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문 초대전의 한 작품(전시작을 재촬영한 것이므로 원본과는 여러모로 다릅니다.)
박병문
선탄부, 낯선 단어다. 고를 선(選). 석탄 탄(炭), 아낙 부(婦)이니 선탄부는 석탄을 고르는 여인을 가리킨다. 즉 남자 광부들이 막장에서 칸테이너 벨트에 실어 올려보낸 흙더미에서 석탄과 잡석을 가려내는 일을 하는 여자 노동자가 선탄부이다.
작가 박병문(58)이 그 여성 노동자들을 흑백 사진에 담았다. 그런데 작가 박병문에게는 선탄부가 낯선 단어가 아니다. 작가는 강원도 태백에서 태어났고, 학교도 강원도에서 다녔고, 직장 생활도 태백에서 했다. 뿐만 아니라 작가의 아버지는 광부였다.
아버지의 흔적과 검은 땅을 카메라에 담다작가는 평생을 광부로 일해온 아버지의 흔적을 카메라에 담는 작업을 통해 자기 존재의 뿌리를 찾아왔다. 나를 낳아주신 아버지, 나의 탯줄이 묻히고 나를 길러준 검은 땅, 그곳에서 함께 살아온 사람들을 화면에 담아왔다.
2014년에 발간한 사진집 <아버지는 광부였다>, 2015년에 발간한 사진집 <검은 땅 우금에 서다>, 2016년에 발간한 사진집 <아버지의 그늘>, 2017년에 발간한 사진집 <선탄부>도 다 그러한 인식의 소산이었다.
개인 사진전도 줄곧 같은 소재와 주제로 진행해 왔다. 2013년의 <태백의 사계>(성남시청), 2014년의 <아버지는 광부였다>(서울 경인미술관), 2015년의 <검은 땅 우금에 서다>(서울 브레송 갤러리), 2016년의 <아버지의 그늘>(브레송), 2017년의 <아버지의 삶>(서울 류가헌)도 한결같이 검은 땅에서 삶의 나날을 영위해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형상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