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여성들의 검은 시위가 전국으로 환산되는 가운데 2016년 10월 30일, 대구에서도 30여 명의 여성들이 모여 낙태죄 폐지를 요구했다.
조정훈
이어 제이 활동가는 "미디어가 갈등 구도에서 임신중절은 무책임한 일이자 범죄이고, 아이를 낳는 것은 책임감 있는 일이라는 프레임으로 재현해왔다. <황금빛 내 인생>도 그런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예전에는 국가가 개인의 삶에 대해서 통제하는 정책을 폈다면, 이제는 개인들이 살고 싶은 삶을 지원하고 권리를 지키는 방안으로 이동해야 한다"며 "헌법소원 위헌심판이 있는 만큼 낙태죄에 대한 여성들의 분노와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데 여성단체들이 힘쓰겠다"고, 앞으로 '낙태죄 폐지' 운동 방향을 밝혔다.
다음은 제이 활동가와의 일문일답 내용.
"낙태죄가 협박 도구가 되는 사례, 버젓이 존재하는데..."
- "낙태하면 신고한다"는 <황금빛 내 인생> 대사, 어떻게 봤나?"한국여성민우회에서는 비슷한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파혼하는 상황에서 애를 낳아달라고 협박하고, 결국 남성이 신고해서 여성이 고통받은 적이 있다. 신고한다고 협박하면서 계속 만나달라는 사례도 많았다. 낙태죄가 악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에서 이런 현실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하다고 보는데, 여태까지 미디어에서는 아이를 낳을지 말지 고민하는 갈등 상황을 만들고, 아이를 낳는 것은 책임감 있고, 그렇지 않으면 무책임하고 범죄라는 프레임으로만 그리고 있다."
- 미디어가 낙태에 대해선 평면적으로 묘사한다는 이야기인가?"임신중절 하려고 했으나 낳으니까 너무 예뻐서 축하받으며 키웠다든지, 강제로 임신중절한 여인이 분노의 화신으로 등장한다든지, 임신중절 사실이 엄청나게 불행한 사실로 등장하는 것 등등이다. 임신중절은 무조건 '죄', '나쁜 일'로만 인식시키는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을 드라마에 반영할 때 어떤 관점에서 반영하느냐에 따라서, 여성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끌고 나갈 수도 있다. 또 법적인 정의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기 위해, '신고한다'는 말을 '가해 행위'로서 재현할 수도 있지 않은가."
- <황금빛 내 인생>에 여성이 왜 분노했을까? "'신고한다'는 협박이 여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부당하고 분노가 일어나는 상황이다. '협박 행위'가 왜 문제인지는 이 드라마 속에서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그저 시청자들에겐 '낙태는 불법이다' 정도로 전달될 뿐이다.
임신한 여성들이 겪게 되는 감정이나 고통에 대해선 나오지 않는다. 여성의 현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낳아서 달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제안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아기가 '옜다 물건이다'하면서 줄 수 있는 건가. 미디어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이 임신 기간 여성의 감정, 육체적인 경험 이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그게 법에도 반영된 것이다."
- 낙태죄 협박 사례는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나?"이전에 민우회에서 주요한 사례만 정리한 적이 있다. 만나주지 않아서, 금전적인 갈등이 생겨서, 소송 문제가 생겼을 때 남성들이 임신중절 사실을 무기처럼 이용한다. 심지어 자연유산이 된 경우에도 의심하면서 낙태죄로 고소한다며 괴롭힌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