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협상단을 찾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2차 협상 둘째 날 일정이 끝난 1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협상장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속도전일 것이라는 김현종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의 바람은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 1월 5일 1차 개정협상 이후 8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본부장은 "협상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2차 협상 종료(2월 1일) 이후 그는 "협상은 모든 부분에서 전부 힘들었고 갈 길이 아직도 멀다"고 토로했다.
반면 미국의 속도전 주장은 여전하다. 1월 5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로버트 라이트하이저(Robert Lighthizer) 대표는 "우리는 가능한 빨리 (공정하고 상호호혜적인 무역을 통한 미국민의 경제적 이익 실현이라는)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갈 것(We will move forward as expeditiously as possible to achieve this goal.)"이라고 말했다.
2차 협상 이후에도 로버트 대표의 입장은 변함없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속도전 결기가 물씬 느껴진다.
"이번 (한미FTA 개정)협상은 무역거래를 공정하고 호혜적으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행정부 공약의 한 예다. 우리는 미국 국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실질적이고 신속한 진전으로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 모든 무역 관계에서 미국은 미국의 노동자와 제조업자, 특히 불공정 무역관행으로 심각한 권리침해나 피해에 직면한 이들을 지켜갈 것이다.(2월 1일, USTR 보도자료)"
FTA는 단순한 '무역협정'이 아니다벌써 한미FTA 개정을 위한 2차 협상이 끝났다. 이번 협상에서 정부는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무역구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제안과 입장을 미국 측에 제기하는 한편, 시장접근 및 관세와 관련한 입장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금번 개정협상이 이익의 균형 원칙 하에 상호호혜적으로 추진되어야 함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익의 균형'은 미국 측의 공세를 방어하기 위한 기초인 셈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근거로 '이익의 균형'을 판단할 수 있을까? 단지 무역수지만으로 '이익의 균형'을 판단할 수 있을까?
아니다. 알다시피 FTA라는 이름은 자유(Free), 무역(Trade), 협정(Agreement)이지만, 실질은 무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미FTA는 우리나라 법률을 30여 개나 개정시킨 초법적 조약이다. 한미FTA의 실체를 산업부가 박주선 국회 부의장에게 제출한 연구용역 <FTA 이행 연례보고서 기초연구(2017.1)>를 통해 보자.
"최근의 FTA는 그 대상 범위가 통상적인 상품교역을 넘어 서비스 거래, 노동과 자본 등의 생산요소와 기술의 이동, 그리고 경제제도 및 규범의 국제화 등 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전방위적 협정"으로, "FTA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하며 효과의 경로도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FTA의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행상황 및 효과를 주기적·체계적으로 점검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응은 미흡하다. 이시욱 외(2016)에 의하면, 2001년 이후 온-나라정책연구 PRISM에 등록된 정부부처 발주 FTA 용역보고서 222건 중 이행평가 등 체결 후 성과분석에 해당하는 연구는 전체의 5.4%인 12건에 불과하다.(동 보고서 2면)
현재 2차례 개정협상을 마친 한미FTA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5년간 한미FTA가 우리 경제사회 전반에 미친 영향은 지금도 분석 중이다.
2017년 10월 초 → 2018년 2월 말로 3차례 연기된 한미FTA 이행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