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모요사
술 한 잔으로 슬픔이나 아픔을 달래는 분이 있습니다. 참말로 술 한 잔은 우리 마음을 찬찬히 녹이곤 합니다. 그러나 어떤 분은 술 한 잔으로 슬픔이나 아픔을 달래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해코지하는 짓을 저지르기도 해요.
'술김'에 모르고 그랬다느니, '거나한' 나머지 하나도 안 떠오른다고 핑계를 대지요. 갖은 성추행이 술김이나 거나한 나머지 생겨요.
참 많은 사내들이 술김에 몹쓸 짓이나 모진 말썽을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봅니다. 사내들은 왜 사람(누구보다도 가시내)을 만날 적에 굳이 술을 함께 마시자고 할까요?
술김에 자꾸 몹쓸 짓을 저지르고 거나한 탓에 모진 말썽을 일으킨다면, 사람을 만날 적에 술 아닌 차를 마시면 좋을 텐데요. 찻물을 마시다가 '찻김'에 말썽을 일으켰다는 얘기는 아직 들은 적이 없거든요.
"일곱 가지 꽃과 여섯 가지 허브를 섞었어요." "아, 그래서 이렇게 다양한 맛이 나는구나. 이런 맛은 처음이에요." (29쪽)
"모든 걸 잊게 하는 마법의 약은 아니지만, 차를 마시는 동안은 잠시 잊을 수 있지요. 쉼표가 필요할 때마다 홍차를 마셔 봐요. 조금은 다른 내가 되어 있을 거예요." (31쪽)
만화책 <오늘은 홍차>(모요사 펴냄)를 읽습니다. 이 만화책에 나오는 '차를 마시는 사람'은 거의 다 가시내입니다. 그리고 이들 '차를 마시는 가시내'는 일터나 집에서 짜증이나 괴로움을 잔뜩 짊어집니다. 힘들된 어느 날 차 한 잔을 만나면서 온누리를 보는 눈이 달라진대요. 고되던 어느 날 차 두 잔을 만나면서 나를 스스로 바라보는 눈도 바뀌었대요.
'겨우 홍차 한 잔에 달라진 내 모습에 킥킥대다가, 문득 깨달았죠. 작은 것 하나가 바뀌면 다른 것들도 조금씩 바뀌어서, 결국엔 모든 것이 완전히 달라지는 게 아닐까?' (72쪽)
'몸과 마음이 밀착되는 느낌이 들면서 내 마음이 말하는 게 조금씩 들리기 시작해요. 이 감각이 바로 '나'구나.' (78∼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