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에서 여행자에게 터키 국기를 판매하는 상인.
류태규 제공
태국 방콕을 출발한 비행기가 우크라이나 키예프공항에 도착했다. 이스탄불로의 비행까지는 4시간쯤이 남아있다. 달리 할 일이 없어 공항 안을 서성거렸다. 미남미녀가 많기로 소문난 우크라이나. 공항의 보안요원은 패션모델을 방불했고, 스낵바에서 맥주를 가져다준 종업원의 푸른 눈동자가 눈부셨다.
대기 시간은 빨리 흘렀다. 마침내 키예프공항을 출발한 에어로스비트 항공기는 2시간 15분 만에 나를 옛 동로마제국의 수도에 내려놓았다.
버스를 타고 이스탄불 시내로 들어가니 가장 먼저 눈에 띈 풍경은 이슬람 예배당 모스크의 둥근 지붕들. 한두 개가 아니고, 수십 수백 개였다. 무슬림들의 기도 시간을 알리는 아잔(Azan)이 조용하게 울려 퍼졌다.
이스탄불과 한국은 6시간의 시차가 난다.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몸은 그 간극을 이기기 힘들었는지 자정이 되기 전 잠들었다. 이스탄불의 밤 12시는 한국 시각 오전 6시.
낯선 곳에선 쉬이 잠들지 못하는 내가 단 한 번도 뒤척이거나 깨지 않고 죽은 듯 잤다. 꿈 한 조각 없는 깊디깊은 잠이었다. 이슬람 국가 터키에서의 잠은 달콤했다.
깨어나 도미토리 숙박비 13유로(약 1만7천 원)에 포함된 아침을 먹었다. 오이와 토마토, 치즈와 빵, 삶은 달걀과 각종 과일잼, 오렌지 주스와 우유, 시리얼과 다양한 형태로 가공된 올리브, 커피와 홍차...
북엇국이나 생태찌개 따위의 해장국이 없어도 좋았다. 사람은 어디서건 적응하며 살 수 있는 동물이고, 여행은 그 적응력을 단련하는 시간이 아닌가.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 행복감을 맛보다터키에 도착한 후 맞은 첫 번째 토요일과 일요일. 철없는 아이처럼 거리를 쏘다녔다. '낯선 공간의 탐험'이라 불러도 좋았다. 여행일기에는 즐거웠던 거리 탐험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