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상식 후 단체사진을 촬영 하였다.
이호연
지난달 24일 제15회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보전대상지 시민공모전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상식이 개최되었습니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정부로부터의 간섭과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순수 비영리 민간운동입니다.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자산기증과 기부를 통해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확보하여 시민의 소유로 영구히 보전하고 관리하는 일을 합니다.
이 운동은 산업혁명을 통해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룩했던 영국에서 1895년 시작되었습니다. 1907년 내셔널트러스트 특별법(the National Trust Act)의 제정으로 내셔널트러스트가 확보한 자연·문화유산에 대해서는 개인이나 국가의 소유가 아닌 '시민의 유산'으로 사회적 소유가 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법의 제정으로 내셔널트러스트가 확보한 시민유산은 '양도불능의 원칙'이 보장됨에 따라 '영원한 보전(permanent preservation)'이 가능해졌습니다.
현재 영국내셔널트러스트는 전국토의 1%를 소유하고 430만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영국 최대의 사적 토지소유자이며 시민단체로, 정부정책의 감시자로서 역할뿐 아니라 정부를 능가하는 자연·문화유산 보전 담당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2007년 12월 '세계내셔널트러스트기구(International National Trusts Organization=INTO)'가 발족됨에 따라 전 세계 30여 개국이 활동하는 국제적 자연·문화유산 보전운동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2000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이 시작됩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출범이후, 미래세대를 위해 영구 보전할 수 있는 시민유산 확보를 위한 활동과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내셔널트러스트법' 제정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 '최순우 옛집', '동강 제장마을', '나주 도래마을 옛집', '권진규 아틀리에', '연천 DMZ 일원 임야', '청주 원흥이 방죽 두꺼비 서식지'를 확보하여 시민유산으로 보전 관리하고 있습니다.
제15회 '이곳만을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 시상식에서 '내셔널트러스트 대상'은 '대전 월평공원'을 응모한 '도솔산(월평공원)대규모아파트건설저지를위한갈마동주민대책위원회'가 받았습니다. 이 외에도 7개의 '꼭 지켜야 할 자연문화유산'이 선정되는데 이중에는 우리지역의 '신천습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15회를 맞고 있는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은 우리주변에 있는 보전가치 높지만 훼손위기에 처한 자연·문화유산을 시민들이 직접 추천하고 전문가들이 선정하는 캠페인입니다. 1차 서류심사와 2차 현장심사를 통해 응모작의 자연·문화적 가치와 시민들의 보전활동을 직접 현장에서 확인한 후 선정하였습니다. 선정기준은 '훼손의 위험이 높아 보존이 시급한 곳인가?' '생태·문화적 가치가 있는가?'입니다.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은 선정된 자연·문화유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일깨우고 지역주민들과 NGO단체가 벌이는 보전운동에 탄력을 불어 넣어주고 있습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을 통해 선정한 자연·문화유산은 현재까지 110여개입니다.
이번 '이곳만은 꼭 지키자'에서 환경기자클럽상을 받은 신천습지는 소양천과 고산천이 만나는 완주군 삼례읍 구와리 회포대교에서 하리교까지 2km, 약 31만 평방미터에 걸쳐있습니다. 이곳은 하천의 폭이 넓어지면서 유속이 느려지는 곳으로 유속이 느려지면서 자갈과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하중도가 많은 곳입니다. 이 하중도에는 하천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은 물론 호소식물도 자라고 있어서 식물생태계가 안정적입니다.
또한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만든 수중보가 있어서 물이 4계절 넉넉한 편이어서 새와 물고기, 곤충에게 좋은 서식지가 되고 있습니다. 만경강과 동진강에 있는 많은 습지들 중에서 유일하게 신천습지만이 환경부지정 1급 습지입니다. 이곳에는 조류 23종, 양서· 파충류 6종, 곤충 100여 종이 살고 있어서 만경강 생태계의 유전자 풀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2008년 이곳에서 멸종위기종인 가시연꽃이 관찰되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하천에서 가시연꽃이 관찰된 적이 없습니다. 또한 고유종인 긴흑삼릉, 흑삼릉, 자라풀, 수염마름, 왜개연꽃, 질경이택사 등이 관찰 보고 되었습니다. 특히 강원도에서만 관찰되는 북방식물인 개쇠뜨기 자연군락과 꼬리명주나비와 먹이식물인 쥐방울넝쿨 자연군락을 이곳에서 관찰되었습니다. 신천습지에서는 암먹부전나비, 나비잠자리, 꼬마잠자리, 장수잠자리 등 곤충의 서식지이며 쇠백로, 해오라기, 청둥오리, 쇠물닭, 흰뺨검둥오리, 기러기 등의 철새 도래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