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 2015
문학동네
진짜 '개인주의자'로 살아간다는 것은문유서 판사의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 다르다. <개인주의자 선언>은 제목만 없었더라면 오히려 <공동체주의자 선언>으로 이해되었을 것 같다. 그 정도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한 개인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보다 공동체 문제에 대한 것이 많다. 어떻게 하면 더 조화로운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공동체 속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들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온전한 '개인'이라는 개념은 이론적으로는 성립할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 우리들은 어머니로부터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매 순간 작게는 가족부터 더 넓게는 학교와 지역 공동체, 그리고 국가라는 집단 혹은 사회에 둘러싸인 채 자랐다. '나'라는 개인을 둘러싼 모든 정체성과 특징들이 인간 공동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에 자신의 자유와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인주의자라면, 자연스레 공동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내가 자유를 보장받고, 행복 추구의 권리를 실현시켜 나가려면 나를 둘러싸고 있는 공동체에 대한 담론부터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개인'의 가치를 높게 인식하지 않았고, 오로지 '집단'과 그 집단을 이끄는 사상 혹은 지도자만을 중요시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진정으로 공동체의 문제를 깊게 고민하려는 시도도 부재하였던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의 공동체 논의라고는 기껏해야 격렬한 이념 다툼이 9할이었을 정도로 영양가 없는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개인주의를 존중하고 받아들이게 될 때, 우리는 그것을 더 잘 지켜주기 위한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게 된다. 또 개인들끼리의 상호 침해가 없어지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서로를 존중할 것인지, 어떤 제도를 마련해야 할 지, 그리고 어떻게 더 나은 공동체 형성에 기여할지를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문유석 판사가 살아가는 법적 영역에서도 '개인'의 삶에 집중하게 될 때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먹고 살기 위해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던 사람의 이야기, 당장의 생존에 눈이 멀어 묻지마 투자에 사기당한 이들의 애환, 그리고 국가적 재난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가까이서 느낄 수가 있게 된다. 그렇게 될 때 판결은 종이 쪼가리를 넘어서 실제 현실을 바라보고 다루는 통로가 된다. 더 깊은 고민이 가능해지고, 더 나은 공동체가 그런 판결들이 쌓여 만들어진다.
'공동체의 위기'라고들 한다. 세대 갈등부터 지역 갈등, 그리고 이념 갈등까지 다툼이 끊이질 않는다. 늘 이런 다툼 속에서 지쳐나가지 말고, 한 발 자국 뒤로 물러나 '나'라는 개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우리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이런 여유를, 이런 생각의 전환을 가질 때 역설적으로 더 건강하고 튼튼한 공동체가 만들어질 것이다.
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문학동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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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시민기자. 서울대 로스쿨 졸업. 다양한 이야기들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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