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과거 모습 찾아 부각한 SBS 보도화면 갈무리, 피해자 얼굴 모자이크 처리는 민언련.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 보도의 특성상 상황을 설명하면서 보여줄 '그림'이 필요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이의 해외일정을 뒤져 그 속에서 '피해자가 어딘가 구석에서 어떤 표정으로 있었는지'를 찾아내 이를 보여주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태입니다.
통상적으로 성폭력이나 범죄 피해자의 과거 사진이나 영상, 일기장 등을 촬영해서 보여주는 것은, 부득이하게 성폭력을 입증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모두 '사생활 침해'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안희정 전 지사의 해외 일정 영상이 공식적인 행사였다고 해도, 안 지사를 제외한 영상에 담긴 인물들의 이미지를 '마음대로 활용하는 것' 역시 적절한 행태는 아닙니다.
이걸 알기에 SBS도 김지은씨 이외의 모든 인물들에 대해서는 블러 처리를 한 것이겠지요. 그런데 이 와중 유독 김지은씨만은 '성폭력을 폭로한 인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별도의 표시까지 해 가며 부각하고 거듭 반복해서 노출시킨 겁니다.
성폭력이 발생한 문제의 출장이기 때문에 보여줬을 뿐이라는 변명도 현 상황에서는 무의미해 보입니다. 이런 영상을 '입수'해 공개하지 않더라도 피해자가 가해자의 수행 비서였다는 사실, 함께 해외 출장을 갔었다는 사실은 충분히 입증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런 영상은 안희정 성폭력을 하나의 '드라마'처럼 느끼게 하는 효과를 줍니다. 일부러 악의를 갖지 않더라도 시청자는 안희정 해외순방 영상 속에 작게 비춰지는 김지은씨의 모습을 보면서 '저 당시에도 성폭력이 있었겠구나'라고 계속 인식하게 됩니다.
한국여성민우회의 <성폭력 보도 가이드라인>에서 '폭력의 성애화'를 우려하면서 "폭력인 사건을 연애, 성적인 관계로 바라보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성폭력을 폭로하면 그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초점을 맞추면 됩니다. 폭력 당시 그들이 어떤 표정이었는지 찾아내서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은 모두 과도한 관심이자 사생활 침해이며,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를 성애화 할 우려가 있는 행태입니다.
첫 보도 내놓은 JTBC와 타 방송사들 모두 마찬가지SBS 뿐 아니라 다른 지상파 KBS도 <안희정 지사직 사임...검찰에 고소장>(3/6 https://goo.gl/9YFU7z)에서, MBC도 <변호사 선임 "내일 입장 발표">(3/7 https://goo.gl/aKfDsE), <14시간 만에 사퇴 도정 '마비'>(3/6 https://goo.gl/Zh3MrE), <"피해자 더 있다" 강제수사 불가피>(3/6 https://goo.gl/L3i3ny)에서 피해자 과거 모습을 담은 영상을 자료화면으로 활용했습니다. 피해자의 모습에 별도의 표시를 하는 행태도 비슷했습니다.
종편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김지은 씨의 폭로를 가장 먼저 전달한 JTBC 조차 후속 보도 <"도움 못 줘 자책...수사 받겠다">(3/6 https://goo.gl/zg4WDe)와 <검사 4명 투입...안희정 내일 '회견'>(3/7 https://goo.gl/Th7Ki4)에서 피해자의 과거 안 전 지사 수행 모습을 '별도로 밝게' 처리해 자료화면으로 활용했습니다.
특히 <"도움 못 줘 자책...수사 받겠다">는 '알면서도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나섰다는 안 전 지사의 전직 수행비서 신용우 씨와의 인터뷰 보도'인데요. 인터뷰 과정에서 신 씨의 발언 한 마디가 끝나고 기자의 설명 멘트가 나올 때 마다 이러한 과거 영상을 보여주는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TV조선, 채널A, MBN도 마찬가지입니다.
TV조선은 6일 하루에만 <"정치인 안희정 존경해서 갔는데...">(3/6 https://goo.gl/L3etcE), <"SOS 여러 번 보냈지만 도움 못 받아">(3/6 https://goo.gl/bmEpFd), <포커스/'미투'지지 외치던 날...추락한 안희정>(3/6 https://goo.gl/1sVzGJ) 3건에서 피해자가 안희정 전 지사와 근무하던 시기의 모습을 자료화면으로 사용하고 별도 표시로 부각했습니다. 다음날에도 <'위계 간음' 혐의 수사 착수...곧 소환>(3/7 https://goo.gl/WPRgNk)에서 같은 행태를 반복했고요.