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정상가족>은 ‘정상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가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규명하고자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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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 인권정책연구소 이사가 쓴 <이상한 정상가족>은 내 궁금증에 해답을 주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정상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가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규명하고자 하는 책이다.
정상가족은 말 그대로 전통적인 결혼제도에 의해 형성된 핵가족을 일컫는다. 여기서 벗어난 유형의 집단은 특히 한국사회에서 곧잘 '비정상'의 범주에 가로막히게 된다. 한부모가정, 미혼모가정 등이 비정상의 범주에 들어가고, 성소수자는 아예 결혼이란 '남녀의 결합'이라는 법적 판단에 의해 가족이 되지도 못하는 대표적인 '비정상'의 영역에 서 있다.
고모양 사건에서 부각되는 것은 가해자가 친부와 내연녀라는 사실이다. 보통의 사회인식에 기반하면 이미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또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이가 아픈데 병원에 데려가지도 않았고, 발목을 발로 밟는 등의 폭력이 지속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분노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그런데 기억을 되살려보면 '애는 때리면서 키워야 한다'라든가, '나도 맞으면서 자랐다'며 부모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경우도 많이 보지 않았나? 저자 김현경은 아동학대 사망사건 관련 토론회에서 나처럼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누구나 아이를 한두 번은 때리는데 어디까지가 체벌이고 어디부터가 학대인지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묻는 검사들, 체벌에 대한 인식전환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제안하자 체벌은 누구나 하는 거라고 그런 거 말고 학대를 다뤄보자고 말한 기자의 사례 역시 비슷하다. 왜 이 둘을 구분해 가면서 어느 정도의 폭력은 용인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에 대해 김현경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근거로 분석한다.
사소하다면 사소하달 수 있는 검사와 기자의 말을 들으며 나는 선량한 많은 이들이 정상과 비정상 사이의 금을 매우 쉽게 긋는다는 걸 깨달았다. '정상가족' 내에서 허용하는 체벌과 '비정상가족'에서나 일어나는 학대. 두 가지는 서로 다르고 섞이지 않는다고들 생각한다. 마치 정상과 비정상이 매우 동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중략) 많은 사람들이 앞에 예로 든 검사와 기자처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체벌과 학대는 동떨어져 있으며 그 사이의 경계가 뚜렷하다고 생각한다.
분명 고모양 사건에서 가해자인 친부의 잔인함을 비난하면서도 검사와 기자같은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본인들이 자의적으로 구분한 '폭행'(혹은 체벌)과 '학대'의 기준에 따라 선택적으로 분노하며, '학대가 아닌 행동'이라고 판단되면 얼마든지 훈육을 위해 할 수 있다고 정당화하곤 한다. 저자는 이런 태도를 '나는 언제든 너의 몸에 손댈 수 있다는 가르침', '나는 언제든 너를 통제할 수 있다는 권위주의적 메시지'로 규정한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정부 정책에도 큰 영향을 준다. 책에서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던 2016년 3월의 사례를 소개한다.
당시 아동학대로 인한 비극적인 죽음이 잇따르자 아동학대 근절 원년으로 선포하며 정부는 '아동학대 방지대책'을 내놓는다. 그런데 아동학대가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어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취약가정'의 범주에 한부모, 조손, 이혼, 다문화, 장애인 가정이 들어있던 것. 말그대로 '정상가족'이라면 학대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안이한 생각이 정책에도 반영된 것이다.
폭력적인 가족주의를 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