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SOS 신호를 놓치지 마세요

생명안전공동체로 거듭나는 성북구 자살예방센터

등록 2018.03.08 10:06수정 2018.03.0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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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부산에서 개인방송을 하던 BJ가 생방송 도중 창밖으로 뛰어내려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BJ가 자살을 생중계하는 방송은 국내외에서 종종 발생하고 있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매체를 통해 '자살' 소식을 듣는 경우 많은 사람들은 자살자의 유약함과 무책임함을 비난하고 편견의 시선으로 유가족들을 2차 고통에 빠뜨리는 우를 범하기도 하다.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자살은 사회 전체의 문제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10년 자살자수  1만5566명(인구 10만 명당 31.2명)으로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되었고, 2011년 자살자 수 1만5906명(인구 10만 명당 31.7명)으로 최악의 자살률을 기록하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이후 자살자 수는 완만한 하강 곡선을 그리며 줄어들어 2016년 자살 자수 1만3092명(인구 10만 명당 25.6명)이며 2022년까지 자살률을 인구 10만 명당 17명 수준으로 감소하는 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자살예방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여 자살률을 크게 끌어내린 성북구의 노력은 눈여겨볼 만 하다.

성북구 자살예방센터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자살예방센터
성북구 자살예방센터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자살예방센터이정선

전국 지자체 최초로 설립된 성북구 자살예방센터

성북구는 2010년 자살자 수 144명으로 서울에서 5번째로 자살률이 높은 지역이었다. 정신질환으로 인해 자살이 발생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생활고, 질병, 가족관계, 사회와의 단절 등이 원인이 되어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소외된 이들을 포용하기 위해 성북구는 3무(자살, 굶주림, 고독), 2유(돌봄, 가족) 정책을 세워 생명-복지-안전의 유기적인 트라이앵글을 목표로 2012년 3월 성북구 자살예방센터를 개소하였다. "이웃이 이웃을 돌봄"을 컨셉트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여 50여 명의 돌보미를 선정, 자살 고위험군 주민(배우자가 없는 65세 이상 어르신, 생계곤란 주민)들을 1:1 전담하는 형식으로 '마음돌봄사업'을 시작하였다.

노인 자살률은 감소하고 있지만, 중장년 자살자 급증


2017년 기준 210명의 돌보미가 340명의 자살 고위험군 주민들을 주간, 월간 단위로 연락을 취하고 방문하고 있으며 특히 쓸쓸할 수밖에 없는 생일, 명절 등에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야외 나들이도 참여하면서 가족이 그리운 대상자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성북구 자살예방센터의 최선용 팀장은 돌보미들의 노력으로 소중한 생명을 구한 사례를 전해주었다.

"가정사로 인해 가족들과 연락이 끊긴 혼자 사는 어르신이 사는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몰리자 2차례나 자살을 시도한 경우가 있었으나 담당 돌보미가 연락되지 않아 방문하여 구조한 일이 있습니다. 또한, 사업 실패 후 자살 시도로 응급실로 이송된 50대 초반 사례자는 삶의 의지가 거의 없는 상황이었는데 인재은행을 통해 취업한 후 현재는 매우 건강하고 평범한 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가 해결되면 빠르게 일상으로 회복하는 청소년들

최 팀장은 청소년들의 경우 매년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정서행동심리검사를 통해 드러난 자살 위험 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청소년 자살예방 프로그램'으로 성과를 거둔 사례도 덧붙였다.

"고1 여학생이었는데 고등학교 진학 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버지와 불화가 이어지면서 스스로를 탓하고 자존감이 크게 떨어진 상태라 센터에서 12회 상담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학생뿐만 아니라 가족들과의 상담을 이어가면서 아버지와의 관계 개선을 과제로 지속적인 관찰과 상담을 진행하여 지금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습니다. 문제를 꺼내놓고 이야기하지 않는 청소년의 특성을 고려해서 내면의 이야기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객관적으로 문제가 해결된 근거를 평가하여 일상으로 돌아가게 해야 하는데 학생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학교의 노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마음돌봄회의 각 동별 마음돌보미가 참여한 월례회의
마음돌봄회의각 동별 마음돌보미가 참여한 월례회의 성북구 자살예방센터

10년 만에 연간 자살자 1만여 명 감소한 일본

2010년 서울시 자살예방조례가 제정된 후 자살률이 높은 지역에 해당하는 성북구에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특히 혼자 사는 노인들의 자살이 이어지자 김영배 구청장은 민, 관, 사회복지 기관 연합체인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구성하여 적극적인 자살예방정책을 세웠다.

성북구 자살예방센터 김연은 센터장은 "90년대 경제불황을 겪으면서 일본의 자살률은 큰 폭으로 치솟았습니다. 2003년 3만4227명을 기록했고 1998년부터 2009년까지 12년 연속 3만 명이 넘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사회의 근간을 흔들 정도로 일본의 큰 문제였기에 일본 정부는 2007년부터 자살종합대책을 세워 고위험군, 자살 시도자들을 밀착 관리합니다. 이러한 대책으로 2010년대 이후 일본의 자살률은 감소하기 시작, 2016년 2만1897명으로 크게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성북구 역시 자살자수가 2010년 144명에서 2016년 104명으로 감소한 것은 자살예방센터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고 봅니다."

자살을 부르는 고독과 생활고

자살자, 자살시도자들은 공통적으로 '고독'을 호소한다. 김 센터장은 자신의 고통을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사례를 마주할 때마다 안타깝다고 한다.

"최근에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존감을 잃는 30대~40대 자살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상담만으로는 이들의 괴로움을 해결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희 센터에서는 실직자들의 취업을 알선하거나 부동산 업체와 연계하여 저렴한 주택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 병원과 협력하여 고위험군의 질병 치료지원을 하고, 교육기관과 함께 자녀교육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삶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자살 시도를 멈추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놓치지 말아야 할 자살의 징후

2016년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심리부검센터 통계에 의하면 자살 유가족 121명 중 59명이 자살을 시도하거나 실제 자살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엄청난 파급효과가 따르는 자살자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앞서 언어적, 비언어적인 징후를 보인다고 한다. 최선용 팀장은 당부했다.

"죽고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분들이 있는데 주변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자살의 징후는 자살과 죽음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있고, 유서를 쓰거나, 자신의 소지품을 나눠주는 등의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보더라도 그저 하소연이나 위협으로 치부하기도 하고, 불안감이 부담이 되어 애써 외면하다가 후회하기도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 같은 상황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거나 무서운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반드시 자살예방센터에 알려주시면 전문인력들이 대처하니 도움을 요청해주시기 바랍니다."
#성북구 자살예방센터 #중앙자살예방센터 #마음돌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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