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서울시, 인천시, 대구시, 강원도의 기관장 업무추진비 내역. 결제 일시,장소,인원 등이 상세히 공개돼있다.
김성욱
"상세내역이 공개될 경우 국회 사무총장의 활동 내역이 노출돼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거나 기관장의 독립적이고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공직사회의 이 같은 변화에도 국회는 아직 요지부동이다. 국회 사무처는 매달 홈페이지를 통해 국회 사무총장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있지만, 당월 지출 총액과 개략적인 유형별 액수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서울시를 비롯해 인천시·광주시·대구시·강원도 등 지자체들이 업무추진비 결제 때마다 집행일시·장소·목적·대상인원·지불방식까지 공개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오마이뉴스>는 국회 사무처 측에 국회 사무총장 업무추진비 상세내역을 정보공개청구했지만 사무처는 "기관장의 독립적이고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라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2017년 11월). 이처럼 국회가 내역조차 밝히지 않는 '깜깜이' 업무추진비만 한 해 86억 원에 달한다(2017년 예산 기준).
국회 사무처는 <오마이뉴스>에 보내온 답변서에서 "국회 사무총장의 업무추진비는 기관운영, 의정활동지원 및 관계기관 업무협조 등의 공식적인 기관 업무수행과 언론인 간담회 및 대민 지원 등의 업무수행을 지원하기 위한 경비로 사용하고 있다"면서도 상세내역은 함구했다. 사무처는 "국회 사무총장의 활동내역이 노출돼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1항 5호에 해당해 비공개한다"고 답했다.
국회 사무처가 비공개 결정의 근거로 든 법 조항에선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만을 비공개 가능한 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업무 관련 식비 등으로 주로 쓰이는 업무추진비 정보와는 거리가 멀다.
대법원 판결도 무시
국민 세금이지만 사용내역조차 알 수 없는 이런 국회 예산은 비단 업무추진비만이 아니다. 영수증 제출이 필요 없어 최근 각종 비위 의혹에 단골로 등장하는 '특수활동비'(81억 원)와 '입법·정책개발비'(86억 원), '예비금' (16억 원) 등이 대표적이다(액수는 2017년 예산 기준).
국회 예산의 불투명한 운영을 두고 논란이 제기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 2004년 10월 참여연대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대법원은 국회가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예비금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2월 1일 국회의 '입법·정책개발비' 공개 여부 관련 소송에서도 서울행정법원은 "국회가 입법 및 정책개발비 지출에 대해 증빙서류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이같은 사법부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업무추진비 등 '깜깜이' 예산에 대한 정보공개를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 정보공개청구 거부는 물론 이어진 패소 판결에도 불복하고 항소하면서 지리한 법정 싸움만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견제 받지 않는 국회가 국민 세금으로 소송전을 벌이며 시간만 끄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사무처, 홍준표 대표 특활비 지급 내역도 "비공개"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회 운영위원장 당시 사용했던 특수활동비 역시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2015년 성완종 리스트 사건 당시 계좌에 있는 1억여 원이 성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자, 당시 "원내대표에게 국회 대책비(특수활동비)가 나오는데, 활동비 중 남은 돈을 생활비로 줄 수 있다"고 돈의 출처에 대해 해명한 바 있다.
최근 지난 정부 국정원의 청와대 상납 의혹 등으로 특활비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자 홍 대표는 2015년 당시 자신의 발언을 '특활비로 월급을 아낄 수 있었고, 아낀 돈으로 경선 자금을 댄 것이지 특활비를 유용한 것은 아니다'는 식으로 해명해 말 바꾸기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일자 <오마이뉴스>는 국회 사무처 측에 홍준표 대표에게 지급한 특수활동비 전체의 지급시기·액수·항목·총누적액 등을 정보공개 청구했으나 국회 사무처는 "집행내역이 공개될 경우 국회 본연의 의정활동이 위축되고 국회 운영에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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