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삭제된 삶에서 '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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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음'을 넘어 불화하기사회에서는 주류의 질서와 규범을 유지하기 위해 '정상성'을 강요한다. 누군가는 독립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누군가는 아이를 낳아야 하는 사람으로, 누군가는 노동이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등등 개인의 사회적 지위, 성별, 장애, 연령 등에 따라 특정 역할을 기대하고, 특정 역할에서 배제한다. '어쩔 수 없음'의 정당화는 개인을 존중하지 않고 차별하는 것이다. 장애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시설에서 나와서 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여성이기 때문에 혼자 사는 것이 위험할 것이라고, 나이가 많기 때문에 보호가 필요하다고 끊임없이 차별과 혐오의 언어로 규정한다. 예를 들어 '혼자서 밥을 못하기 때문에 당신은 독립하기 어렵다'는 말은, 독립하기 어렵다고 규정되는 사람들에게 덧씌우는 핑계이다.
장애여성공감에서는 이러한 '어쩔 수 없음'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한 활동들을 해오고 있다. 다양한 목소리를 엮어 공감 잡지를 펴내기도 하고, 경험의 언어를 캠프에서 풀어내기도 했다. '장애여성들의 반란'이라는 이름의 자조모임, '억압된 천사에서 자유로운 마녀로'라는 캠프 슬로건, '발칙한 그녀들의 섹스스토리'라는 이름의 전시회 등 고정적 이미지가 아닌 모습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활동들은 시대의 맞춤옷을 벗어던지고자 하는 사람 모두와 연결된다.
정상성 중심의 '잘 사는 삶'의 기준을 넘어, 각자의 '잘 사는 삶'을 이야기 하고 싶다. 우리는 폭력의 피해자로, 불쌍한 사람들로 그려지길 원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으니까 안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유들을 깨면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시대에 불화하며, 각자의 살아가는 방식이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을 계속 만들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