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꿈틀리인생학교에 입학한 친구들과 함께
꿈틀리인생학교
지난 2월 강화도 시골 마을로 왔다. 입학식은 선배들의 손때가 묻은 강당에서 열렸다. 여기서 잘 지낼 수 있을지 떨렸다. 새로운 친구를 만날 생각에 설렜다. 그리고 긴장된 가족소개의 시간이 됐다.
가족 소개시간은 특별했다. 학생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아빠와 엄마, 형제자매도 마이크를 잡고 한 마디씩 했다. 가족들의 걱정과 기대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그때마다 다른 가족들의 격려와 응원이 쏟아졌다. 비슷한 고민과 걱정의 말들, 공감 가는 이야기에 안심이 됐다.
3박 4일간의 예비학교가 시작됐다. 첫 만남의 어색함도 잠시, 밤늦도록 수다 떠는 아이들로 방마다 시끌벅적했다. 놀다가 지칠 정도로 놀아본 건, 이때가 처음이다. 이렇게 방 안에 서먹한 분위기가 서서히 풀려갔다.
놀기만 한 건 아니다.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 끼리끼리 모여 잡담만 하다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친구들과 일대일로 대화를 하면서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갈등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다같이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가는 시간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것도 배웠다. 무엇을 배우고,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친구들과 함께 토론해 결정했다. 생활 약속과 규칙을 결정하는 것도 학생들의 몫이었다. 이런 적극적인 행동이 낯설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만든 학교를 상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학교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선 내게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난 첫 임무로 복도청소를 했다. 여기선 누구나 빗질과 걸레질을 해야 했다. 귀찮고 힘든 일이었지만 끝내고 나면, 왠지 모를 뿌듯함에 사로잡혔다. 누군가 대신해줄 때는 몰랐는데, 스스로 해보니 이것저것 느끼는 게 많았다.
하루의 끝은 촛불과 함께했다. 어두운 방에 촛불을 켜고 친구들과 빙 둘러앉아 그날그날의 소감을 서로 이야기했다. 참 따뜻한 시간이었다. 그래서일까? 바깥 날씨는 추웠지만, 학교 안은 포근했다.
졸업생 언니 오빠는 생활꿀팁(Tip)을 전수해줬다. 3박 4일간 신입생들과 함께 머물며,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하는 노하우(knowhow)를 알려줬다. 교복 물려주는 선배는 있어도 이런 꿀팁(Tip) 전수해주는 학교, 들어본 적이 없다.
꽃피는 3월, 행복한 나날을 꿈꾸다
▲지난 2월, 꿈틀리인생학교의 입학식이 열렸다. 올해 신입생들과 가족, 그리고 꿈틀리 식구들이 기념촬영한 모습
꿈틀리인생학교
꿈틀리인생학교 생활, 난 여전히 걱정되고 두렵다. 아직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힘이 있는 사람인지 알지 못한다. 여기서 1년을 알차게 보내고 싶은 마음도 크다.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을지 고민도 된다. 부디 하루하루 충만하게 보내고 행복한 나날이 되길 바랄 뿐이다.
꽃이 피는 3월, 나의 꿈틀리인생학교 생활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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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리인생학교 입학정보 |
꿈틀리 인생학교가 3기 신입생을 모집합니다.
덴마크가 국가별 행복지수 1위의 나라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에프터스콜레(Efterskole) 제도에 있습니다. 한국형 에프터스콜레 꿈틀리 인생학교는 청소년들이 '옆을 볼 자유'를 실컷 누리며,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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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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