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습지 일부분 잿더미로 변해... 습지의 가치 널리 알려야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에서 환경기자클럽상 수상

등록 2018.03.07 09:07수정 2018.03.0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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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상식 후 단체사진을 촬영 하였다.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상식 후 단체사진을 촬영 하였다. 이호연

지난달 24일 제15회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보전대상지 시민공모전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상식이 개최되었습니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정부로부터의 간섭과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순수 비영리 민간운동입니다.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자산기증과 기부를 통해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확보하여 시민의 소유로 영구히 보전하고 관리하는 일을 합니다.

이 운동은 산업혁명을 통해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룩했던 영국에서 1895년 시작되었습니다. 1907년 내셔널트러스트 특별법(the National Trust Act)의 제정으로 내셔널트러스트가 확보한 자연·문화유산에 대해서는 개인이나 국가의 소유가 아닌 '시민의 유산'으로 사회적 소유가 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법의 제정으로 내셔널트러스트가 확보한 시민유산은 '양도불능의 원칙'이 보장됨에 따라 '영원한 보전(permanent preservation)'이 가능해졌습니다.

현재 영국내셔널트러스트는 전국토의 1%를 소유하고 430만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영국 최대의 사적 토지소유자이며 시민단체로, 정부정책의 감시자로서 역할뿐 아니라 정부를 능가하는 자연·문화유산 보전 담당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2007년 12월 '세계내셔널트러스트기구(International National Trusts Organization=INTO)'가 발족됨에 따라 전 세계 30여 개국이 활동하는 국제적 자연·문화유산 보전운동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2000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이 시작됩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출범이후, 미래세대를 위해 영구 보전할 수 있는 시민유산 확보를 위한 활동과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내셔널트러스트법' 제정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 '최순우 옛집', '동강 제장마을', '나주 도래마을 옛집', '권진규 아틀리에', '연천 DMZ 일원 임야', '청주 원흥이 방죽 두꺼비 서식지'를 확보하여 시민유산으로 보전 관리하고 있습니다.

제15회 '이곳만을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 시상식에서 '내셔널트러스트 대상'은 '대전 월평공원'을 응모한 '도솔산(월평공원)대규모아파트건설저지를위한갈마동주민대책위원회'가 받았습니다. 이 외에도 7개의 '꼭 지켜야 할 자연문화유산'이 선정되는데 이중에는 우리지역의 '신천습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15회를 맞고 있는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은 우리주변에 있는 보전가치 높지만 훼손위기에 처한 자연·문화유산을 시민들이 직접 추천하고 전문가들이 선정하는 캠페인입니다. 1차 서류심사와 2차 현장심사를 통해 응모작의 자연·문화적 가치와 시민들의 보전활동을 직접 현장에서 확인한 후 선정하였습니다. 선정기준은 '훼손의 위험이 높아 보존이 시급한 곳인가?' '생태·문화적 가치가 있는가?'입니다.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은 선정된 자연·문화유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일깨우고 지역주민들과 NGO단체가 벌이는 보전운동에 탄력을 불어 넣어주고 있습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을 통해 선정한 자연·문화유산은 현재까지 110여개입니다.


이번 '이곳만은 꼭 지키자'에서 환경기자클럽상을 받은 신천습지는 소양천과 고산천이 만나는 완주군 삼례읍 구와리 회포대교에서 하리교까지 2km, 약 31만 평방미터에 걸쳐있습니다. 이곳은 하천의 폭이 넓어지면서 유속이 느려지는 곳으로 유속이 느려지면서 자갈과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하중도가 많은 곳입니다. 이 하중도에는 하천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은 물론 호소식물도 자라고 있어서 식물생태계가 안정적입니다.

또한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만든 수중보가 있어서 물이 4계절 넉넉한 편이어서 새와 물고기, 곤충에게 좋은 서식지가 되고 있습니다. 만경강과 동진강에 있는 많은 습지들 중에서 유일하게 신천습지만이 환경부지정 1급 습지입니다. 이곳에는 조류 23종, 양서· 파충류 6종, 곤충 100여 종이 살고 있어서 만경강 생태계의 유전자 풀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2008년 이곳에서 멸종위기종인 가시연꽃이 관찰되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하천에서 가시연꽃이 관찰된 적이 없습니다. 또한 고유종인 긴흑삼릉, 흑삼릉, 자라풀, 수염마름, 왜개연꽃, 질경이택사 등이 관찰 보고 되었습니다. 특히 강원도에서만 관찰되는 북방식물인 개쇠뜨기 자연군락과 꼬리명주나비와 먹이식물인 쥐방울넝쿨 자연군락을 이곳에서 관찰되었습니다. 신천습지에서는 암먹부전나비, 나비잠자리, 꼬마잠자리, 장수잠자리 등 곤충의 서식지이며 쇠백로, 해오라기, 청둥오리, 쇠물닭, 흰뺨검둥오리, 기러기 등의 철새 도래지입니다.

 신천습지에 찾아온 천연기념물이며 멸종위기종인 노랑부리저어새
신천습지에 찾아온 천연기념물이며 멸종위기종인 노랑부리저어새이호연

신천습지를 찾은 민물가마우지 민물가마우지는 다 자란 성조는 온몸이 까맣고 흰 빛이 남아 있는 것은 아직 덜 자란 아성조이다. 가마우지 주면의 새는 청둥오리 암,수와 흰뺨검둥오리이다.
신천습지를 찾은 민물가마우지민물가마우지는 다 자란 성조는 온몸이 까맣고 흰 빛이 남아 있는 것은 아직 덜 자란 아성조이다. 가마우지 주면의 새는 청둥오리 암,수와 흰뺨검둥오리이다.이호연

다양한 식물과 곤충은 물론 조류의 서식처인 신천습지는 만경강 중하류와 상류를 포함하는 모든 지역의 동식물의 유전자를 확보할 수 있는 유전자 풀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더욱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담수호가 되어버린 만경강의 수질을 정화 시키는 허파의 기능을 하는 곳이기에 신천습지는 반드시 지켜져야만 합니다. 이러한 가치를 환경기자클럽에서 인정받았기에 환경기자클럽상을 수상할 수 있었습니다.

엄청난 가치를 지닌 신천습지가 파괴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현재 하천도로 정비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서 공사로 인한 습지 파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이곳에 사는 주민들도 습지의 가치를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습지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회포대교 아래는 여름에 물 놀이터로 이용되고 있고, 4계절 낚시꾼들이 찾아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습지에는 귀화식물인 개망초와 기생초가 자리를 잡고 있고 가시박도 보이기 시작해 고유종의 피해도 심각합니다. 환삼넝쿨과 나팔꽃, 딸기넝쿨 때문에 쥐방울넝쿨이 자라지 못해 멸종위기종인 꼬리명주나비의 서식처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꼬리명주나비는 멸종위기종 3급으로 꼬리가 길고 날개가 명주처럼 부드럽고 아름다워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꼬리명주나비의 애벌레는 오직 쥐방울넝쿨만을 먹습니다. 그런데 쥐방울넝쿨은 경작지의 확대와 농약 그리고 환경파괴 등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먹이식물인 쥐방울넝쿨이 사라지기 때문에 꼬리명주나비가 멸종위기종이 된 것입니다. 이것은 다른 말로 하면 쥐방울넝쿨만 자란다면 꼬리명주나비를 지켜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신천습지를 응모하여 상을 받은 '만경강 사랑지킴이'(회장 이호연)는 쥐방울넝쿨을 잘 가꾸어 삼례의 딸기축제와 벚꽃 길, 만경강의 노을을 연계하여 주민이 주체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꼬리명주나비 축제를 신천습지에서 해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창녕의 우포늪처럼 신천습지를 자연 그대로 보호하며 잘 활용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꿈꾸고 있는 것입니다. 신천습지는 잘 보존하여 다음세대에 물려 줄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불에 탄 신천습지 화재의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습지의 하중도 하나가 완전히 전소되었다.
불에 탄 신천습지화재의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습지의 하중도 하나가 완전히 전소되었다.이호연

화재현장의 중대백로 화재현장에서 배회하는 백로가 혹시나 새끼를 잃은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화재현장의 중대백로화재현장에서 배회하는 백로가 혹시나 새끼를 잃은건 아닌지 걱정스럽다.이호연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 주어야 할 신천습지에 지난 3일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소방서에 신고를 하였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낚시꾼에 의한 실화인지 대보름날 행해진 쥐불놀이 탓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던 습지가 불에 타는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움직일 수 있는 동물들은 피할 수 있었겠지만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던 곤충들과 애벌레들은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이런 불상사는 신천습지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에 의해 발생된 것이라 여겨집니다. 이런 불행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신천습지의 가치를 알리는 일이 제일 우선되어야 합니다.

신천습지를 보존하고 지키기 위해 만경강 사랑지킴이는 매월 첫째 주 월요일에는 신천습지를 모니터링 하고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에는 봄맞이 대청소를 우중에서 26명의 주민들이 모여 하였습니다. 오후에는 군청에서 트럭 2대가 나와서 모아 놓은 쓰레기를 치웠습니다. 오는 14일에는 삼례읍사무소의 직원들과 함께하는 두번째 청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민관이 합심하여 신천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3월 19일에는 만경강에 대해 공부를 합니다. 만경강 발원지인 밤샘부터 바다와 몸을 섞는 하구까지 꼭 봐야하는 포인트를 '만경강의 숨은 이야기'의 저자인 이종진 선생님과 함께 진행합니다.

 신천습지를 청소하며 모아 놓은 쓰레기를 완주군청 직원들이 치우고 있다. 트럭 2대분의 쓰레기를 치웠다.
신천습지를 청소하며 모아 놓은 쓰레기를 완주군청 직원들이 치우고 있다. 트럭 2대분의 쓰레기를 치웠다.이호연

 신천습지 청소를 마치고 단체사진
신천습지 청소를 마치고 단체사진박일배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합니다. 만경강을 보존하고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에게 만경강을 알리려는 계획도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만경강의 생태· 역사· 문화에 대한 수업을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고 겨울에는 탐조 수업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기반으로 만경강 사랑지킴이의 최종 목표는 신천습지를 람사르습지에 등재하는 것입니다. 우리지역의 알려지지 않아 저평가되어 있는 자원들이 더 많이 발굴되고 보존되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기를, 그래서 지역이 행복한 곳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곳만은 꼭 지키자 #환경기자클럽 #만경강사랑지킴이 #신천습지 #내셔널트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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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리티 인문학이란 저평가 되어 있는 지역의 역사, 문화, 관광자원을 발굴, 개발하여 스토리텔링 하는일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 방법을 찾아서 더 행복한 지역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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