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복댕이가장 강력한 라이벌
이희동
게다가 이런 둘째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막내 복댕이였다. 복댕이는 셋째로 태어났기 때문인지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법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같은 표현을 해도 누나와 형보다 사람들의 시선을 더 끌었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도 삼 남매가 함께 있으면 으레 셋째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 장군감이라느니, 잘 생겼다느니.
첫째는 그와 같은 어른들의 이야기에 신경도 쓰지 않고 자기 일을 하지만 둘째 산들이는 그러지 못했다.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지 않는 것에 상처를 받았고, 어른들이 가고 나면 항상 엄마, 아빠에게 와서 왜 어른들은 복댕이만 예뻐 하냐고 물었다. 부모는 당연히 아니라고 했지만 아이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것은 첫째와 셋째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둘째의 운명이었다.
다행히 그런 산들이가 최근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주목받는 방법을 스스로 깨우친 것이다. 어른들이 동생 이야기를 시작한다 싶으면 얼른 다가와 자신의 히든카드를 내미는 녀석. 산들이의 비밀무기는 지식이었다. '누나는 첫째라서, 동생은 막내라서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면 나는 지식으로 승부를 보리라.'
언제부터인지 녀석은 어른들을 만나면 자신의 온갖 지식을 방출해내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에서 보고 배운 바를, 책에서 읽었던 모든 것들을 쏟아냈다. 초등학교도 가지 않은 아이가 어찌 이런 것도 아느냐며 어른들이 놀라면 더 신나서 떠들었다. 역사, 우주, 국가 등은 녀석의 주요 소재였다.
덕분에 산들이는 동생으로부터 가졌던 피해의식을 어느 정도 극복한 듯 보였다. 첫째 까꿍이는 그런 동생을 보며 어떻게 그런 걸 아느냐고 신기해했고, 셋째는 그런 형을 보며 우리 형이 매우 똑똑하다고 자랑을 하고 다녔다. 둘째는 말은 안 하지만 누나와 동생이 자신을 그렇게 평가해주면 매우 뿌듯해하며 더 열심히 무언가를 익히려 했다. 녀석은 그렇게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