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
우리나라 궁궐이나 왕릉을 산책하다가 잠시 고개를 들면 눈에 들어오는 재미있는 사물이 있다.
건물 추녀마루 위에 나란히 줄 서 앉아 먼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고개를 들거나 숙이고 있는 물상들로 잡상(雜像)이라 부른다. 한옥 지붕을 운치 있게 꾸미는 암키와 수키와처럼 일종의 장식기와로 액운을 막고자 만들었다.
조선 시대에는 기와 제조 관서인 와서(瓦署)에 특별히 잡상장(雜象匠)을 두어 훌륭한 잡상 제작에 힘을 쏟았다고 한다. 잡상의 모양은 어린 시절 재밌게 읽은 중국 고전소설 <서유기>에 나오는 주인공들과 여러 동물 형상이란다. 맨 앞이 삼장법사 바로 뒤가 손오공이고 그 뒤는 저팔계다.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슬며시 미소를 짓게 하는 존재다. 은근한 유머와 해학을 좋아하는 우리 조상들의 성정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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