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족의 탄생>은 피 한방울 안 섞인 이들이 어떻게 '가족'으로 묶일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김희경은 <이상한 정상 가족>에서 "비혼의 급증은 개인화의 결과가 아니라 불안정해진 삶의 표현"이라며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사회에서 개인이 기댈 유일한 언덕은 '사적 안전망'인 가족이었다"고 말한다.
삶이 불안정해서 가족을 꿈꾸었으나, 똑같이 불안정하다면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나을 거라는 판단으로 '비혼'을 선택할 걸까.
현재는 가족의 개념이 달라졌다. 가족을 구성하기 위해 결혼이라는 제도가 필수였다면, 지금은 선택인 것이다.
2006년에 나온 영화 <가족의 탄생>이 떠오른다. 처음 영화 제목을 맞닥뜨렸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이 아니라,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만난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고 사는 가족이 된다. 결혼과 출산을 통한 가족의 '유지'가 아닌 새로운 가족이 '탄생'한 것이다.
외로운 사람들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진정한 가족임을 말하고 싶은 영화 <가족의 탄생>. 결국 비혼도 단순히 결혼제도의 반대를 넘어서 또 다른 모습의 '가족의 탄생'이 아닐까.
물론 내가 만난 20대지만, 지금 내가 20대라도 비혼을 선택할 것이다. 결혼이 주는 하나의 길보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다채로운 길을 가보고 싶다. 어떤 길이든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가를 지불해야 할 테지만.
"여기에 비혼주의자 한 명 더 있어." "누구요?" 친구들이 물었을 때 이제 아홉살이 되는 둘째 딸을 가리켰다. '미혼'으로 길들여진 세상에 '비혼'이라는 단어가 생겼듯이 내 딸들이 살아갈 세상은 어떤 언어가 탄생할까?
"명절 날 뭐 할거야?" "혼자서 뒹굴뒹굴하다가 보고 싶었던 영화나 실컷 봐야죠."그럼 나는? 혼자 뒹굴며 보고 싶은 영화도 많지만, 결혼을 선택했으니 찌찜이나 노릇노릇하게 구워야지.
[비혼주의자로 한국에서 살아남기] ① '왜 결혼 안 하니' 물으면, 마돈나처럼 대꾸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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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쓸 때는 은둔자가 되고 싶으나, 그저 사람을 좋아하는 여인. 곧 마흔, 불타는 유혹의 글쓰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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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노예 취급한다" 불편하면서 통쾌한 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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