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GM 부사장 "군산공장 살리기 어렵다"

GM 투자 계획 묻자, "신차 2종 투입...수십만개 일자리 수호자 되고싶어"

등록 2018.02.20 19:11수정 2018.02.2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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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엥글 제네럴모터스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 20일 배리 엥글 총괄 부사장이 더불어민주당 한국지엠 대책 테스크포스(TF) 간담회를 위해 국회를 방문했다.
배리 엥글 제네럴모터스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20일 배리 엥글 총괄 부사장이 더불어민주당 한국지엠 대책 테스크포스(TF) 간담회를 위해 국회를 방문했다. 최은주


"한국지엠이 크긴 크구나."


20일 12시 30분쯤 서울 여의도의 국회 본관 2층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회의실 앞을 지나던 한 남성의 말이다. 그는 회의실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수십 명의 기자들을 보고 이같이 말했다. 기자들은 당장이라도 취재가 가능하도록 노트북과 핸드폰을 들고 있었고, 빨간 카펫이 깔린 복도에는 여러 대의 카메라도 놓여 있었다. 

이때 회의실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한국지엠 주식회사(아래 한국지엠) 대책 테스크포스(TF) 주재의 배리 엥글(Barry Engle) 제네럴모터스(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GMI) 사장과의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배리 엥글 총괄 부사장이 올해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으로 세번째다. 간담회 자리에는 매트 홉스(Matt Hopps) GM 대외정책 부사장, 카허 하젬 한국지엠 사장, 최종 한국지엠 대외정책 상무도 함께했다.

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 "수십 만 개 일자리의 수호자 되고 싶다"

간담회를 마치고 나온 엥글 부사장을 향해 카메라 프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본사에서 마련한 자구책과 관련, 엥글 부사장은 "한국에서 사업을 지속하고자 하며 경영상황을 개선해 건전하게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이를 위한 회생 계획안을 준비했으며 이는 상당한 투자는 물론, 지난주에 있었던 구조조정을 포함한다"고 답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엥글 부사장은 이날 간담회 인사말을 통해 "한국에 남아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며 GM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했다고 한다. 이어 엥글 부사장 측은 "변화를 모색하고 해결책을 찾고 있으며 변화의 해결 방안으로는 신차 투자를 포함한 계획을 갖고 있다"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은 "엥글 사장이 본인 표현으로는 신차 투자까지 완성된다면 이는 한국의 자동차 시장 뿐 아니라 경제에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며 "수십 만 개 일자리의 수호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GM 투자 계획, 신차 2종 투입... 군산공장 부활은 없어

투입될 신차는 2종으로, 부평과 창원 공장에서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신차 관련 질문에 대해 엥글 부사장은 "전세계적인 시장이 소형화에서 중대형화로 바뀌고 있다"며 "부평과 창원(공장)에 신제품이 투입될 가능성 높다"고 답했다. 부평공장에서는 아베오-캡티바-알페온-말리부-트랙스를, 창원공장에서는 스파크와 라보, 다마스를 만든다.


앞서 지난 8일 있었던 노조와의 2018 임금 및 단체협약 2차 교섭을 통해 신차는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CUV)으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개발 상황은 1단계로, 차량 양산까지는 48개월이 소요된다. 엥글 사장은 "한국지엠의 연간 생산량이 과거 100만 대에서 현재 50만 대 이하로 줄었는데, 앞으로 이 계획이 실행된다면 50만 대 수준을 유지하도록 (한국에) 남아서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군산공장 되살리기에 대해 엥글 사장은 "일주일 중 하루 정도의 조업으로는 수입 창출이 불가능하다"며 "군산공장 자체를 살리는 것은 어렵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고용에 대해서는 최대한 배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군산공장의) 22개 협력업체에 현재 5000명의 근무자가 있는데, 500명 정도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더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이와 별도로 인수 의향자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철수설은 가볍게 부인, 고리대금 등에 대해서는 답 안해

배리 엥글 제네럴모터스(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 20일 더불어민주당 한국지엠 대책 테스크포스(TF) 간담회를 위해 국회를 방문한 배리 엥글 총괄 부사장이 우원식 원내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배리 엥글 제네럴모터스(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20일 더불어민주당 한국지엠 대책 테스크포스(TF) 간담회를 위해 국회를 방문한 배리 엥글 총괄 부사장이 우원식 원내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최은주

국내 시장에서의 철수는 고려하고 있지 않는 모양새였다. 엥글 사장은 철수 가능성에 대해 "말씀드린 바와 같이 한국에서의 사업을 개선해 지속하고, 이를 통해 한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앞으로 많은 일이 남아있지만, 모두 함께 이뤄낼 성과에 대해 긍정적인 확신을 갖는다"고 이야기했다. 

엥글 사장은 "저희는 모든 이해관계자로부터의 협조와 지원을 바란다. GM은 스스로의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했다. 이어 그는 "현재 시점에서 정부와의 논의사항에 대해서 구체적인 사항들을 말씀하기는 적절치 않지만, 향후 그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영악화와 적자의 원인으로 지적받는 본사의 고리대금, 높은 부품비, 연구개발비 등에 대해서는 대답을 피했다. 강 대변인에 의하면 GM은 산업은행의 3자 실사에 합의를 한 상태다.

간담회 내용을 전한 강 대변인은 "의원들 사이에서 예리한 질문도 나왔지만, 엥글 사장은 전반적으로 둥글게 답을 하는 식이었다"라며 "투자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주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는 느낌이었고, 정부에 요청한 구체적인 지원에 대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민주노총과 한국지엠 노조는 20일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GM 자본 규탄 및 대정부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민주노총과 한국지엠 노조는 20일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GM 자본 규탄 및 대정부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최은주

한편 이에 앞서 이날 오전 국회에선 한국지엠 노조가 'GM 자본 규탄 및 대정부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노조는 이날 회견에서 미국 GM본사와 한국지엠에 요구하는 자구책 5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외국인 임직원(ISP) 및 상무 이상 임원 대폭 축소다. 고비용의 원인으로 지적 받는 인건비의 원인이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의 연봉을 가져가는 고위급 임원이라는 것.

두 번째는 차입금 전액의 자본금 출자 전환이다. 본사에서 약 3조 원에 달하는 대출금을 회수하지 말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투자를 하길 기대했다. 나머지 세가지는 생산물량 확보 및 고용안정,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방안이다. 구체적인 신차 투입 계획을 약속하고, 국내 판매와 수출을 위한 생산물량을 확대하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관점으로 전기차와 같은 미래형 자동차를 국내에서 개발하고 생산할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는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GM은 지속 가능한 경영을 운운할 자격조차 없으며, 우리 정부와 노조에 어떠한 협조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노조는 청와대에도 사태 해결을 위한 요구서한을 전달했다. 임한택 한국지엠 노조 지부장은 "(정부가) 세무조사에 나서 공적 자금 투자 이후에도 이런 일(군산공장 폐쇄)이 벌어지지 않게 외국인 투자 자본에 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당연히 만나봐야 하는 거고, 응해주면 언제든지 가겠다"라고 긍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노조 내부에서는 스스로 반성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회사의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임금 인상과 파업을 단행한 부분에 대해서다. 이에 대해 임 지부장은 "우리도 현재의 심각성과 노조가 회사를 압박하는 부분에 대해서 반성할 부분이 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작년 3월 현재의 집행부가 구성돼 새롭게 가겠다고, 무파업으로 임단협을 진행하니까 회사가 쉽게 생각하더라"라며 "회사도 노조에 솔직하게 다가서지 않는 이상 회사에 노조의 뜻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회사 측에 최대한 협의를 할 계획이다. 군상공장처럼 부평과 창원, 보령공장의 문을 닫을 수는 없다. 임 지부장은 "한국지엠이 개발을 주도하는 경차 스파크의 후속 모델의 생산물량 배정을 회사에 요구할 것"이라며 "창원 공장에서의 생산을 위해 회사와 협의할 것"이라고 양보 의지를 내비쳤다.

민주노총은 이번 군산공장 폐쇄 사태를 30만 고용대란을 일으키고, 국내 전체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비상상황으로 규정했다. 양동규 부위원장은 "경영부실의 책임은 미국 본사에 있다"며 "이들(GM)과 감독 책임이 있는 정부와 산업은행은 공 던지기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리고는 정부와 GM 자본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고, 노조와의 협의를 재촉했다. 양 부위원장은 "일자리 정부답게 있는 일자리부터 지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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