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업계, 원숭이 이어 사람으로 '가스 실험' 파문

사람 대상으로 자동차 배출가스 흡입 실험... 독일 정부 '격분'

등록 2018.01.30 09:02수정 2018.01.3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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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자동차업계의 '인체 실험' 논란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독일 자동차업계의 '인체 실험' 논란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BBC

독일 자동차업계가 원숭이뿐만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 배출가스 실험을 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각) 독일 일간지 <슈투트가르트차이퉁>은 최근 수년간 독일 자동차업계가 사람을 실험 대상으로 동원해 배출가스 유해성을 연구했다고 폭로했다. 

폴크스바겐, 다임러, BMW 등 독일 자동차업체들이 자금을 모아 만든 '유럽 운송분야 환경보건연구그룹'(EUGT) 대외비 문서 '2012~2015년 활동보고서'에는 질소산화물 단기간 흡입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EUGT은 자동차 업체들의 권고를 받아 '건강하고 젊은 남녀' 25명을 대상으로 매주 한 번씩 3시간 동안 다양한 농도의 질소산화물을 흡입하도록 한 뒤 건강 검진을 하는 실험을 독일 아헨공대에 의뢰했다.

질소산화물은 눈과 호흡기 점막을 자극하고 각종 기관지 질환을 일으키는 유해 물질로 알려졌다. 그러나 EUGT는 이듬해 2016년 '질소산화물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아헨공대 실험 책임자는 "질소산화물은 자동차 배출가스 질의 일부에 불과하며 실생활에서는 노인, 아동, 임신부 등 다양한 계층이 장기적으로 흡입한다"라며 "이런 소규모 실험을 근거로 배출가스가 무해해다고 주장하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독일 자동차업계의 원숭이 실험을 비판하는 영화 <더티 머니>를 소개하는 독일 빌트 갈무리.
독일 자동차업계의 원숭이 실험을 비판하는 영화 <더티 머니>를 소개하는 독일 빌트 갈무리.빌트

최근 <뉴욕타임스>는 독일 자동차업계가 2014년 미국 민간 의학연구소 러브레이스호흡기연구소(LRRI)를 통해 기밀실에 원숭이 10마리를 가둬 놓고 자동차 배출가스를 맡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실험을 주도했던 독일 최대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은 디젤 자동차의 배출가스를 실제보다 훨씬 적게 나오도록 조작하는 '디젤 게이트'로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켰고, EUGT는 2017년 해체한 상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사람이나 원숭이를 대상으로 하는 배출가스 실험은 윤리적으로 절대 정당화할 수 없다"라며 "가증스럽고 극심한 혐오를 느낀다"라고 밝혔다.


크리스티안 슈미트 독일 교통장관도 "자동차업체들의 배출가스 흡입 실험을 강력히 비판한다"라며 "이런 비윤리적 실험은 독일 자동차업계의 신뢰를 또다시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의 비리를 폭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더티 머니>의 제작자 알렉스 기브니는 "독일 자동차업계의 원숭이 대상 실험을 보며 나치의 생체 실험을 떠올리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독일 자동차 #디젤 게이트 #배출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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