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경기 마친 남북 선수들의 포옹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마지막 경기인 스웨덴전을 마친 뒤 서로 격려하고 있다. 북측 황충금(39번) 선수가 한도희(20번) 골리를 안아주고 있다.
이희훈
올림픽 시작 이전부터 뜨거운 감자로 부각된 사건은 누가 뭐래도 '남북 단일팀' 이슈일 것이다. 과거 탁구팀에서 남북 단일팀을 결성했던 것을 본보기로, 여성 아이스하키팀에서 남북 단일팀 '코리아'를 결성하는 방안이 추진되었다. 새 정권의 출범과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 시작을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시도였다.
그런데 이를 둘러싸고 정부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강력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우리 선수들이 따낸 출전권에 왜 북한 선수들을 합치느냐'라는 항변이었다. 대회 개최가 채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북한팀 선수들을 기존팀에 합류시킴으로써 경기력 저하는 물론이고 애써 출전권을 따낸 우리 선수들이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느냐는 주장들이 나왔다.
그런데 이를 대하는 정부, 혹은 기성세대의 반응은 20대 당사자의 입장에서 보기에 너무나도 의외였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남북 단일팀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메달권에 있는 팀도 아니"라고 반응했다. 한 두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 목표이기에 단일팀을 만드는 것이 문제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다른 담당자들의 입장 역시 큰 차이가 없었다.
2030의 지지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본래 문재인 정부 지지층 중 핵심으로 여겨지던 것이 2030세대였으나, 단일팀 이슈에서는 50%를 훌쩍 웃도는 반대 입장을 보여주었다. 정부와 현 정부를 지지하는 기성세대는 당혹감을 드러내었다.
유시민 작가가 <썰전>에서 진단했듯, 2030세대의 단일팀을 향한 '분노'는 '사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에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를 살아온 어른들에게는 '국가'적 과제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 '민족'의 평화로 하루빨리 다가가야 한다는 조급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러한 거대담론이 지지를 받기 힘들어지는 시대가 왔다. '전체'를 위해서 '개인'이 희생당해야 하는 상황이 공정한 것인지에 대해 시민들은 물음표를 던졌고, 가장 순수해야 할 스포츠의 영역에 앞선 상의도 없이 윗선의 의지에 따라 정치 논리가 갑자기 끼어드는 것에도 거부감을 느꼈다.
남북 단일팀 이슈는 이후 벌어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기장 방문을 둘러싼 논란과도 통하는 측면이 있다. 윤성빈 선수가 아시아 최초로 올림픽 무대에서 스켈레톤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룬 날, 박영선 의원은 경기장을 찾아 함께 화면에 얼굴을 비추었다. 그런데 해당 장소는 사전 허락 없이는 들어갈 수 없었음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한 선수의 성공을 홍보의 기회로 이용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거센 비판이 박영선 의원에게 가해졌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정치 권력'이 스포츠에 함부로 개입하거나 모습을 비추려 하는 것 자체에 국민들은 이제 염증을 느끼는 것이다. 그만큼 정치 논리에서 해방된 순수한 올림픽에 대한 갈망이자 기존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의 반영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꼰대'는 가라한편 위의 이슈들과는 다른 측면에서 훨씬 더 큰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인물이 있었다. 바로 대한체육회 회장과 빙상연맹의 '한 임원'이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이 자원봉사자를 상대로 '갑질'과 '막말'을 자행했다는 보도가 17일 터져 나왔다.
뒤이어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이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 선수의 경기 당일 일찍부터 선수촌에 방문했고 이 때문에 그녀가 잠을 자는 데에 방해받아 컨디션에 지장이 있었다는 의혹도 보도되었다(이와 관련, 이상화 선수는 19일 강릉 올림픽파크 코리아하우스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제 긴장감을 없애 주려고 방문하신 것 같고, 이른 시각도 아니었고 저는 깨 있었다, 이것을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빙상연맹 등의 단체는 올림픽을 개최하고 이끌어 나가는 데에 분명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단체이다. 이 단체의 고위 관계자인 두 사람도 많은 수고를 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올림픽이 개최되었을 때, 그곳의 주인공은 그들이 아닌 선수들과 시민들이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국가 행사의 성공을 위해 시간을 내어 준 봉사자들이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직함을 내세워 진짜 주인공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언
론 보도 이후 국민들은 분노했다. 지위만 내세우며 온당치 못한 언행을 펼치는 것, 우리 일상에서 많이 마주해온 부정적 '꼰대'의 모습 자체이기 때문이다.높은 자리의 사람이 조금만 더 타인을 배려하고 겸손해졌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들이 연이어 터져 나온 데서, 아직 우리 사회에 진정한 배려의 정신이나 존중의 마음이 정착하지 못했음을 느끼게 된다.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중요한 건 '올림픽 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