 위해 절임배추를 네 조각으로 쪼개 벌리고 있다. 지난 12월 22일 기술가정 수업 시간이다.이돈삼

그 옆에선 선생님(노평희)이 미리 준비해 놓은 양념으로 절임배추에 비비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양념을 배추 속까지 골고루 무쳐야 해요. 속의 양념이 흘러내려서 빠지지 않도록 겉잎으로 둘러줘야 하고요. 이렇게 싸고 또 싸서 배추가 영양소를 머금고 있도록 해주세요."

선생님의 설명이 다 끝나기도 전에 학생들이 배추와 양념을 버무리고 있다. 선생님이 알려준 대로 배추 사이에 양념이 고르게, 적당히 들어가도록 넣고 겉잎으로 조심스럽게 감싼다. 하얀 교복 셔츠에 빨간 양념이 튀는 것도 모르고, 눈만 깜작깜작하며 김치를 담그고 있다.

 노평희 선생이 학생들 앞에서 절임배추에 양념을 넣처 비비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지난 12월 22일 오후 기술가정 수업 시간이다.
노평희 선생이 학생들 앞에서 절임배추에 양념을 넣처 비비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지난 12월 22일 오후 기술가정 수업 시간이다.이돈삼

 학생들이 절임배추에 양념을 집어넣어 비비며 활짝 웃고 있다. 지난 12월 22일 목포여고의 1학년 기술가정 수업 시간이다.
학생들이 절임배추에 양념을 집어넣어 비비며 활짝 웃고 있다. 지난 12월 22일 목포여고의 1학년 기술가정 수업 시간이다.이돈삼

하얀 셔츠에 빨간 양념을 무친 (이)지효가 "허리도 아프고, 생각보다 힘들다"며 웃는다. "엄마가 김장할 때마다 힘들다고 하셨는데, 조금 이해가 된다"며 "앞으로 엄마 일을 잘 도와 드려야겠다"고도 했다. (안)화는 "배추와 양념을 비비는 일이 제일 재밌다"며 활짝 웃었다.

그 사이 김장김치가 한 포기씩 빠르게 담가졌다. 금세 준비한 30포기가 마무리됐다. 무채도 순식간에 버무려졌다. "애들아! 재밌지? 우리 한 달에 한 번씩 김치 담글까?" 선생님의 물음에 학생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한다. "예."


 배추에 양념을 비비는 도중, 빨간 양념이 하얀 셔츠에 묻을까봐 한 학생이 친구의 셔츠를 걷어 올려주고 있다.
배추에 양념을 비비는 도중, 빨간 양념이 하얀 셔츠에 묻을까봐 한 학생이 친구의 셔츠를 걷어 올려주고 있다.이돈삼

 김치를 담그던 지혜가 작은 김치 한 가닥을 입에 넣고 있다. 지난 12월 22일 목포여고의 1학년 기술가정 수업 시간이다.
김치를 담그던 지혜가 작은 김치 한 가닥을 입에 넣고 있다. 지난 12월 22일 목포여고의 1학년 기술가정 수업 시간이다.이돈삼

배추와 양념을 버무리던 '단발버리' (이)지혜가 작은 김치 한 가닥을 입에 살짝 넣더니 얼근덜근한 표정을 짓는다. 맛이 조금 매우면서 들쩍지근한 모양이다. "조금 매워요." 뒤따라 맛을 본 (정)유선이는 "집에서 먹는 것과 비슷하다"며 "할머니들도 좋아하실 것 같다"고 했다.

(공)경희와 (이)은비는 "아주 맛있다"며 김치를 먹고, 또 먹으며 엄지손가락까지 치켜세운다.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친구들의 시식도우미를 자처한 (전)환희는 친구들의 시식행렬에 연신 미소를 짓는다. 흐뭇한 표정에서 '어머니의 마음'이 읽힌다.


버무려진 김치는 또다른 (박)환희의 손에 다소곳이 갈무리돼 큰 비닐봉지에 담겨 종이상자에 포장됐다. 따로 시키지 않았는 데도 벌써 손을 곰지락거리며 설거지를 하고 주변을 정리하는 친구도 있다.

 친구들의 시식 도우미를 했던 환희가 자신의 입에도 김치 한 가닥을 넣고 있다. 지난 12월 22일 목포여고의 1학년 기술가정 수업 시간이다.
친구들의 시식 도우미를 했던 환희가 자신의 입에도 김치 한 가닥을 넣고 있다. 지난 12월 22일 목포여고의 1학년 기술가정 수업 시간이다.이돈삼

 김장김치 담그기가 끝나자마자 한 학생이 앞장 서 설거지를 하고 있다. 지난 12월 22일 목포여고의 기술가정 수업시간이다.
김장김치 담그기가 끝나자마자 한 학생이 앞장 서 설거지를 하고 있다. 지난 12월 22일 목포여고의 기술가정 수업시간이다.이돈삼

"우리문화를 배우는 시간인데요. 학생들과 김장을 해보기로 했어요. 담근 김치를 학교 주변의 경로당과 이주센터에 가져다주며 나눔을 실천하고요. 우리 학생들이 전통의 김장을 알면서 지역사회와 연계한 봉사도 되겠다 싶었는데요. 아이들이 생각보다 적극 참여하고, 열심히 해줘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노평희 교사의 말이다. 김치를 다 담그고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한데 모인 학생들의 표정도 더 없이 밝다.

"선생님이 고생 많이 하셨어요. 재료 준비를 다 하셨고요. 밤중에 나오셔서 절여놓은 배추를 뒤집기도 하셨거든요." 김장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빠져나가던 한 학생이 나지막이 귀띔해 준다. 그 학생의 뒷모습이 씨엉씨엉하다.

 김장김치 담그기를 체험한 학생들이 한데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맨 왼쪽에 선 이가 담당교사인 노평희 선생님이다.
김장김치 담그기를 체험한 학생들이 한데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맨 왼쪽에 선 이가 담당교사인 노평희 선생님이다.이돈삼

#목포여교 #노평희 #김장김치 #기술가정 #여고 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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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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