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 공공기관에서 열린 상업공연...실망스럽다

등록 2018.02.11 13:05수정 2018.02.1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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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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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0일 (토) 울산 북구청 옆 예술회관에서 무료 문화공연이 있다고 우리 아파트 우편함마다 입장권이 꽂혀 있었다.


생소한 건 아니었다.

"평양에서 온 북한 최고 배우들이 펼치는 환상의 무대. 북한평화예술단. 무료 관람권"

생각은 잘 안 나지만 어디선가 심심찮게 본 광고 포스터였다.
'왜 무료로 하지?'

호기심이 발동되었다. 공연은 오전 10시 오후 13시, 16시, 19시 이렇게 네 차례나 잡혀 있었다. 16시에 하는 공연을 보러 나섰다. 우리 동네서 북구청 옆 문화예술회관까지는 버스로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었다. 필자는 버스 타고 가면서 무료입장권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주최가 대한환경 일보라 되어 있었고 협찬이 대노 복지사업단으로 되어 있었다. 핸드폰으로 검색해보니 그런 언론사가 있었다. 그런 복지사업단도 있었다. 앞에 (주)가 붙어 있었고 사무실이 대한노인회 건물에 있었다. 그러니까 복지사업단이라는 주식회사였다.


뒷면을 보고서야 그 공연의 성격을 이해하게 되었다. 뒷면 문장 중 이런 게 보였다.

'본 공연은 대노복지사업단에서 유람선 여행 및 상조 서비스에 관한 설명해 드리기 위해 마련한 무료공연입니다.'


주의엔 '30세 이상만 입장가능'이란 문구도 보였다. 필자는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협찬사 특별선물 증정"을 보고 진짜로 선물로 주는지 궁금했다.

"입장권에 있는 선물 언제 줍니까?"

공연장으로 들어가면서 입장권 뒷면을 보여주며 질문하니 공연 관계자로 보이는 여성분이 답합니다.

"우린 나눠 주려고 했는데 북구청 관계자가 일절 반입금지 시켜 못 나눠 줍니다"

공연장 안엔 이미 많은 분들이 앉아 있었고 대부분 나이 드신 분들이었다.

"여기 참석하신 분이 약 150분 정도 오신 거 같습니다. 1부로 북한에서 오신 분들의 오프닝 공연을 하고 2부엔 대노 복지사업단에서 유람선 여행에 대해 잠시 설명해 드리고 3부에서 본 공연을 합니다"

모두 6명의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아코디언 연주자와 가수, 춤사위 하는 분들이 예쁜 한복 차림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무대엔 사진 촬영금지를 알리는 대형 화면만 비치고 아무런 공연 장치는 설치되지 않았다.

"반갑습니다. 동포 여러분"

그 노래로 시작해 노래와 춤, 아코디언 연주가 이어졌다. 여성들이 화려한 한복형 무대 복장을 하고 나와 노래와 춤을 추었다. 북한에서 고위급만 볼 수 있는 공연이라 설명도 했다. 오프닝 공연이 끝나고 양복 차림의 젊은 남자가 나와 유람선 여행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 소속으로 2007년 설립되었고요. 경로당이나 독거노인의 수도세, 전기세 등을 지원합니다. 싱가포르 가서 세계 최고 수준의 크루즈 배를 타고 말레이시아, 태국을 거친 5박 6일짜리 여행입니다. 대한노인회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가입 후 유람선 여행하게 되면 여러 가지 혜택이 있으니 이 기회에 어르신들 여행 한 번 다녀오세요"

결국 필자는 중간에서 나왔다. 그리고 1층 관리 사무실에 들러 "저건 유람선 여행 광고하는 행사 차원인데 이런 공연장에서 저런 공연 하라고 장소 제공하신 겁니까?"라는 질문을 했더니 "담당은 자리에 없다" 며 옆자리 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공공기관에서 그런 상업공연엔 대관 안 해줘요. 대한노인회에서 마련한 무료공연인 줄 알고 대관해 줬는데 이럴 줄 몰랐죠. 언론에 뭇매를 맞아 담당자가 징계받게 될지도 몰라요"

복지라는 이름을 이용해 돈벌이하는 경우도 참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공연장 가면 공연 포스터가 도배할 정도로 많던데 아무것도 없는 걸 보고 이상하다 싶었다.

#모이 #무료공연 #울산 #북한평화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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